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그리고 정식의 사정 2]

권정선재 2016. 11. 7. 13:51

[현재]

그러니까 그 구지웅이라는 분 덕분이네요?”

.”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정식은 그런 우리의 등을 바라봤다.

 

뭐 하는 겁니까?”

배가 고파서요?”

 

다시 들어온 우리의 손에 과자가 들려 있었다. 우리는 다시 정식의 품에 편안한 자세로 안겼다.

 

좋다. 따뜻해.”

바디 필로우 저리 가라죠?”

당연하죠.”

 

우리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식의 입에 과자를 넣어주었지만 정식은 고개를 저었다.

 

과자 싫어해요?”

손으로 말고요.”

그럼요? 발로?”

? 발이라뇨.”

 

정식이 미간을 찌푸리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며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정말 모르겠는데?”

입술.”

. 완전 능글맞아.”

제가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정식의 대답에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볍게 정식의 가슴을 때렸다. 그리고 입에 과자를 물고 내밀었다. 정식은 그 과자를 받아먹고 그대로 우리의 입에 키스했다. 우리는 그런 정식의 목을 가볍게 안았다.

 

맛있어.”

내 키스가요?”

아뇨. 과자가요.”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고 검지로 정식의 입을 막았다.

 

그게 다예요?”

뭐가요?”

나 좋아한 거. 그거 너무 짧은데?”

.”

 

정식은 숨을 살짝 크게 쉬고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는 아니죠?”

다 얘기해 줘요.”

 

정식은 혀를 살짝 내밀고 우리의 손가락을 핥았다. 그리고 우리를 품에 꼭 안고 그녀의 향기를 맡았다.

 

좋다.”

그러지 말고요.”

좋아요.”

 

정식은 다시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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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사?”

.”

 

모친의 말에 정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엄마. 여기에 엄마 병원도 다 있고.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사에요? 엄마 그런 데 가서 못 살아.”

나 여기에서 못 살겠어.”

 

모친이 벽을 만지면서 하는 말에 정식은 멍해졌다.

 

엄마.”

나 여기에 있으면 꼭 갇혀 있는 거 같다. 너 없는 시간에 그냥 나는 여기에 유배가 되어 있는 거 같아.”

남들은 다 이런 곳에서 살려고 돈을 벌어요. 엄마는 도대체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데? 그러지 마요.”

그럴 수밖에 없어.”

 

모친의 간절한 표정. 정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엄마 거기로 가면 나 출근하는 거 멀어요.”

하나도 안 멀더라.”

벌써 그거 알아보셨어?”

그럼.”

 

모친의 귀여운 행동에 정식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나랑 그 집에 가봐요.”

너도 좋아할 거야.”

그건 가봐야 알지.”

너 내 속으로 낳았어.”

 

모친이 힘을 주어 분명히 말하자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엄마가 나은 게 분명했으니까.

 

알았어요. 가면 좋아할지 아닐지 알겠지.”

좋아할 거라니까?”

 

모친은 다시 한 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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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리 씨 일을 이렇게 밖에 못 합니까?”

죄송합니다.”

 

우리가 사과를 하는 모습. 정식은 딸꾹질을 했다. 우리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보자 정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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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정식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고개를 숙였다.

 

한심해.”

 

정식은 그리고 사무실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 우리가 다른 직원들에게 묻는 것이 보였다.

 

나에게 물어도 될 텐데.”

 

정식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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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정식은 핸들을 잡고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뭐야?”

 

자신도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자꾸만 유치해졌다.

 

조정식 왜 이러냐?”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뭔가 자꾸만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도대체 나 왜 이렇게 유치하냐?”

 

초등학생도 아니고 괴롭히기라니. 정식은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서우리 씨 이거 확인을 안 합니까?”

죄송합니다.”

 

우리가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 미안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 냉정하게 해야 하는 거였다.

 

서우리 씨는 그냥 별 거 아닌 실수라고 하지만 그거 때문에 통계가 바뀌고 그러는 거 모르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우리는 더욱 고개를 숙였다. 정식은 한숨을 토해냈다.

 

서우리 씨. 제발 똑바로 하십쇼.”

.”

 

정식은 우리를 혼내면서도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는 것 보다는 이 편이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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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골 아니야?”

아니래도.”

 

정식의 말에 모친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엄마 말을 못 믿어?”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서 사는 건 말이 안 되지. 엄마 여기에서 병원은 어떻게 가시려고 그래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저 앞에 버스 다닌다.”

버스?”

어머? 집 보러 오셨어요?”

 

정식은 고개를 돌렸다. 모친이 보는 옆집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다. 정식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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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좋아서 확실히 이사를 오기로 했다고요?”

.”

 

모친의 대답에 정식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이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건 이사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엄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뭐가 아닌 건데?”

그러니까.”

 

모친의 순진한 질문에 정식은 멍해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대체 뭘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건 아니죠. 여기 집값이나 그런 거. 아무튼 그런 거 다 계산하고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나도 모아놓은 돈 있어.”

엄마.”

 

그리고 네 아버지 앞으로 된 것도 있고. 네 누나 보험금도 있다. 이 집 충분히 살 수 있어.”

그건.”

 

정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모친을 바라봤다. 뭔가 서운함이 가득한 얼굴. 가족은 이제 오롯이 둘이었다.

 

네가 싫으며 난 혼자라도 여기에서 살 거다.”

그건 안 되죠.”

왜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정식이 말은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는 그의 모친이 정식의 손을 꼭 잡았다.

 

옆에 서실 네 정말 좋아 보이더라고.”

서실네? 벌써 호칭까지 정하셨어?”

그럼.”

 

정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정말 알았어?”

.”

 

정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모친의 바람까지 꺾을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엄마도 나 많이 배려해야 해요.”

당연하지.”

 

모친이 순순히 대답했지만 정식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족은 같이 살아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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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렇게 실수가 잦은 겁니까?”

죄송합니다.”

또 그 죄송!”

 

정식은 자신도 아차 싶었다. 목소리가 컸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지른 거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그런 실수를 할 거니까?”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라 사과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겁니다. 서우리 씨는 내 말을 이해를 못 합니까?”

죄송합니다.”

 

우리가 아랫입술을 꼭 물고서 하는 사과에 정식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넥타이를 살짝 풀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기분이 나쁩니까?”

아니요.”

 

우리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정식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하십쇼.”

.”

 

정식은 그대로 방으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의 위로를 받는 우리. 그리고 그 옆의 권 대리의 모습이 보였다.

 

개자식.”

 

도대체 왜 자기가 위로하는 거야. 정식은 머리를 긁적이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이렇게 유치한 행동을 하게 되는 거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조정식 왜 이러냐?”

 

정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 심장이 이상하게 쿵쾅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