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41장. 당신과 함께]

권정선재 2016. 10. 22. 00:51

41. 당신과 함께

먼저 유혹한 겁니다.”

뭐래요?”

 

정식의 물음에 우리는 입을 내밀고 모른 척 했다. 정식은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목덜미에 깊이 고개를 묻고 숨을 들이쉬었다.

 

팀장님. 뭐 하는 거예요?”

 

우리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정식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정식은 단단히 버텼다. 우리는 얼굴이 더 붉어졌다.

 

이거 놔요.”

향기가 좋아요.”

 

정식은 우리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를 뒤로 밀었다. 우리는 그대로 침대에 앉았다. 정식은 침대를 짚고 부드럽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팀장님. 밖에 엄마. 엄마 있어요.”

어머니 저희 집에 계십니다.”

?”

 

우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싫으면 싫다고 해요.”

 

정식은 우리의 손을 만지다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팔을 다라서 어깨. 그리고 쇄골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몸을 움츠렀다.

 

간지러워요.”

 

정식은 우리의 말에도 멈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우리의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팀장님.”

조정식 씨.”

 

정식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은 채로 우리의 가슴골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슴을 핥았다. 우리는 시트를 꽉 쥐었다. 정식은 그런 우리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래도 안 불러줄 겁니까?”

알았어요. 조정식 씨.”

 

정식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우리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의 가슴으로 머리를 가져갔다. 천천히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우리의 가슴을 쥐었다.

 

팀장님.”

우리야!”

 

그 순간 들리는 은화의 목소리에 정식과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식은 바로 침대 옆으로 내려가 숨었고, 우리는 가슴께까지 이불을 덮었따.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서우리 뭐해? 조실 언니가 반찬을. 어머? 자나 보네. 낮이 많이 피곤한가 보네. 하긴 피곤하겠지.”

 

은화는 창가로 와서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침대로 고개를 돌렸다. 정식은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바닥에 옷가지는.”

 

은화는 천천히 정식에게 다가왔다. 그러다 이내 손을 거두었다.

 

하긴 이 망할 계집애는 지 엄마가 청소를 해줘도 자기 방을 어지럽혔다고 지랄을 할 년이지. 하여간 나이가 스물아홉이나 되도 방이나 하나 안 치우고. 잠이나 자고. 조실 언니 아들은 이런 거 뭐가 좋다고 그렇게 짝사랑을 한 거래.”

 

은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 정식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에 팔을 괸 채 우리를 바라봤다.

 

그렇게 더럽습니까?”

시끄러워요.”

서우리 씨. 보는 것과 다릅니다.”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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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입니다.”

안 그런데요?”

어제 그러고 가서 실망했습니까?”

 

정식의 농담에 우리는 그를 노려봤다. 우리의 차가운 시선에 정식은 양손을 들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합니까? 서우리 씨 어머니가 오셨는데 내가 거기에 있을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뭡니까?”

 

정식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서운한 겁니까?”

됐어요.”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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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리 씨 아직도 기분 나쁩니까?”

아니요.”

 

정식의 물음에 우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뭐 그렇게 밝히는 여자인 줄 아나?

 

우리는 정식의 태도에 은근히 기분이 나빴다. 정작 더 아쉬운 것은 자신일 거면서 웃기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가버리는 게 어디에 있어요?”

? 하지만 서우리 씨 어머니가.”

생각보다 용감하신 분인 줄 알았더니.”

?”

 

우리가 이 말만 하고 돌아서자 정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푹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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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은 일이 있어 보여?”

아니.”

 

지웅의 물음에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웅은 미간을 모으며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나 비행 나가기 전에 억지로 시간 낸 거야. 왜 만나자고 한 거야?”

나 연애 해.”

연애?”

 

지웅은 잔을 내려놓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군데?”

내가 말한 사람.”

그 짝사랑?”

.”

헤어졌어?”

그러게.”

말도 안 돼.”

 

지웅은 자신이 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정식이 얼마나 오랜 시간 그녀를 기다린 것인지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완전 대박. 너 그렇게 잘 될 줄 알았어.”

