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장. 따뜻한 커피
“많이 춥죠?”
“그게 뭡니까?”
“보온병요.”
“아니.”
우리의 대답에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보온병인 것은 나도 보면 압니다. 내가 설마 그걸 보고 포탄이라고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아뇨. 그건 아니죠. 그냥 커피요. 팀장님 마시라고요.”
“네? 저요?”
“이거 그냥 가루 커피 아니에요. 아침부터 내린 거라고요. 팀장님 매일 출근하면 커피 마시고 싶어서 바로 카페로 출근하잖아요. 그냥 같이 회사 들어가자고요. 뭐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그러지 말고.”
“고맙습니다.”
우리는 정식에게 보온병을 건넸다. 정식은 그 보온병을 품에 안았다. 보온병 밖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아침부터 피곤하지 않습니까?”
“피곤하죠.”
우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무 일 잘 한 내 남자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죠.”
“내 남자요?”
“아니에요?‘
“맞습니다.”
정식은 웃음을 참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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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아. 좋은 아침.”
“어? 어.”
우리의 뒤에 있는 정식을 보고 소망은 어색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망에게 팔짱을 꼈다.
“내 오피스 와이프.”
“서우리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왜요?”
정식이 미간을 모으자 우리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친구 사이 질투하는 거 아니죠?”
“질투합니다.”
“말도 안 돼.”
우리는 볼을 잔뜩 볼을 부풀렸다.
“이럴 때보면 팀장님 되게 유치하지 않냐? 내가 어차피 자기 여자인데 이렇게 날을 세우는 거 말이야. 너무 유치해.”
“너 뭐해?”
소망은 우리의 팔을 풀면서 입을 내밀었다. 우리는 혀를 내밀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기분 좀 풀렸어?”
“지금 너 때문에 도로 상할 거 같아.”
소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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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염소망 씨의 일은 염소망 씨가 혼자서 다 해야 할 겁니다. 이제 염소망 씨도 대리 직함을 달았으니까요.”
“네.”
소망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새로운 일을 맡는다는 것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그럼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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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진짜 너무 많다.”
“그래?”
우리는 우동을 먹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일이 많다는 생각을 별로 해보지 않았었다.
“나는 그냥 똑같은데.”
“너는 원래 권 대리 일을 했으니까.”
소망은 한숨을 푹푹 쉬며 고개를 숙였다.
“승진이 좋은 게 아니야.”
“뭐래?”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염소망 네 욕을 할 거다. 다들 취업을 못 해서 난리인 상황에서, 승진까지 해놓고서는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우리는 소망의 우동에 자신의 새우 튀김을 얹어주었다. 소망은 감동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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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리 씨. 회의 자료 준비 되었습니까?”
“여기요.”
“고맙습니다.”
“저기.”
정식이 돌아서려고 하자 우리가 손을 들었다.
“저 이제 서우리 씨 말고 직급으로 불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서 대리라고. 뭔가 그게 더 기분이 좋을 거 같은데요.”
“아. 맞네요.”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서 대리.”
“아닙니다. 팀장님.”
우리는 가슴이 마구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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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리 소리가 듣고 싶었습니까?”
“아니요.”
퇴근 길의 정식의 농담에 우리는 입을 내밀었다.
“그래도 계속 서우리 씨. 서우리 씨. 그건 아닌 거 같아서요. 저는 이제 그냥 사원이 아니라 무려 대리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정식의 목소리에 웃음이 더해지자 우리는 가볍게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정말 이럴래요? 제가 팀장님을 팀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조정식 씨. 이렇게 부르면 좋으실 거 같아요?”
“네.”
“뭐라고요?”
“좋을 거 같습니다.”
정식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우리는 다시 몸을 창으로 돌렸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오른 손을 뻗어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 대리. 고마워요.”
“아닙니다. 조정식 씨.”
우리는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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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어떻게 같이 와?”
“안녕하세요.”
정식의 모친의 인사에 우리는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은화 역시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퇴근도 같이 하는 거야?”
“아니. 평소에는 팀장님이 일이 많으셔서 따로 오기도 하는데. 오늘은 일찍 끝나기도 했고. 아무튼. 엄마 왜 밖에 있어?”
“어? 조실 언니가 반찬 줘서.”
“아. 고맙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정식도 모친을 밀어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그럼 서 대리 들어가요.”
“네. 팀장님도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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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야?”
