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장. 계속 되는 악연]

권정선재 2016. 11. 7. 13:52

3. 계속 되는 악연

그쪽도 조심해요.”

?”

 

윤태의 갑작스러운 경고에 세연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들었다.

 

세연아. 나 먼저 갈게.”

. 언니 가요.”

어디를 가?”

.”

 

지아는 윤태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그를 마구잡이로 잡아끌었다. 세연은 입을 내밀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남은 음료수를 쓰레기통에 버린 후 기지개를 한 번 폈다. 공항은 부산스러웠다.

 

다들 행복해보이네.”

 

자신만 빼고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세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가방을 맸다. 유난히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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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짓이야?”

너야 말로 뭐 하는 거야?”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남의 밥줄 끊을 일 있어?”

그걸 지금 강지아 당신이 할 이야기야? 내 커리어는. 내 커리어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고 당신의 커리어만 문제라는 거야?”

그건 이미 망가진 거잖아.”

뭐라고?”

 

지아의 차가운 대답에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지아의 담배를 빼앗아 버렸다.

 

뭐 하는 거야?”

강지아. 당신은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당신은 지금 손에 펜이 아니라 칼을 들고 있는 거야. 그 칼은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거고 살릴 수도 있는 거라고.”

그래서?”

당신은 그걸 마음대로 휘두른 거라고!”

그래.”

 

지아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윤태가 이렇게 화를 내는데 그녀가 뭔가 변명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만히 윤태를 노려봤다.

 

네가 잘 하지 그랬어?”

뭐라고?”

이윤태 씨. 정말 나에게 걸린 게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거 그런 기사가 나올 거리가 안 되다고 생각해?”

친구야.”

그래. 친구.”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시간에 그 술자리에 있었던 것은 사실로 알고 있는데?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것까지 아니라고 할 건가?”

그건 아니지만.”

 

윤태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지아는 담배 하나를 다시 입에 물고 멀리 연기를 뿜었다.

 

어차피 이 판이 다 그런 거 자기가 더 잘 알고 있으면서 지금 누구 탓을 하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이게 내 잘못이다?”

내 잘못만은 아니라는 거죠.”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봐요. 강지아 씨. 강 기자. 내가 당신을 얼마나 신뢰한 줄 압니까? 당신은 내가 진짜로 믿었다고요.”

누가 믿으래?”

뭐라고요?”

이윤태 씨. 이러는 거 너무 우습지 않니? 그렇게 자기가 당당하면 앞에 나서서 말을 해. 나에게 이러지 말고. 자기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무작정 털어놓을 수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친구들하고 파티를 한 거라고요. 그리고 걔랑 같이 나온 거고! 강 기자가 다 알면서 그래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녀도 모두 알고 있는 일이었으니까. 누구와 간 것인지.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미 크로스체크를 통해서 확인을 한 일이었다. 그래서 기사로 내지 않은 거였고.

 

이미 어쩔 수 없어.”

정정 기사 내요.”

정정 기사?”

 

지아의 목소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 될 건 뭔데요?”

이봐요. 이윤태 씨.”

내요. 고소할 거야.”

고소?”

 

윤태는 차가운 눈으로 지아를 노려봤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나라고 그 기사를 내고 싶었는지 알아? 이쪽이 어떤 판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조심성이 없게 행동해? 지금이라도 당장 그냥 친구라고 SNS건 뭐건 올리란 말이야. 그러면 다 수그러들 테니까.”

그걸 왜 내가 해야 하는 겁니까?”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내가 아닌 일을 당신이 기사를 쓴 건데. 강 기자 당신이 나에 대해서 그런 기사를 쓴 건데 도대체 내가 왜요?”

세상이란 게 원래 그래.”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담배 연기를 윤태의 얼굴에 뿜었다. 그리고 담배꽁초를 버린 후 그대로 흡연실을 나갔다. 윤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그런 지아의 뒤를 바라보다 바닥을 한 번 차고는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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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찾으셨어요?”

.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윤한의 여권을 받아서 티켓을 발권했다.

 

비상구 좌석 해드렸고요. 지금 더 늦으시면 면세점 쇼핑을 제대로 못하실 수도 있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고맙습니다.”

