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장. 우리의 시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냥 두 사람이 보내는 시간은 늘 보내는 시간과 같았다. 그들의 시간은 오늘도 흐르고 있었다. 그냥 별 것 아닌 두 사람의 시간으로.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정식은 우리를 품에 안고 가만히 손깍지를 꼈다. 우리는 정식의 체온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그에게 몸을 기댔다.
“좋다.”
“편안해요?”
“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조금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간. 우리의 시간은 이제 우리의 시간이 되었다.
정식은 고개를 숙여 우리에게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따뜻한 입맞춤. 조심스러움. 가볍게 입이 떨어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너무나도 편안한 입맞춤. 우리는 입맛을 다시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정식은 쿡 하고 웃더니 다시 우리에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사이에 뜨거운 무언가가 튀었다.
“서우리!”
“아 엄마.”
은화의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우리는 튀어 올랐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로 거실로 나섰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한 번 쉬고 다시 창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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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장을 이렇게 많이 봤어?”
“오늘 조실 언니 네랑 밥을 먹자고 했잖아.”
“아.”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을 보자 은화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너 뭐야?”
“뭐가?”
“자꾸 방을 보잖아.”
“아니야.”
우리가 애써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행동을 하려고 했지만 이게 은화에게 토할 리가 없었다. 은화는 조심스럽게 우리의 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방을 보며 미간을 모았다.
“서우리 너 조실 언니 아들이랑 있었던 거 아니었어?”
“내가 무슨?”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엄마 딸 못 믿어?”
“좀 같이 있어.”
“어?”
은화의 말에 우리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너는 그렇게 혼자 있지 말고 조실 언니 아들 좀 부르고 그러라고. 네가 뭐 애니? 스무 살 애도 아니고. 이제 남자도 좀 부르고 그러란 말이야. 너 그러다가 또 시집 못 가고 그런다.”
“엄마.”
우리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은화는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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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러셨다고요?”
“네.”
정식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자 우리는 그를 노려봤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아니. 그럼 이제 서우리 씨 집에 아무렇지도 않게 가도 된다. 뭐 그런 의미 아니겠습니까?”
“그럼 지금 당장 결혼을 하라고 할 걸요?”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책상에 엎드렸다.
“진짜 엄마 때문에 미치겠어.”
“그럼 하죠. 결혼.”
“뭐라고요?”
정식의 간단한 대답에 우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이 어딨어요?”
“왜요? 하면 되는 거지.”
“결혼이 쉬워요?”
“어렵나?”
“어렵죠.”
정식의 명랑한 목소리에 우리는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집 마련해야 하죠. 드레스부터. 메이크업. 사진. 정말 엄청난데. 그거 언제 다 준비하려고요.”
“음. 집이야. 서우리 씨가 사는 그 집도 있고. 내 집도 있고. 뭐 그거 싫으면 지금 집 담보 잡아서 도시에 전세라도 마련할 수 있고. 혼수 같은 거야 당장 한 번에 사지 않고 하나하나 마련한다고 하면 되고. 텔레비전은 제 방에 있는 거 가져가고. 냉장고야 뭐. 작은 걸로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에어컨도 곧 겨울이니까 싸게 프로모션을 할 거고. 가구 같은 거야. 음 가구는 사는 도이 좀 들겠네요.”
이 남자 뭐야?
우리는 멍하니 정식을 바라봤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꽤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의 시선에 정식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봅니까?”
“그런 생각을 다 했어요?”
“당연하죠.”
정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제가 서우리 씨에게 결혼을 하자고 한 것이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을 했습니까? 나는 꽤 진지하게 한 말인데?”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식은 작게 웃음을 터뜨린 후 우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로 가만히 우리에게 눈을 맞췄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긴장 안 해요.”
우리는 밝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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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혼은?”
“몰라.”
소망의 물음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소망은 입에 포크를 문 채로 미간을 모았다.
“너 뭐 숨기고 있지?”
“숨기기는.”
“다 알아. 나는.”
“뭘 알아?”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망은 입을 쭉 내민 채로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봤다.
“도대체 뭐지? 서우리.”
“뭔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면 너한테 가장 먼저 말해줄게. 그러는 너는 뭐 소식 없어?”
“소식?”