“뭐가?”
은화의 물음에 우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은화는 입을 쭉 내밀고 영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실 언니 아들 뭐라고 부르는 거야?”
“팀장님.”
“뭐?”
“아니. 회사에서 처음 만났고. 당연히 직급이 팀장님이니까. 그렇게 부르는 거지. 그게 이상해?”
“이상하지. 사귀는 사이가. 그게 뭐야? 그리고. 조실 언니 아들도 그렇다. 서 대리가 뭐니? 서 대리가.”
“아.”
우리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어요. 나는 팀장님을 그렇게 불러주는데. 팀장님은 나를 그냥 서우리 씨. 서우리 씨. 이렇게 부르니까. 뭔가 나도 이제 승진을 해서 사원이 아니라. 뭔가 직급이 있으니까.”
“그래도 그러지 마.”
은화는 가볍게 몸을 떨며 우리의 등을 한 대 때렸다. 우리는 옆으로 피하면서 등을 문질렀다.
“아파.”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은화가 다시 손을 들자 우리는 곧바로 팔을 들었다.
“왜 때려?”
“너는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그렇게 애교가 없어? 여자가 그렇게 무뚝뚝하면 있는 남자도 달아나겠다.”
“뭐래요? 엄마 팀장님 별로라며. 그런 사람이 지금 또 말 막 바뀌는 거 봐. 완전 간사해. 우리 엄마지만.”
“뭐?”
은화가 언성을 높이자 우리는 방으로 달아났다. 밖에서 은화가 혼자 화를 내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뭐야. 정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드니 정식이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해요?”
“도대체 두 분이 뭘 그렇게 앞서 나가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뭐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말이죠. 또 서우리 씨. 서 대리. 이렇게 불렀다고 완전 혼났습니다. 이게 혼날 일입니까?”
“저도요.”
우리는 혀를 내밀며 어색하게 웃었다.
“엄마가 팀장님 그렇게 부른다고 막 뭐라고 하는 거 있죠? 말도 안 돼. 팀장님은 팀장님인데 말이죠.”
“그건 어머니 말씀이 맞네요.”
“뭐라고요?”
정식의 능청에 우리는 입을 내밀었다. 정식은 조심스럽게 방충망을 열더니 창틀에 걸터앉았다. 2층 높이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1층을 창고로 쓰고 있어서 살짝 높은 창문이었기에 우리는 미간을 모았다.
“뭐하는 거예요? 위험해.”
“서우리 씨랑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으려고요.”
정식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우리는 입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자신도 창틀에 앉았다.
“시원하다.”
“내 말 들으니 좋죠?”
“네. 좋네요.”
정식은 우리를 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다가 그대로 뛰어내렸다. 우리는 놀라서 입을 막았지만 정식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뭐 하는 거예요?”
“더 가까이 가고 싶어서요.”
“팀장님.”
“조정식 씨.”
정식은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가 앉은 창틀을 손으로 짚고 우리를 쳐다봤다.
“왜 이렇게 예뻐요?”
“뭐래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돌아서려고 했지만 정식이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팀장님.”
“아. 정말 말 안 듣는다. 서우리. 팀장님 말고. 조정식 씨. 아니면 자기? 그렇게 부르라니까.”
“뭐라고요?”
우리가 정식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정식은 손에 준 힘을 풀지 않았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이거 놔요. 여자가 놓으라고 하면 놓는 거라고 했잖아요.”
“팀장님이라고 하지 말고. 서우리. 자꾸 이럴래?”
“진짜.”
우리가 가만히 바라보자 정식은 입을 잔뜩 내민 채로 뒤로 물러났다. 우리는 그런 정식의 목을 안았다.
“팀장님이라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어요?”
“그럼 서우리 씨는. 내가 서우리. 이렇게 부르는 거보다. 서 대리. 이렇게 부르는 게 더 좋다는 겁니까?”
“좋죠. 이제 저도 직급으로 불리니까. 이제 전처럼 서우리 씨. 서우리 씨. 그렇게 아무나 부르는 거 보다는. 이제 팀장님만. 나를 서우리 씨.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거니까. 뭐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귀여운 거 압니까?”
정식이 웃음을 참으며 묻자 우리는 가볍게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정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나 유혹하는 거예요?”
“싫으면 관둬요.”
우리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런 우리의 손을 잡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먼저 유혹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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