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6장. 조난]

권정선재 2016. 11. 10. 21:47

6. 조난

머리 아파.”

 

지아는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나 생각을 해보다가 놀라서 주위를 둘러봤다. 모래. 해변이었다. 지아는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비행기 사고? 지아는 재빨리 주머니를 뒤졌지만 휴대전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당황하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지아가 긴장을 했지만 다행히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은 윤한과 세연이었다.

 

언니 일어났어요?”

세연아.”

 

지아는 일어나려다 다시 주저앉았다.

 

일어나지 마세요.”

 

윤한은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자신의 발목을 봤지만 별다른 상처는 없어 보였다. 세연은 지아의 옆에 앉았다.

 

충격이 꽤 셌어요.”

얼마나 지났어?”

?”

날짜?”

이틀요.”

 

윤한이 대신 답했다. 지아는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비행기와 새가 부딪쳤습니다.”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또 나타나면서 말했다. 지아가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박수를 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승무원.”

. 구지웅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유나라.”

안녕하세요.”

 

나라가 머리를 넘기면서 짧게 인사했다. 그리고 나라의 옆에 있던 여자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이세라라고 합니다.”

 

지아는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당황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섬이었다.

 

일단 정신부터 좀 차려요. 조금 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인사 정도는 하기로 했습니다.”

.”

 

지웅과 나라, 그리고 세라가 멀어지자 지아는 놀라서 윤한을 바라봤다.

 

생존자라니?”

비행기 사고가 났어요.”

그건 알아.”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럼 죽은 사람도 있다는 거야?”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승무원 셋. 그리고 승객 열 명. 그리고 우리. 가 전부라고 알고 있는데.”

구조는?”

불가능하데요.”

 

세연은 지아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의 휴대전화가 바닷물에 망가졌고. 그나마 되는 통신기기는 아무 것도 뜨지 않아요. 그저 오늘이 며칠인지 확인을 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말도 안 돼.”

 

지아는 허탈하게 웃었다.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조난이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책임자? 책임자가 어디있어?”

책임자는 아까 그 세 명의 승무원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여기 섬이에요.”

 

윤한은 지아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아니 그럼 여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태평양에 있는 섬이에요.”

태평양?”

그런데 지도에는 안 나와요.”

 

지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윤한과 세연을 번갈아 봤다.

 

그건 어떻게 알아?”

“GPS 기능 정도는 휴대전화에 다 있으니까요. 그 휴대전화 중 하나를 일단 제가 가지고 있거든요.”

 

윤한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지아는 그것을 빼앗다시피 해서 확인했다. 확실히 안테나는 뜨지 않았다. 이상하게 GPS 기능은 되고 있었지만. 그나마도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가 아닐 수도 있는 거네?”

.”

미쳤어.”

 

지아는 자신의 뺨을 마구 때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기다려야죠?”

?”

구조대요.”

구조대?”

 

지아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모를 거였다. 그런데 구조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누가 여기를 와? 여기에 누가 있는 줄 알고?”

그러게요.”

우리 죽은 거야?”

다행히 식량은 있어요.”

식량?”

식량 카트가 우리가 있더라고요.”

말도 안 돼.”

 

이런 것을 가지고 위안이 된다는 것이 너무 우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죽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일단 살아야죠.”

?”

그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윤한의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저 그의 말을 듣고 살기에는 너무 답답한 일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모르죠.”

?”

일단은 누나 좀 쉬어요.”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자 윤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손을 흔들고 멀어졌다. 세연은 지아의 옆에 앉았다.

 

그래도 윤한 씨가 대단해요.”

뭐가?”

언니 쓰러졌는데 기내에서 구한 게 윤한 씨에요. 다들 비행기에 불이 날 수도 있다고 그러는데 저기에 들어가더라고요. 언니를 구한다고.”

나를 구해?”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절대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거였다.

 

신기하네.”

그렇죠?”

그런데 지금 어디에 간 거야?”

아마 남자들 물고기 잡고 있을 거예요.”

물고기?”

식량 가지고 부족하잖아요.”

 

세연은 무릎을 안으며 옅게 웃었다.

 

그래도 바로 딱 정리가 되더라고요. 남자들이 그런 거 하고. 승무원들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조율하고요. 그리고 사람들도 모두 그 말을 따라요. 누구 하나 탓 하는 사람이 없는 거 있죠.”

다들 바로 받아들인 거야?”

그래서 무서워요.”

 

세연의 말에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너무 순진하게 받아들여요.”

 

세연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더욱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분명히 더 화를 내고 그래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일이 없으니 언젠가 터질 거라는 이야기인 거잖아요. 차라리 지금 터지면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고 터지면 그게 더 크게 터질 거예요.”

그래.”

 

순간 지아는 엄청난 갈증을 느꼈다.

 

저기 물 있어?”

. 물이요.”

 

세연은 다급히 페트병을 건넸다. 지아는 미지근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약간 부족하게 느껴졌다.

 

더 있어?”

안 돼요.”

?”

언니 그렇게 갑자기 뭐 마시면 안 돼요. 그리고 여기에 생수가 없어요. 샘물을 걸러서 마시고 바닷물을 증류해서 그 이슬을 마시는 정도인데 그거 가지고 부족해요. 언니도 적응해야 할 거예요.”

증류?”

 

지아는 혀로 이를 훑었다. 속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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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 여기에 모이신 거죠.”

 

지웅의 인사에 모든 사람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지웅은 손뼉을 치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는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먼저 소개를 하도록 하죠. 일단 저희 확인된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전부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섬이 꽤나 커서 다 확인은 안 되거든요. 저는 이 비행기의 사무장이었던 구지웅입니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이어서 세라가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승무원 이세라입니다.”

안녕하세요. 승무원 성진아입니다.”

 

진아도 따라서 일어나서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 나라는 심호흡을 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승무원 유나라입니다.”

 

나라의 인사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나라는 옆에 앉은 윤태를 바라봤다. 윤태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아와 눈이 마주쳤다. 윤태는 뭔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