 

윤한이 멀어지는 걸 보며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자기 여권 관리를 저렇게 못하나?”

아까 그거 연예인 거였어요.”

연예인?”

 

나라의 말에 지웅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

이윤태요.”

이윤태? . 그 여자랑 호텔에 있었다는.”

 

그거 다 루머래요.”

 

나라가 발끈하자 지웅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 비행기이니 누구 말이 맞는지는 이제 확인하고. 그래도 오늘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렇죠.”

 

나라도 탑승객 목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일 비행기라서 그런 것인지 시간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인지 서른 명 안팎.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미리 예약한 사람의 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른 승객도 다 오겠죠?”

아마도?”

 

나라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자 지웅은 입을 내밀고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때리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그러면 안 되지.”

알겠습니다.”

 

나라가 다시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자 지웅은 미소를 지었다. 지웅은 앞으로 오는 손님에게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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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 어떻게 된 거야?”

서 매니저.”

 

입국장으로 들어가던 지아는 서준에게 붙들렸다.

 

애기 좀 해.”

 

이미 자기 배우랑 얘기 다 했어.”

자기가 한 거 아니잖아.”

 

서준의 말에 지아의 걸음이 멈췄다.

 

또 데스크에서 자기 책상 뒤진 거지?”

이윤태한테 말하지 마.”

 

지아의 대답에 서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가만히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그거 달라질 거 없어. 내가 애초에 쓰지 않으면 되었던 거니까. 쓴 기사가 나온 거 뿐이야.”

크로스체크 여기저기 들어갔다는 이야기 들었어. 그러고 나서 자기도 납득을 했다는 거 들었고.”

그랬지.”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이걸 되돌릴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내 일이 좋아. 그건 자기도 마찬가지일 거야. 아니야?”

그래. 나는 매니저 하는 게 좋아. 그러니까 당신도 기자 일이 좋아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내가 오래 본 강 기자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건 옆에서 보는 사람으로 그다지 마음이 좋지는 않다.”

 

지아는 서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냥 나 원망하게 해. 그리고 이윤태 곧 다시 활동할 거야. 뭐 그 이후에 아무런 말이 없으니까.”

그래. 이번 여행 다녀오면 바로 일이 생기겠지. 자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기사를 쓸 수 있을 거고.”

.”

 

지아의 미소에 서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내 얼굴에서 어두운 기색을 모두 밀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디에 가는 거야?”

휴가.”

나라는?”

 

지아는 티켓을 내밀었다. 서준은 티켓을 보고 살짝 미간을 모았다.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우리도 여기 간다.”

?”

 

지아는 입을 막고 주위를 둘러봤다. 천하의 이윤태랑 다시 만나야 하다니. 그녀로는 꽤나 골치가 썩는 일이었다.

 

자리는?”

근처인 거 같은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뭐가 되도 되겠지. 아무튼 자기가 이윤태 좀 잘 달래줘. 부탁 좀 할게.”

.”

 

서준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멀어지는 지아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강지아. 너 왜 그렇게 힘든 길만 가려고 그러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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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여기 티켓 흘리셨는데요.”

아 고맙습니다.”

 

윤한은 바닥에 떨어진 티켓을 주웠다. 그리고 고개를 든 순간 놀란 표정을 짓자 세연은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맞아요.”

여기 가세요?”

?”

저도 같은 곳 가는데.”

인연이네요.”

 

세연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있는 윤한은 패션 감각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 저기 커피 마실래요?”

?”

아니 작업이 아니라. 그러니까.”

좋아요.”

 

세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세연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먼저 카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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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거 같은 사람이 있어요?”

당연하지.”

싫다.”

 

나라가 울상을 짓자 지웅은 커피를 건네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때는 그냥 나를 불러.”

하지만.”

이럴 때 남자 직원 있는 거다. 그런 지질한 것들은 여자들은 무시하면서도 남자에게는 못 그러거든.”

그렇구나.”

 

나라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양손으로 커피 컵을 꼭 잡았다. 거기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마치 지웅이 주는 온기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