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49장. 마지막 남자]

권정선재 2016. 11. 2. 23:30

49. 마지막 남자

그래서 여기에 온 거야?”

.”

 

카운터에 앉아 계산을 하는 우리를 보며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채로 팔짱을 끼고 혀를 찼다.

 

여기가 피난처냐?”

갈 곳이 없으니까 좀 봐줘요.”

 

선재는 벽에 기대서 입을 내밀었다.

 

아니 머리로는 이해를 하나며? 업무로 그런 거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심통을 부리는 건데?”

그래도요.”

 

우리의 반응에 선재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여간 여자라는 족속은 이해가 안 가. 확실히 남자랑 생각하는 거 너무 달라서 싸울 수밖에 없어.”

그러니 오빠가 장가를 못 가죠.”

장가는 드는 거야.”

헐 대박.”

 

선재가 맞춤법을 교정하자 우리는 입을 쭉 내밀었다. 선재는 뭐 어떻느냐는 표정을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오빠가 자꾸만 그러면 여자들이 싫어해요.”

싫어하라고 그래. 나도 그런 여자는 싫으니까. 내가 만날 여자면 그래도 나이가 꽤나 있을 텐데 맞춤법 하나 못 지킨다는 거 너무 웃기지도 않냐?”

그런 표현은 모를 수도 있잖아요.”

아무튼.”

 

선재는 고개를 흔들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특이한 사람이었다. 순간 종이 울렸다.

 

어서 오세요.”

 

고개를 든 우리의 얼굴이 굳었다.

 

여기에 있었습니까?”

 

가게에 들어온 정식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니 화를 낼 마음은 사라졌다.

 

오빠 가게에 일이 많아서요.”

그럼 연락을 해야죠.”

배터리가 없어서요.”

 

우리는 까맣게 화면이 꺼진 휴대전화를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정식은 숨을 가다듬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는 겁니까?”

뭐가요?”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

아니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우리의 대답에도 정식은 영 믿음이 안 간다는 듯 입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뭐가요?”

계속 나에게 화가 난 상태로 있으니까 하는 말이죠. 도대체 왜 서우리 씨가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지금 내가 프러포즈를 하고 나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서. 뭐 그래서 화가 난 겁니까?”

아닌데요?”

 

우리는 당황했다. 그런 것이 맞기는 하지만 정식이 너무 적나라하게 말을 하니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니긴.”

 

선재는 주방에서 나오면서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입을 쭉 내밀었다.

 

오빠.”

네 거다.”

?”

네 거라고. 솔로 염장이나 지르고.”

 

선재의 말에 우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식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그걸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선재는 양손을 들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아묵 것도 모른다는 듯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가만히 케이크를 응시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정식이 자신에게 하는 대답이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일단 케이크.”

 

정식의 말에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케이크를 포크로 찔렀다. 그리고 그 순간 포크 끝에 느껴지는 이질감. 우리는 가만히 정식을 한 번 본 후 다시 케이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을 꺼냈는데 아무 것도 없는 금반지가 있었다. 우리는 놀란 눈으로 정식을 바라봤다.

 

팀장님.”

아직 내가 준비가 안 되어서 뭔가 결혼을 하자는 이야기를 하기에는 서우리 씨에게 많이 피해를 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조금 더 준비를 해야지 서우리 씨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일단은 서우리 씨가 내가 이런 말만 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니까 괜히 서운해하는 것이 다 보여서요.”

그러니까.”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내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정식에게 너무 부담을 준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우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정식은 우리에게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우리를 품에 안은 채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기분이 풀려요?”

아니요.”

에이.”

 

정식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보자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웃음을 터뜨렸다.

 

짜증나.”

왜요?”

나만 다 보여주는 거 같잖아요.”

 

우리의 대답에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서우리 씨가 자기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 좋은데요? 억지로 숨기거나 하지 않잖아요.”

 

정식의 대답에 우리는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말은 잘 해.”

그렇죠?”

 

정식은 뒤로 한 발 물러서더니 양 팔을 벌렸다.