그나저나 너 비행 관둔다고 하지 않았어? 승무 그거 너무 힘들다고.”

그러게.”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비행까지만 하고 그만 하려고 그래.”

그래. 잘 생각했다. 너 승무원 되고 나서 확실히 체력 떨어지는 거 알지? 요즘에는 네 시간도 전혀 없는 거 같고.”

 

그러니까. 일단 지상직 신청해놨는데. 그거 안 되면 뭐 어쩔 수 없지. 그만 두려고. 오래 일하기도 했고.”

그만 두면 할 거 있어?”

모르지. 네가 취업 시켜줄래?”

뭐라는 거냐?”

 

정식은 웃음을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잠시 지웅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필요한 거면 백현 그 자식한테 부탁해보던가?”

아 그 사이코? 그 미친 새끼 이야기는 하지도 마라.”

?”

몰라. 아무튼 복잡한 사정이 있단다.”

서운이랑 사귀는 거 아니야?”

아니래.”

 

정식은 입을 내밀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고는 한숨을 토해내고 맥주를 들이켰다.

 

근데 너 정말 나한테 형이라고 안 할 거냐?”

?”

형이니까. 내가 너보다 두 살이나 많다. 아무리 학교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어린 새끼가 싸가지 없이.”

너 재수했고. 나 빠른 년생이고.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정식의 유쾌한 대답에 지웅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남은 맥주를 모두 마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나는 비행이라서 네 연애 이야기는 더 못 들어줄 거 같아. 나중에 비행 다녀와서 다 들어줄게.”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라.”

갑자기 왜 이래? 알았어.”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지웅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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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승무원이에요?”

.”

혹시.”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어른이 된 이후에 이성 친구 좀 만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거였다.

 

그러니까.”

남자입니다.”

 

우리가 뭘 물어보려고 했는지 아는 듯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유치하죠?”

뭐가요?”

이런 거 묻는 거요.”

하나도 안 유치합니다.”

 

정식은 손을 내밀어 우리의 손을 잡았다.

 

나는 서우리 씨가 나에 대해서 질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서우리 씨가 그 만큼 나를 좋아해준다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나눈 적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더 많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당연한 거죠.”

그러게요.”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아직 서로에 대해서 속내 같은 것을 이야기할 시간 같은 것이 없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그리고 숨을 한 번 크게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친구가 없어요.”

그래요?”

. 학교 다닐 적에 뭔가 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모두 가식적으로 대했죠. 그래서 학년이 올라가면 이전의 친구들은 만나지 않았어요. 대학에 가서는 그런 노력도 할 필요가 없었죠. 지금 그나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염소망. 소망이 하나에요.”

그렇군요.”

 

정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런 정식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팀장님은 이상하지 않으세요?”

뭐가 이상합니까?”

친구가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정식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채 우리를 바라봤다.

 

저한테도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늘 만난 친구 하나 뿐입니다. 제가 서우리 씨가 생각하는 것 보다 성격이 더 나쁘거든요.”

 

정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술을 한 번 꾹 다물고 침을 삼킨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이기는 하지만. 한 놈은 완전히 저랑 사고 방식이 다른 이상한 녀석이라서요.”

이상한 사람이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정식은 우리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리는 그 시선이 괜히 민망해서 피하려고 했지만 정식은 더욱 더 집요하게 우리를 바라봤다.

 

세상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외로워요. 하지만 겉으로는 외롭지 않은 척 그렇게 이야기를 하죠.”

정말로요?”

그럼요.”

 

정식은 우리를 품에 안았다. 정식의 체취와 함께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들렸다.

 

서우리 씨.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해요.”

 

정식은 우리를 내려다보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 없으면 뭐 어떻습니까? 친구가 없는 대신에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우리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였다.

 

우리 아주 조금은 더 가까워진 거 같죠?”

. 조금은.”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속에 있던 이야기를 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서우리 씨는 참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위로하는 거예요?”

아니요. 진심입니다.”

 

우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나도 좋아해요. 조정식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