우리의 질문에 소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포크를 내려놨다.
“야. 그 연하는 지금 나랑 결혼을 할 생각이 하나 없어요. 어찌나 태평하신지. 내 속만 탄다. 내 속만.”
“더 기다려봐. 네가 좋아서 고른 거면서.”
“그러니까. 내가 미친년이지.”
우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소망은 열심히 혼자서 열을 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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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어제 한 말은 생각을 했습니까?”
“뭐요?”
“결혼이요.”
“그거 농담 아니에요?”
“아닙니다.”
정식이 뒷짐을 지고 입을 쭉 내밀자 우리는 웃음을 지은 채로 손을 내밀어서 그런 정식의 입을 밀어 넣었다.
“그러지 마요.”
“뭘 그러지 마요?”
“부담스러워요.”
“에? 부담이라고요.”
정식은 상처를 받은 표정을 지은 채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대박.”
“그런 말도 써요?”
“왜요? 내가 서우리 씨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 말은 쓰지 않을 거 같았습니까?”
“조금요?”
우리가 엄지와 검지를 벌리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정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허리를 짚었다.
“매우 기분이 나쁩니다.”
“요즘 사람들 그런 거 안 해요.”
“안 해요?”
우리의 단호하게 양팔로 가위를 그리자 정식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도 그런 정식을 보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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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요즘 얼굴 좋아 보여.”
“그래?”
소망의 말에 우리는 얼굴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즘 여유 같은 생긴 것 같았다.
“너 뭐냐?”
“뭐가?”
“혼자 연애하면서 막 설레고. 그렇게 좋아지는 게 지금 친구는 연하남 때문에 스트레스 팍팍 받는데.”
“자랑은.”
우리의 말에 소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랑이지.”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우리 둘 다 다행이야. 그래도 이렇게 연애를 한다는 게.”
“그러게.”
소망의 말에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팀장님이 잘 해주나 보다.”
“어. 완전.”
우리가 곧바로 대답하자 소망은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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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혼수 그런 거 때문이면.”
“아니야.”
은화의 말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괜히 이상한 생각 해.”
“그게 아니면 왜 결혼을 안 해? 조실 언니 아들도 이제 나이가 많아. 언제까지 너를 기다릴 줄 알고?”
“아직 30대야. 그리고 아홉수에 결혼하면 나쁘다는 거 엄마가 했으면서.”
“아니. 그건 다르지.”
은화와 다르게 우리는 여유로웠다.
“아직 우리 급한 거 아니니까. 조금 더 천천히 정하려고.”
“뭘 얼마나 더.”
우리는 밝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이리저리 기지개를 켰다.
“엄마 나 먼저 자요.”
“혼수 신경 쓰지 말라고.”
“혼수 아니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냥 아직 팀장님하고 오래 사귀지 않았으니까. 그 시간이 조금 더 무르익으면 뭔가 하려고 해요.”
“시간이 오래 된다고 해서 어떤 결론이 나는 거 아니야. 때로는 그 전에 미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어.”
“네. 알겠습니다. 엄마 오지랖은.”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식이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뭐 하는 거예요?”
정식은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밖에 엄마 있는데.”
“들키고 싶어요?”
“아니요.”
정식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우리의 손을 잡아끌었다. 정식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우리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머리를 만지면서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추고, 코에 입을 맞추고, 입술을 삼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우리의 옷 속에 집어넣었다. 우리도 그런 정식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정식의 옷을 벗겼다. 관리가 된 정식의 탄탄한 배. 우리는 손톱으로 그런 정식의 배를 가볍게 눌렀다. 기분 좋은 탄력.
“훌륭해.”
“봐줄만 하죠?”
우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정식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정식은 상의를 벗어서 바닥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우리의 손을 잡더니 머리 위로 올리고 왼손으로 눌렀다. 그리고 씩 웃더니 그대로 우리의 쇄골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천천히 정식에게 몸을 맡겼다. 급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정식과 그저 이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우리의 시간은 기록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급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합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더니 정식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뜨겁게 입을 맞춘 후 셔츠를 벗었다. 탄력 있는 가슴.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의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우리는 그런 정식을 살짝 밀고는 이불을 잡아당겨서 자신과 정식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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