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장. 무심한 남자
“말도 안 돼.”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식이 자신에게 프러포즈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프러포즈.”
우리는 얼굴이 붉어졌다.
“미쳤어. 서우리.”
이제 어린 아이도 아닌데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너무 우스웠다. 그러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혼이라.”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거였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했냐고 하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결혼.”
그러다 이내 멍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결혼을 한다면 은화는 혼자서 뭘 해야 하는 걸까? 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멍하니 있다 그대로 얼굴에 이불을 덮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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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결혼을 하면 어떨 거 같아?”
“뭐? 결혼?”
우리가 고민 끝에 꺼낸 말에 은화의 눈이 커다래졌다.
“왜? 조실 언니의 아들이 뭐라고 해? 너한테 뭐 결혼 하자. 뭐 그런 식의 이야기라도 한 거야?”
“아니.”
은화의 과장된 반응에 우리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괜히 이상한 오해를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말 들은 적 없어.”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그냥 이제 팀장님이 나이도 많고 그러니까. 내가 결혼을 하면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큰 거니까. 그냥 그래서요.”
“하긴 그렇지.”
은화는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괜한 짓을 한 거 같았다.
“엄마 그렇다고 팀장님이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아니라.”
“네 말을 들으니 그러네.”
“뭐가 또 그리 심각해?”
우리는 애써 미소를 지은 채로 별 것 아니라는 듯 넘기려고 했지만 은화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둘이 진지한 이야기 해봤어?”
“엄마.”
“왜 불러?”
은화는 미간을 모으며 입을 내밀었다.
“나는 네가 조실 언니 아들하고 만난다고 할 때도 그런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는데 이제 생각을 좀 해야겠다.”
“뭐래?”
우리는 애써 입에 밥을 밀어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출근해요.”
“출근.”
은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은 채 혼자만의 상념에 젖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출근한다고.”
“응. 가.”
은화는 여전히 그녀를 보지 않았다. 은화가 유난히 결혼에 대해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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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뭐야?
정식은 늘 그렇듯 차에 타서 서류만 넘겨 보고 있었다. 아무리 늘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오늘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전날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고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저기.”
“네?”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보고 답하는 정식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 우리 커피나 사서 가요.”
“그러죠.”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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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은 밥을 먹다 우리를 가만 바라봤다. 그리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묘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너 뭐야?”
“뭐가?”
“너 오늘 왜 그래?”
“내가 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반응과 다르게 소망은 꽤나 진지했다.
“너 이상해.”
“이상하기는.”
우리는 소망의 말을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소망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너 또 무슨 고민 있는 거지?”
“없어.”
“있는데.”
소망은 입에 젓가락을 물고 우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너 도대체 왜 그래?”
“아무리 봐도 너 지금 이상해.”
“안 이상해. 우리 늦겠다.”
우리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입에 밥을 밀어 넣었다. 소망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치를 거두지 않은 채 밥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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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들어가요.”
“네? 네.”
결국 퇴근할 때까지, 아니 집에 들어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정식을 보면서 우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정식이 보는 순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뭐야?
말로만 프러포즈라니. 뭔가 거창한 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서운한 거였다.
마음에 안 들어.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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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실수라도 했습니까?”
“아니요.”
정식이 우리의 눈치를 살피면서 질문했지만 우리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로 정면만 본 채로 대답했다. 정식은 역시나 우리의 태도가 뭔가 묘하다는 생각에 살짝 입을 내밀고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뭐가 있는데?”
“없어요.”
정식이 장난스럽게도 물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단호하게 대답했다. 머쓱해진 정식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우리를 바라봤다.
“오늘 저녁 같이 먹죠.”
“일이 많아요.”
“그럼 기다리죠.”
이렇게까지 정식이 야이글ㄹ 하는데 우리가 계속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나 우리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도 못하는 사람에게 더욱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스운 노릇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기다릴게요.”
이내 밝게 웃는 정식을 보며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분명히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생각처럼 섬세한 타입도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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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무슨 일 있어.”
“뭐가?”
밥을 먹던 소망의 물음에 우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망은 진지했다.
“너 뭐야?”
“내가 있을 게 뭐가 있어? 아무 것도 없어. 그냥 평소랑 똑같은데 너야 말로 무슨 일이 있으니까 나한테 이러는 거지?”
“괜히 넘기지 마. 그래도 내가 네 친구야. 네가 뭔가 있으니까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안 그래?”
“아니야.”
우리는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입에 밥을 넣었다. 소망은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뭐가 있는데.”
“아무 것도 없다니까?”
소망은 계속 우리의 기색을 살피면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척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소망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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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리 이거 확인 안 한 겁니까?”
“네? 무슨?”
우리는 정식에게서 서류를 받았다. 그리고 넘겨 보다가 중요한 부분이 빠진 채로 정식에게 전달이 되었다는 사실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건 정식의 회의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여서 더 신중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됐습니다.”
우리가 서류를 열심히 찾으려고 하는 순간 정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뭐가 됐다는 거지?
“이미 회의 끝나고 오는 길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서우리 씨 이제 대리라는 직함을 단 만큼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그냥 사원일 때보다 더 일을 못하는 겁니까?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되는 거 모르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정식의 말은 다소 심한 것 같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이런 적이 없었던 그녀니까. 정식은 뭐라고 한 마디 더 하려고 하다가 한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우리는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어? 괜찮아.”
우리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찮지 않을 것도 없었다. 자신의 실수니까.
“나 커피 좀 마시고 올게.”
“같이 갈까?”
“아니.”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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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해.”
우리는 거울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서우리 왜 이러냐?”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정식을 위해서도.
“정신 차리자. 서우리.”
우리는 거울을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뺨이 떨리는 어색한 웃음.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데 정식이 그녀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팀장님.”
“기분이 상했습니까?”
“아니요”
어차피 이곳은 회사였고 그녀의 실수에 따라서 이런 식의 질책을 듣는 것에 대해서는 익숙한 곳이었다. 오히려 이런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여긴다면 그것이 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은 거죠?”
“네.”
정식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가 굳이 괜찮다고 하니 다른 말을 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저는 그럼 할 일이 있어서.”
“네.”
우리는 뭔가 할 말이 남아있는 것 같은 표정의 정식을 남겨둔 채로 고개를 숙인 채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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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기다려요.”
“네?”
우리는 로비에 있는데 정식이 꽤나 바빠보였다.
“하나만 더 확인을 하고 오면 됩니다.”
“아. 네.”
여전히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프러포즈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는 남자. 이렇게 무신경한 남자였나. 멀어지는 정식을 보며 우리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뭐야?”
기다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우리는 정식이 멀어진 방향을 한 번 보고는 한숨을 토해내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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