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22장. 흔들리다.]

권정선재 2016. 9. 23. 07:47

22. 흔들리다.

너 갈 수 있겠어?”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래도 며칠 무리를 하지 않았다고 팔을 움직일 때마다 시큰거리던 증상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가 밝게 행동해도 은화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며 입을 내밀었다.

 

엄마가 못나서 그래.”

무슨. 그럼 다녀올게요.”

조실 언니네 아들은 어떻게 하려나?”

?”

그래도 나는 네가 조실 언니네 아들 차를 타고 가서 마음이 편했거든요. 솔직히 버스에서도 요즘에 이상한 놈들이 많다고 하고. 내가 되게 이기적인 거일지도 모르는데 뭔가 더 편할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

 

은화의 말에 우리는 별다른 대꾸를 더 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은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집에서 나서자 정식이 택시 옆에 서있었다.

 

이게 무슨?”

어차피 출근은 해야 하니까요. 허리가 아파서 버스를 타고 가기도 그렇고요. 차가 밀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벌써 미터기가 꽤나 많이 움직여서 돈이 꽤 나왔다고요.”

아니.”

 

우리는 머뭇거리다가 은화가 나오려는 기척이 보이자 재빨리 택시 옆에 섰다. 그리고 정식을 바라보자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가는 겁니다.”

사람이 하여간.”

타시죠.”

 

정식은 우리의 쪽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입술을 쭉 내밀고 택시에 올랐다. 정식은 문을 닫고 반대로 가서 택시에 올랐다.

 

기다리고 있으면 연락을 하지 그랬어요? 사람이 왜 그냥 기다리기만 해요. 미안하게. 좀 그렇잖아요.”

서우리 씨 나오는 시간 생각해서 택시 불렀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어요. 그러니 그런 이야기 하지 마요.”

미안하니까 그러죠.”

 

우리가 볼을 살짝 부풀리자 정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오늘은 집에 같이 못 오겠네요. 회의가 있습니다.”

. . 괜찮아요. 저 걱정하지 마세요.”

팔은 괜찮아요?”

.”

 

우리는 일부러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 순간 살짝 통증이 느껴져서 미간을 모으자 정식은 곧바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여전히 아프군요.”

아니에요.”

나에게 거짓말하는 이유가 뭡니까?”

?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요. 그냥 걱정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걸 뭐 거짓말이라고까지 하고 그래요?”

그렇습니까?”

 

우리가 입을 내밀자 정식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식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

왜 안 먹어?”

? 먹고 있어.”

 

소망의 물음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다리가 아파서 같이 식사를 하러 오지 못한 정식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나 먼저 들어갈게.”

. 서우리.”

===========================

방해하는 거 아니죠?”

아닙니다.”

 

우리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자 정식은 보던 것을 정리하고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식사 안 하셨죠?”

나 생각을 해서 사온 겁니까?”

아니. 뭐 지난번에 팀장님도 사다주신 적이 있잖아요.”

감동인데요?”

 

정식의 대답에 우리는 묘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살짝 입을 내밀었다. 우리는 정식의 테이블에 종이가방을 내려놓았다.

 

잘 먹을게요.”

그럼 나갈게요.”

? 저 혼자 못 먹습니다.”

 

정식의 말에 우리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정식의 앞에 앉았다. 정식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도시락을 꺼냈다.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팀장님이 저 사준 거랑 같거든요. 팀장님은 살 수 있고 저는 뭐 못 산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죠?”

그거 법인이었는데요?”

?”

아니 내가 일을 시켜서 사준 거니까 법인이죠. 설마 그 비싼 걸 내가 사줬다고 생각을 하는 건 아니죠?”

아니. 그러니까.”

 

우리의 당황한 표정에 정식은 웃음을 터뜨린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는 뭔가 당한 기분이었다.

===================================

오늘 손님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평일이다.”

 

우리의 말에 선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짐 잘 받았다고 말씀 드리려고요.”

내가 바빠서 너무 늦게 보냈지? 그 다음날 바로 보냈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뭐 급한 것도 아니었는데. 아 그리고 이거. 이거 제 거 아닌데 잘못 보내왔더라고요.”

그래?”

 

우리가 재필의 짐을 꺼내자 선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우리는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오빠가 중간에서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괜히 저랑 재필이 사이에서 껴서. 오빠에게 미안해요.”

아닙니다. 늘 먹던 걸로 줄게.”

.”

 

선재가 주방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인기척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니 재필이었다.

