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의 사정 1
“그래서 나를 괴롭힌 거예요?”
“네?”
우리가 날카롭게 묻자 정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가볍게 정식의 가슴을 밀어냈다.
“하여간 미워.”
“미안합니다.”
정식은 우리의 허리를 안았지만 우리는 등을 돌렸다.
“내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한 줄 알아요?”
“미안합니다.”
정식의 사과에 우리는 곧바로 몸을 돌려서 정식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래도 이렇게 잘못한 것을 아니 다행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네?”
“아니.”
우리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정식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한 번 흔들고는 우리를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았다.
“집 문제라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사는 거 불편할 거 아니에요? 엄마도 있고. 나 팀장님 집에 있어도 되는데.”
“오히려 우리 어머니가 더 귀찮으실 걸요? 원래 자유를 굉장히 갈망하시는 그런 분이시니 말입니다.”
“자유요?”
“네.”
정식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우리 집에 와보면 알 텐데? 어머니가 계시는 공간하고 제가 있는 공간이 공유하는 건 거실과 주방 뿐이에요. 문도 따로 있는 걸요?”
“아.”
그제야 우리는 정식의 집의 뭔가 이상한 느낌이 이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식은 이불을 살짝 걷으며 상반신을 드러냈다.
“그러니까. 시끄러워도 된다고요.”
“시끄러워요.”
“그러니까 그걸 하자니까?”
우리는 입을 내밀고 눈을 흘겼다.
“그런데 그게 다예요?”
“네?”
“나는 뭔가 더 이상하게 느꼈는데?”
“이상한 거요?”
우리는 다시 정식에게 다가와 그의 품에 안겼다.
“이상한 게 뭘까?”
“그게 뭡니까?”
우리는 정식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정식은 그런 우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품에 꼭 안았다.
“숨 막혀요.”
“이렇게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뭐라고요?”
우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정식을 응시했다. 그리고 정식의 입에 연달아 입을 맞췄다. 정식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우리의 입맞춤을 느끼는 시늉을 지어보였다.
“뭐야.”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정식을 품에 꼭 안았다.
“좋아해요.”
“사랑합니다.”
“치. 말로만.”
우리의 말에 정식은 우리의 손끝부터 입을 맞추고 어깨까지. 그리고 쇄골에 입을 맞추고 깊이 우리의 체취를 맡았다.
“좋다.”
“변태 같아.”
“변태 맞아요.”
정식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오직 서우리한테만 반응하는 변태.”
우리는 정식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고 가만히 그의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사실 그때 이상하기는 했어요.”
“뭐가 이상합니까?”
“팀장님이 하시는 게. 마치 초등학생 같았거든요.”
“초등학생이요?”
“네. 초등학생이. 자기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거?”
우리의 대답에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을 하더라도 그는 그렇게 행동을 하곤 했었다.
“맞네. 초딩.”
“어. 유치해.”
“원래 남자는 유치해요.”
“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다 그렇습니다.”
정식은 우리를 더욱 품에 꼭 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런 정식에게 더욱 꼭 안겼다.
“따뜻해.”
“서우리 씨도 따뜻해요.”
“겨울에 난로가 필요 없겠네. 아무튼 그때는 그래서 되게 헷갈렸어요? 나를 좋아해서 그러는 건가? 뭔가 하고.”
우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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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너만 너무 괴롭히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소망의 물음에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정식이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내가 조 팀장님에게 뭔가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은데.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뭐래?”
소망의 말에 우리는 입을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 그 소문 못 들었어?”
“소문이라니?”
“남자 좋아한다는.”
“아.”
우리의 말에 소망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들은 적이 있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신빙성도 있는 소문이었다.
“하긴 말이야. 이상하기는 이상해.”
“그렇지?”
우리는 그러면서도 힐낏 정식의 자리를 바라봤다.
“그래도 영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너 뭐야?”
“뭐가?”
“혹시.”
“아니야.”
소망의 눈빛이 묘하게 변하자 우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 재필이가 있는 거 알고도 그래?”
“그렇지.”
소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랑 재필이랑 지금 만난 기간이 얼마인데? 새로운 사랑을 꿈을 꿀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절대로.”
우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소망은 숨을 내쉬고 입을 내밀면서 그런 우리를 부럽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나도 그런 사람 만나면 좋겠다.”
“만나면 되지?”
“야. 남자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한 여자 못 본다. 그래도 네가 뭐 잘해서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그 남자도 너 좋아하는 거잖아. 재필이 멋있다. 그리고 아직도 꿈을 향해서 노력을 한다며?”
“뭐. 그렇지.”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며 어색하게 웃었다.
“너 그 표정 뭐야?”
“뭐가?”
“뭔가 약간의 아쉬움? 그런 게 가득 담겨 있는 건데. 천하의 서우리도 이제 지치기 시작하는 구나.”
“나보다 재필이가 더 지치겠지?”
우리의 대답에 소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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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늘 재필이랑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응.”
우리가 입을 내밀며 울상을 짓자 소망이 대신 정식의 자리를 노려봤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퇴근 30분을 앞두고 내일 아침까지 해야 하는 일을 준다는 게 너무한 거 아니야?”
“어쩔 수 없는 거지. 팀장님도 지금 퇴근 안 하고 계시니까. 뭐 어쩔 수 없으니까 주신 거겠지.”
“그래도.”
소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좀 도와줘?”
“아니. 아. 나 네 담요 좀 쓰자. 오늘 그날이라 아랫배가 좀 차다.”
“야. 그럼 미리 말을 하지.”
소망은 USB를 연결해서 담요를 건넸다. 우리의 얼굴이 창백한 것이 그제야 보인 소망은 미간을 모았다.
“그냥 퇴근해. 내가 할게.”
“너 오늘 소개팅이라며.”
“맞다.”
“얼른 가.”
소망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처에서 소개팅이니까. 혹시라도 끝나고 들릴 수 있으면 들릴게. 진짜 미안해. 나 먼저 간다.”
“응. 소개팅 힘내.”
우리는 장난스럽게 경례를 붙이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니 목이 굳은 기분이었다.
“이걸 오늘 다 할 수 있으려나?”
우리는 파일을 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뭔가 마셔야했지만 화장실 가기도 불편하고 참는 게 나았다.
“그래. 서우리. 못할 일이 어디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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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했습니까?”
“아니요.”
도대체 언제 옆에 온 거야. 일에 집중하던 우리는 옆에 정식이 서있자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정식은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했습니까?”
“조금만 더 정리하면 될 거 같아요. 다른 회사의 사례나. 우리 회사의 전레 같은 것은 다 정리하고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정식은 테이크아웃 컵을 내밀었다. 우리는 멍하니 그것을 받아들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그거 마시고 퇴근해요.”
“네?”
“나한테 파일 보내고 퇴근하라고요.”
“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우리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정식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우리는 재빨리 파일을 전송한 후 짐을 챙겼다. 이럴 때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소리를 치며 도망을 쳤다. 정식의 대답 같은 것을 들을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조심해서 가요.”
우리는 정식이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는 것도 모른 채로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정식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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