[맛있는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가족이 가지는 무게
Good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영화가 뭔가 더 긴박감이 넘쳐야지!
평점 - ★★★★ (8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 위로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하고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합니다. ‘아베 히로시’가 연기하는 ‘료타’와 ‘마키 요코’가 연기하는 ‘쿄코’는 이미 이혼한 사이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우연히 태풍 탓에 한 집에 머물게 되면서 다시 자신들의 관계를 새로 만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죠. 여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길게 그려지기에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들의 가족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일단 ‘료타’의 가족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역시 독특한 느낌이고요. 단순히 이혼한 부부와 그들 사이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는 그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묻는 [태풍이 지나가고]는 진짜 가족이란 끝이 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한 집에 살지 않더라도 아이를 통해서 묶인 가족은 쉽게 흩어질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런 거 말이죠. 태풍이 오더라도 가장 든든하게 서로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울타리가 가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영화에 나오는 가족의 의미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 아니니 이상하게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미 이혼을 한 사이에 그렇게 다정하게 지낼 수가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당연히 할 수 있을 겁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보통 한 집에서 같이 사는 사이를 이야기를 하니 말이죠. 하지만 오늘날의 가족은 더 이상 한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만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함께 살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의지를 할 수 있는 사이. 자신의 속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 느낌의 가족도 쉽지는 않지만 말이죠. ‘료타’는 아들 ‘싱고’를 돌보면서 천천히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되새기기도 합니다. 그저 무책임하다고만 생각을 했던 아버지가 사실은 그렇게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가 그런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시대가 그럴 수 있다는 것 같은 것을 보면서 조금 더 진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진짜 아빠 노릇을 하게 됩니다. 아이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거죠. 가족이라는 것. 그리고 아버지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지는 느낌의 영화입니다.
‘아베 히로시’는 다소 무책임함 아빠 ‘료타’를 연기합니다. 다소 무책임한 아버지인데요. 대단한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사실은 그런 대단한 것까지는 이루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한 인생 같은 것을 살고 있는 인물입니다. 누군가의 삶을 캐면서 그것을 통해서 돈을 버는데요. 심지어 그렇게 돈을 벌면서도 정당한 방식으로 돈을 벌지 않습니다.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기도 하면서 돈을 벌죠. 이런 그를 보고 그 누구도 나쁘다고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저마다 사정이 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쿄코’는 ‘료타’에게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글을 쓰고 있느냐고. 꿈이 있었지만 꿈을 잃어버린. 자신의 꿈대로 살면 안 된다고 믿는 그런 종류의 어른이 되어버린 인물인데요. 다소 무책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들을 위해서 뭐라도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마키 요코’는 성실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엄마 ‘쿄코’를 연기하는데요. 그녀는 성실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쉽게 확신 같은 것을 가지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들을 위해서 뭘 하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결혼을 망설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미 ‘료타’와 헤어졌고 그에 대해서 사랑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에게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으며 조금 더 다정한 아버지가 되기 바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조금은 더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아버지와의 유대 같은 것을 끊지 않기 바라는 인물이기도 하니까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 같지 않은 아이 ‘싱고’는 ‘요시자와 타이요’가 연기합니다. 이렇게 똑똑한 아이라니. 홈런보다 포볼을 노리는 다소 순한 아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겁이 많은 아이는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그래서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려고 하는 현명한 아이인데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 건지를 알고 있으면서 거기에서 현명하게 행동하는 아이입니다. 아직 아이이지만 벌써 어른이 되어 버린. 그렇다고 해서 쉽게 젠체 하지도 않는 사랑스러운 아이인데요. 할머니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을 하기도 하는 착한 아이입니다. 섣부르게 나서지 않으며 함부로 행동하지도 않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바라는 것을 찾아가는 그런 아이인데요. 아역임에도 불구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축을 충실히 이행합니다.
보는 내내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가 되는 것일까? 내가 다른 가족에게 영향을 받는 만큼 다른 가족의 구성원도 나에 대해서 영향을 받는 걸까?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사실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잔잔함 안에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하는 종류의 영화였습니다. 중간중간 웃음이 나게 하기도 하고요. 몇 장이 나누어져 있기에 약간 연극처럼 보이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다소 독특한 감성의 영화인데 이 독특한 감성이 영화를 더욱 편안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속의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생각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오해 같은 것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각자가 느끼는 삶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앞을 향해서 나아가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같은 것을 고민하는 모든 부분이 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 가족이란 서로에게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강요하지 않고 알려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가 온 후 기분 좋은 날씨 같은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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