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5장. 어쩌다 우리]

권정선재 2016. 11. 9. 17:23

5. 어쩌다 우리

아니 이게 누구야?”

안녕하세요. 이윤태 씨.”

지금 이렇게 친한 척을 하는 건가?”

 

지아의 인사에 윤태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이봐요. 강 기자. 아까는 그렇게 도망을 치고 지금 와서는 이렇게 친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뭐야?”

여기 기내에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이러면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텐데요.”

당신 자리가 어딘데?”

 

윤태는 지아가 말릴 틈도 없이 그녀의 손에서 티켓을 가져갔다. 그리고 자리를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내 건너편이네.”

아니요.”

 

지아는 그 티켓을 다시 가져오며 고개를 저었다.

 

맨 뒤에 앉기로 했거든요.”

맨 뒤?”

무슨 일입니까?”

 

지웅이 나서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굳이 여기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아니긴.”

 

윤태가 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서준이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윤태가 당황한 사이에 지아는 그대로 뒤로 향했다.

 

그럼 편한 시간 되십시오.”

 

지웅은 다시 앞으로 향했다. 윤태는 억울하다는 눈으로 서준을 바라봤다.

 

형 뭐야?”

뭐가?”

도대체 왜 저 여자의 편을 드는 건데? 형 도대체 뭘 알고 그러는 거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일단 조용히 해.”

 

서준이 평소와 다르게 차갑게 말하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출발하면 말해줄게.”

?”

이륙하면 말한다고. 너 가서 따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윤태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했지만 마지 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답이라도 듣는 게 다행이었으니까.

 

꼭 말을 해야 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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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에요?”

아니야.”

 

윤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자리를 살피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꽤 괜찮은 선배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하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아무튼 반갑다.”

. . 짐 주세요.”

 

지아가 캐리어를 올리려고 하자 윤한이 대신 올려주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여행은 왜 가는 거야?”

항공권이 싸서요.”

?”

 

지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윤한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이게 작가의 좋은 점이잖아요.”

작가의 좋은 점.”

 

지아는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평일에 이렇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게 부러운 일이었다.

 

대신 돈은 못 벌잖아.”

그렇죠.”

 

윤한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마 제가 알기로는 제가 버는 돈이 노인 연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돈보다 더 적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걸로 생활이 돼?”

부모님이 계시니까요.”

미쳤어.”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윤한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다시 세연이 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짐을 올렸다. 세연은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힘들다.”

자기 체력이 떨어져서 어떻게 해?”

곧 쇼니까요.”

 

세연은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 아메리카노도 진짜 백만 년 만에 마시는 거 같아요. 커피도 칼로리가 있어서 안 마시니까.”

이런. 그럼 제가.”

아니요.”

 

윤한이 미안한 표정을 짓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상관이 없어요. 저는 오히려 누군가와 같이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 걸요.”

 

세연의 미소에 윤한은 살짝 마음을 놓았다. 지아는 벨트를 바로 채운 후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이놈의 비행기는 늘 적응이 안 돼.”

안 좋아하세요?”

.”

 

지아는 가볍게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몸이 붕 뜨고 그러는 기분 그거 되게 기분이 나빠. 내가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행동이니까.”

.”

 

윤한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도 지아의 앞에 앉아서 벨트를 맸다. 윤한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고 벨트를 맸다.

 

그런데 윤한이 너는 거기에 뭐가 있어서 가는 거야?”

몰라요.”

?”

아무 것도 모르고 가는 거예요. 돈도 미화만 겨우 가지고 가는 걸요. 그냥 거기에 가서 부딪치는 거죠.”

하여간 베짱도 좋다.”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일단 이륙을 하는 순간까지는 마음을 놓고 싶었다.

 

소설이라니 멋져요.”

모델이 더 멋져요.”

아니요.”

 

윤한의 칭찬에 세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소설이라는 것은 자기가 직접 뭔가를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하지만 모델은 그저 누군가가 해주는 것을 할 따름이에요.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소설가가 더 멋있는 직업이 되는 거죠.”

그런 게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에 있더라고요.”

 

세연의 묘하게 쓸쓸한 어조에 윤한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세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윤한도 입을 내밀고 수첩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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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승객이 진짜 적네요.”

그러게.”

 

세라의 말에 지웅은 이리저리 목을 풀며 기지개를 켰다.

 

마지막 비행이라고 배려하는 건가.”

마지막 비행이요?”

모르셨어요?”

?”

 

나라의 대답에 세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웅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혀를 살짝 내밀고 옅게 웃었다.

 

지상직 신청했어.”

선배.”

그 동안 비행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이제 나이가 서른아홉이야. 언제까지 이런 것만 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요.”

. 그리고 지상직 신청이 아니면 퇴직하기로 했어. 물어보니까 내가 퇴직금이 꽤나 나오더라고.”

너무해.”

