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23장. 좋아합니다.]

권정선재 2016. 9. 26. 11:13

23. 좋아합니다.

왜 그랬어요?”

뭐가요?”

 

우리의 말에 정식은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서우리 씨는 아직도 그 사람하고 어떤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미련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오해를 하잖아요.”

오해를 하면 어떻습니까?”

 

정식은 덤덤했다. 그의 너무나도 덤덤한 태도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우리였다. 그리고 그의 말이 옳았다. 오해를 좀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이미 다 끝이 난 관계였는데 너무 민감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진심입니다.”

팀장님.”

진심이라고요.”

 

정식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회의 끝나고 이 몸으로 혹시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가게로 간 거. 그거 그냥 우연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진짜에요?”

진짜로요.”

 

우리는 머리가 멍해졌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을 느낀 게 되게 오래된 기분이었다.

 

고맙습니다.”

? 뭐가요?”

그냥 다요.”

 

우리는 주먹을 쥔 채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이렇게 좋아한다고 말을 해주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옆에서 그러니까 기분이 좋아져서요. , 아직도 누가 나를 좋아하는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고 그래서요.”

그런 생각을 왜 하는 거죠?”

 

정식은 천천히 우리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본 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좋아합니다.”

자꾸 그러지 마요.”

뭘 그러지 말아요?”

그런 식의 고백요. 자꾸 그러면 넘어갈 거 같으니까.”

그럼 넘어오면 되는 거죠.”

아니요.”

 

우리는 정식의 손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

 

말이 안 되잖아요.”

뭐가 말이 안 됩니까?”

팀장님이랑 제가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이가 된다면 온갖 말이 나올 거예요. 저 그런 거 싫어요.”

다른 사람들 시선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우리에 정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식의 상처를 입은 표정이 안쓰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더 이상 감정이 커지기 전에 말해야 했다.

 

이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서우리 씨.”

아니요.”

 

정식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우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도 회사 사람들이 제 이야기 많이 하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런데 도대체 왜 팀장님까지 거기에 엮이려고 하시는 건데요?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전에도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좋아했습니다.”

 

정식의 낮은 목소리에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좋아했어요.”

팀장님. 그건.”

정말로요.”

 

정식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혀로 아랫입술을 적시고 어색하게 웃었다.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거. 그렇게 좋은 팀장도 아니라는 거.”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유치하다는 거. 그런데 서우리 씨를 보고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서우리 씨 옆에서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 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가가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겠습니다. 미련하게. 멍청하게. 자꾸만 서우리 씨가 눈에 보이고 말을 하고 싶어요.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꾸만 그러니 말을 하게 되고. 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정식의 긴 고백에 우리는 침을 삼켰다. 재필과의 시작은 뭔가 너무 간단했다. 장난처럼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진실한 목소리. 어떤 무게 같은 것.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거 싫어요.”

서우리 씨.”

정말 이런 거 싫어요.”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우리가 입술에 더욱 힘을 주자 정식은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살짝 주며 고개를 저었다.

 

감정을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무시해요.”

우리 이제 어린 아이 아니잖아요.”

그런 건 어른이 될 필요 없어요.”

 

우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정식을 바라봤다. 정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리 씨. 그냥 서우리 씨만 생각해 되는 겁니다. 다른 사람 같은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오직 서우리 씨의 마음이 가는 곳. 그곳만 보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말하는 겁니다. 서우리 씨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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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냐고.”

 

우리는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 썼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마치 여고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정말 왜 이렇게 설레게 하는 거야.”

 

한 번도 남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사실 그렇게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의 고백도 너무 설렜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어떤 게 있었다. 그 묘한 설렘에 우리는 쉽게 잠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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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안 좋아 보입니다.”

팀장님 때문이에요.”

? 제가 왜?”

 

우리의 대답에 정식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택시에 올라타고 정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로 택시에 올랐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에요.”

설마 내 고백으로 인해서 막 내가 다르게 보였다. 뭐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뭐래요?”

 

우리는 택시 기사의 눈치를 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살짝 몸을 뒤로 기댔다.

 

좋아합니다.”

팀장님.”

좋아합니다. 좋아합니다. 좋아합니다.”