 

얼른 와요.”

싫어요.”

오라니까?”

 

정식이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자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정식을 한 번 보고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식은 한 번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마지 못해 정식에게 가서 품에 안겼다.

 

반지는 나중에 더 좋은 걸로 해줄게요.”

 

당연한 거죠.”

 

우리의 대답에 정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정식의 고백에 우리는 순간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따. 정식은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왜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정식도 마찬가지로 당황한 듯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숨을 내쉬었다.

 

사랑합니다.”

 

우리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리고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정식의 허리를 더욱 꼭 안았다. 정식은 고개를 숙여 우리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기댔다. 그 체온. 우리는 안도가 되었다. 이 사람은 자신을 정말로 아끼는 사람이었다.

 

고마워요.”

 

우리의 미소에 정식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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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너 그 반지 뭐야?”

. 팀장님이 줬어.”

뭐라고?”

 

우리의 말에 은화가 놀라서 우리의 손을 이끌었다. 은화의 반응 속도에 우리는 놀라 미간을 모았다. 그런데 은화의 표정이 이내 굳었다.

 

이게 뭐야?”

왜요?”

아니 조실 언니 아들은 알도 없이 결혼을 하재?”

결혼 아니에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은화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손을 거두려고 했지만 은화는 손에 준 힘을 풀지 않았다.

 

아우 아파.”

가만히 있어 봐.”

엄마가 왜 그래?”

좋아서 그러지.”

 

은화의 대답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은화에게 그 동안 고생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왜 그래요?”

내가 주책이다.”

 

은화는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주책은.”

 

우리는 밥을 먹으며 고개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저었다. 그리고 밥을 입에 억지로 넣었다. 은화에게 그 동안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이제라도 뭔가 엄마가 마음을 놓게 해준 것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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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꼈네요?”

그럼 뺄까요?”

아니요. 절대로.”

 

정식의 물음에 우리가 반지를 빼는 시늉을 하자, 정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손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 화려하지 않은 반지가 오히려 더 정식과 자신의 사이를 확신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뭐가 고맙습니까?”

그냥 확신? 같은 거요.”

 

우리의 말에 정식은 잠시 우리를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다시 우리를 빤히 봤다. 정식의 시선에 우리는 얼굴이 붉어지고 불편했다.

 

뭘 그렇게 봐요?”

예뻐서요.”

뭐래.”

 

우리는 애써 별 것 아닌 것처럼 넘기려고 했지만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벨트를 풀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의 향기를 맡고 조심스럽게 뺨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혀로 이 안쪽을 훑었다.

 

뭐 하는 거에요?”

사랑합니다.”

나도 사랑해요.”

 

우리의 고백에 정식의 눈이 커다래졌다. 우리는 이내 미간을 모으며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얼른 벨트 매요.”

? .”

 

정식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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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 반지 뭐야?”

너도 엄마랑 똑같이 물을래?”

?”

 

우리의 말에 소망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입을 가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너무 호들갑 떨지 마.”

어떻게 안 그래?”

?”

청혼했어?”

아니. .”

 

우리의 애매한 대답에 소망의 눈이 더욱 커다래졌다. 우리는 소망이 놀라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더욱 묘해졌다.

 

네가 그러니까 이상하다.”

대박. 너 그래서 뭐라고 대답을 했어?”

아직 뭔가 이야기를 더 한 거 아니야. 그냥 내가 요즘 너무 힘들어 하니까 팀장님이 그냥 나를 위로해주려고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별 거 아니야. 호들갑 떨지 마.”

안 떨게 생겼니?”

뭐래?”

 

우리가 손을 거두려고 했지만 소망은 마치 자신이 프러포즈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손을 이끌어서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럽다.”

너도 받을 거야.”

나는 내가 해야 할 판이야.”

그럼 네가 하면 되지?”

?”

 

네가 정말 좋아하면 네가 먼저 하면 되는 거지.”

 

우리의 말에 소망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먼저 가는 우리의 뒤를 소망이 재빨리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