 

세려가 입을 내밀자 지웅은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고개를 저었다. 세라는 그런 그를 밉지 않게 흘겨봤다.

 

그걸 사랑하는 후배에게 말을 안 하셨어요?”

나라에게 말했는데?”

저는요?”

맞네.”

 

지웅이 손을 모으며 울상을 짓자 세라는 입을 쭉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언니. 선배. 오늘 마지막 근무래요.”

?”

 

여성 승무원의 놀란 표정에 지웅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뒤를 따라온 남성 승무원도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입니까?”

구 사무장님 오늘 마지막 비행이시랍니다.”

마지막요?”

다들 왜 이래?”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서운해하는 표정을 보니 뭔가 미안했다.

 

내가 뭔가 사랑을 받은 사람 같잖아.”

맞잖아요.”

 

세라의 투정에 지웅은 밝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 이제 이륙합니다. 준비하죠.”

 

지웅은 익숙하게 기내 안전 교육을 위한 물품들을 승무원들에 건넸다. 세라는 가볍게 그의 손등을 때리고 자리로 향했다. 지웅은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아쉽다고 말을 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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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낸 거래.”

?”

기사를 쓴 건 사실이야. 그런데 크로스체크를 하다가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 그냥 갖고만 있던 거래.”

그게 무슨?”

 

서준의 말에 윤태는 멍해졌다. 그러니까 강지아가 일부러 자신을 죽이려고 그 기사를 낸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명확한 지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없애면 될 거였다.

 

그런데 왜?”

그걸 데스크에서 본 거지. 그리고 이거 기사가 된다고 하고 낸 거고. 지금 악플이 장난이 아니더라. 지금 휴대전화 데이터도 끄고 와이파이도 연결 안 하던데? 그냥 기본 업무만 보는 수준이야.”

무슨.”

 

윤태가 돌아보려고 하자 서준이 그의 팔을 가볍게 때렸다.

 

모른 척 해.”

?”

그거 알면 뭐가 달라지냐?”

하지만.”

 

서준의 말에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고 눈을 감았다. 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밖을 보았다. 날이 좋지 않았다.

 

날씨가 안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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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님. 오늘 비행 괜찮겠습니까?”

일단 허가는 떴으니까.”

 

기장도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뭐 별 일이라도 있겠어?”

 

뭐 그렇겠죠?”

 

지웅은 가볍게 경례를 덧붙인 후 다시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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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이 안 좋다?”

그러게.”

 

힘들게 이륙을 하기는 했지만 기체는 여전히 불안했다. 비행이 되고 나서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진 적이 없었다.

 

왜 이러는 거지?”

그러게요.”

 

지아의 긴장된 표정에 윤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새 지아의 곁에 앉은 세연도 아랫입술을 물었다.

 

비행기가 그 동안 이런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승무원들의 표정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순간 엄청난 난기류가 기체를 덮치고 엄청난 요동이 시작됐다.

 

뭐야! 이거!”

누나 머리. 머리 보호해요.”

 

윤한의 말에 지아와 세연은 몸을 둥글게 말고 머리를 감쌌다. 윤하은 손에 차고 있는 염주를 손에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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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괜찮은 거예요?”

 

나라의 질문과 동시에 뭔가 충격들이 잇따라 비행기와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그것이 진정이 되는 순간 시동이 꺼지는 느낌. 지웅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선배.”

엔진이. 죽었어.”

?”

 

지웅은 벨트를 풀고 재빨리 조종실로 들어갔다. 기장과 부기장도 당황한 채 이것저것 누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무슨?”

버드 스트라이크.”

? 젠장.”

 

순간 엄청난 충격이 기체를 덮쳤다. 난기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비행기의 고도는 곧 떨어질 거였다.

 

일단 자리로 돌아가요. 구 사무장.”

. 알겠습니다.”

 

지웅은 자리로 돌아와서 벨트를 맸다.

 

선배.”

괜찮을 거야.”

 

지웅은 걱정이 가득한 나라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야. 우리 기장님 훌륭한 분이야.”

정말로요?”

그럼.”

 

지웅은 나라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하지만 지웅도 손이 축축하게 젖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마지막 비행까지 스팩타클하네.”

 

지웅은 헛기침을 하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순간 지웅의 표정이 변했다.

 

머리를 숙이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세요! 머리를 숙이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세요! 머리를 숙이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세요!”

 

나라도 세라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짓더니 외치기 시작했다.

 

머리를 숙이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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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일단 이대로 있어.”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가 그러니까 뉴욕이나 가자고 했잖아.”

거기는 뭐 다를 줄 알아. 젠장.”

 

서준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더욱 숙였다.

 

이윤태. 정신 차려.”

 

서준은 손을 내밀어서 윤태의 손을 잡았다. 윤태는 원래 비행을 별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윤태의 손이 떨렸다.

 

괜찮을 거야.”

그래. 괜찮을 거야.”

 

그리고 서준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비행기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