 

정식의 낮은 음식이 해주는 말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식은 우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좋아해달라는 이야기까지 하는 거 아닙니다. 그냥 서우리 씨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겨요. 나는 서우리 씨가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계속 좋아할 겁니다. 여태까지도 그랬으니까요. 서우리 씨가 회사에 입사하고 지금까지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할 겁니다. 서우리 씨는 그러니까 이 사람의 사랑이 식을까 겁을 내면서 조급할 이유 하나 없습니다. 시간을 가져도 괜찮아요.”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대답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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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님.”

염소망.”

 

택시에 내리는데 소망이 회사에 들어가다 두 사람을 발견했다. 당황한 우리와 다르게 정식은 덤덤했다.

 

아침에 제가 서우리 씨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요.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거 타라고 했습니다. 오늘 회의 관련해서요.”

. 그래요.”

 

소망은 일단 이렇게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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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야?”

뭐가?”

팀장이랑 사겨?”

아니.”

 

우리의 대답에도 소망은 미간을 모은 채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닌 게 아닌데? 안 사귀는데. 어떻게 그렇게 행동을 하냐? 솔직히 팀장도 이상해. 전에 팀원들이 너 뭐라고 할 때 자기가 나서기도 하고. 그거 아무리 봐도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 거야.”

그게 말이 돼?”

?”

팀장님은 그냥 내가 팀원이니까. 그렇게 챙겨주는 거야. 너 괜히 이상한 생각 하고 그러지 마라.”

뭐가? . 요즘 조 팀장 얼마나 달라졌냐? 얼음이라고 하던 사람이 잘 웃고, 절대로 우리랑 같이 점심 안 먹던 사람이 요즘 들어서 먹고. 그거 뭔가 이상하잖아. 안 그래?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소망의 말을 듣고 보니 정식은 꽤 많이 티를 내고 있었던 모양이었따. 우리는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몰라.”

너도 괜찮지.”

뭐가?”

팀장님 정도면.”

염소망.”

솔직히 말해. 저 정도면 완전 땡큐. 때땡큐지. 기럭지 훌륭하지. 마스크 괜찮지. 벌써 팀장 달았지. 회사에 지저분한 소문도 없잖아. 그런 남자 그렇게 흔하지 않다. 저 정도 남자가 너 좋아하면 무조건 잡아.”

뭐래?”

 

우리는 입을 살짝 내민 채로 고개를 저었다. 소망은 여전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헛기침을 했다.

 

나는 저 정도 되는 남자가 나 좋다고 하면 무조건 오케이야.”

너는 애인도 있는 애가.”

연하남 만나기 쉽지 않다.”

 

소망은 입을 쭉 내민 채로 고개를 저었다.

 

너도 데이트에 패스트푸드 점을 가봐. 내가 여중생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니? . 일단 어리니까 그거 하나 죽이더라.”

.”

 

소망이 야한 손짓을 해보이자 우리는 놀라며 그녀의 어깨를 때렸다. 소망은 어깨를 으쓱하고 먼저 탕비 실을 나섰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정식의 사무실쪽을 바라봤다. 그러다 정식이 이쪽을 바라보자 시선을 피했다.

 

서우리 너 뭐 하는 거야?

 

좋아진 것이 우스웠다. 그런데 이미 좋아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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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다시 한 번 체크해주지 않겠습니까?”

확인하겠습니다.”

 

소망의 말이 맞았다.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는 정식의 태도는 확실히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정말로 나 때문인가?

서우리 씨 이것 좀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정식은 우리에게 파일을 내밀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식을 보려고 하는데 이미 돌아선 후였다.

 

정말 나 좋아하는 거 맞아?

 

우리는 입을 내밀고 파일을 펴봤다가 다시 닫았다. 좋아합니다. 라고 늘씬한 글씨체로 쓰인 메모가 붙어있었다.

 

미쳤어.”

?”

아니야.”

 

소망이 관심을 보이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종이를 떼서 쓰레기통에 버리려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심장이 묘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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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합니다.”

 

파일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사무실로 가자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백했다. 우리는 얼굴을 붉힌 채로 미간을 모았다.

 

뭐 하시는 거예요?”

표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안 그러면 서우리 씨처럼 좋은 사람 곁에 설 기회를 또 빼앗길 거 같아서. 그러면 안 되잖아요.”

팀장님.”

일은 아주 훌륭하네요.”

 

정식은 파일을 넘겨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우리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좋아합니다.”

 

우리는 심장이 미친 듯 뛰어서 곧바로 도망이라도 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