 

너 여기서 뭐 해?”

뭐 하기는? 밥 먹으러 왔지.”

네가 여기를 왜 와?”

네 가게야?”

그건 아니지만.”

 

우리의 대답에 재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그런 재필을 노려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우리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 내가 네 눈치를 보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 너도 밥 먹으러 온 거면 그냥 가지 그래?”

그러니까.”

 

선재는 주방에서 나오며 미간을 찌푸렸다.

 

임재필. 남의 가게 와서 손님 쫓지 마라. 안 그래도 요즘에 손님이 없어서 고민인데 그나마 있는 손님도 내보내려고 그러냐?”

너 선재 형 가게 오지 마라.”

너야 말로 오지 마라.”

.”

 

선재가 우리의 편을 들자 재필은 화를 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재는 우리의 앞에 음식을 내려놓고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요. 식사 하지 않으실 거면 저희 가게에서 나가 주시겠어요?”

먹을 겁니다. 이 가게는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합니까?”

그럼 자리에 앉으시겠습니까?”

. 그렇게 하죠.”

 

선재와 재필의 신경전에 우리는 괜히 좌불안석이었다. 재필은 우리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고객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뭐가 맛있죠?”

저희 가게는 다 맛있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 유치했다.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밥을 입에 넣었다. 따뜻하고 맛있었지만 뭔가 거칠게 느껴졌다.

 

미안해.”

아니에요.”

 

주방으로 들어가던 선재의 사과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가만히 창밖을 보며 밥을 먹었다. 그런데 창에 모습이 보이는 재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불편했다. 결국 음식을 먹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재가 놀라서 주방에서 나왔다.

 

왜 맛이 없어?”

아니요.”

저 자식 때문이지?”

아니요.”

 

선재가 턱으로 재필을 가리키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잠시만 기다려.”

오빠. 괜찮은데.”

음식 남기면 벌 받아.”

 

선재는 우리가 먹다 남긴 것을 주방으로 들고 갔다. 우리는 어색하게 카운터에 서있었다. 재필은 아랫입술을 물고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어떻게 지내?”

잘 지내.”

 

우리가 덤덤하게 대꾸하자 재필은 살짝 입을 내밀었다. 우리의 태도가 너무 덤덤해서 당황한 모양이었다.

 

우리 집에 온 이유가.”

아니야.”

 

재필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우리는 그의 말을 끊었다.

 

실수였어.”

그런 실수가 어디에 있어?”

그러게.”

 

우리는 쓴 웃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런데 하고 말았다.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그런데 그거 정말 실수였어. 그러니까 다른 생각은 하지 마. 그냥 발이 거기로 간 거야. 아무런 생각도 없었어.”

그게 말이 돼?”

그러게.”

 

선재는 주방에서 나오며 미간을 모았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가 주는 봉투를 받아들고 카드를 내밀었다.

 

정말 잘 먹었어요.”

먹지도 못하고 가면서. 됐어.”

받아요. 오빠.”

 

우리가 단호한 표정을 짓자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가드를 받았다. 재필은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선재의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럼 갈게요.”

그래. 조심해서 가.”

 

우리는 선재의 가게를 나섰다. 뭔가 콱 막혔던 것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다. 그때 재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

 

우리는 뭔가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알아. 내가 이기적인 거라는 거. 하지만 너처럼 좋은 여자가 없더라. 나 그걸 지금에야 깨달았어. 나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우리는 천천히 돌아섰다. 재필은 정말 그러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어이가 없었다. 그럴 수 없는 거였다.

 

우리 끝났어.”

아니.”

임재필.”

아니라고.”

 

재필의 표정에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았다. 재필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며 한숨을 토해냈다.

 

너는 나 사랑하기는 했어?”

유치해.”

뭐라고?”

이미 다 끝이 난 상황에 그게 뭐가 중요해.”

서우리.”

 

재필이 미간을 모으는 순간 누군가가 나타나서 우리의 앞을 막았다. 정식이었다. 정식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서우리 씨 도와줄까요?”

팀장님.”

당신 뭐야?”

?”

 

재필의 경계에 정식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

나랑 우리 사이의 일이니 비키시지. 우리의 상사라면 그냥 회사에서나 잘 해. 평소에 지랄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무슨.”

내가 그랬어요?”

 

정식이 돌아보며 묻자 우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식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왜 나서는지 궁금하다고 했죠? 나요. 서우리 씨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정식의 고백에 재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그를 노려보더니 잠시 후 가게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