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4장. 원수는 기내에서 만난다.]

권정선재 2016. 11. 8. 14:19

4. 원수는 기내에서 만난다.

그러니까 형은 왜 그 여자 편을 드는 거냐니까?”

누가 편을 든다고 그래?”

 

서준은 윤태의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에 안 들어.”

기분 좀 풀어라.”

형은 그럴 수 있어?”

뭐가?”

그런 일이 있었는데.”

 

윤태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말하자 서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윤태는 그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형 뭐야?”

뭐가?”

지금 강지아랑 친하다고 이러는 거지?”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네가 조금 더 객관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보라는 거야. 너 휴가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이런 휴가 잘 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둘 다 부인하면서 오히려 강 기자 혼자서 욕 다 먹고 있다.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너도 이제 그만해. 오히려 이슈가 된 거잖아.”

뭐라는 거야?”

 

윤태가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자 서준은 주위 눈치를 살피며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하지만 윤태는 여전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너 미쳤어?”

형이야 말로 미쳤어?”

내가 뭘?”

아니 이 상황에서 나를 안 챙기고 도대체 그 여자를 챙길 수가 있는 거냐고?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지.”

네 편이야. 네 편이니까 이런 말 하는 거야. 기자들 알지? 자기들 다 같은 패거리라고 생각을 하는 거.”

그게 뭐?”

네가 강지아 뭐라고 몰아세우기만 하면 다른 기자들도 너를 은근히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거야.”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준의 말도 아예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은 그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강 기자도 해명 기사 못 내는 사정이 있을 거야.”

무슨 사정?”

데스크.”

 

서준의 대답에 윤태는 심호흡을 했다. 그 역시 대충 생리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론사라는 것들이 얼마나 자존심이 센 것인지. 윤태는 그냥 벨트를 하고 눈을 감았다. 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언니 지금 들어가요?”

. 세연 씨.”

 

세연은 반가워하며 지아에게 다가갔다. 지아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주위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다행히 윤태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세연과 나란히 걸었다.

 

그런데 거기 왜 가는 거야?”

화보요.”

. 화보.”

언니 이거 기사 좀 내줘요. 나 완전 왕따잖아.”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는 세연에 대해서 그녀 역시 이미 잘 알고 있기에 너무 안쓰러웠다. 지아의 표정에 세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

 

아니에요.”

강 기자 언니도 이미 다 알고 있을 텐데 말이에요. 내가 갑자기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온 거지. 내가 잘나서 그런 건 아니니까.”

자기 잘 났어.”

그런가?”

 

지아의 눈에 그제야 세연과 같이 걷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보였다.

 

누구?”

. 소설가님.”

소설가?”

 

세연이 눈치를 주자 윤한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권윤한이라고 합니다.”

권윤한?”

 

지아는 살짝 눈치를 살피다 손뼉을 쳤다.

 

! 고대 문예창작학과 아니야?”

 

윤한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지아를 보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밝은 웃음을 지었다.

 

선배.”

너 뭐야?”

선배야 말로 뭐예요? 기자에요?”

? .”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큰 목소리로 기자라고 말을 해줄 수 있는 직업도 아니었다.

 

우와. 여기에서 다 만나네.”

아는 사이에요?”

.”

신기하다.”

 

세연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지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둘은 어떻게 알아?”

제가 떨어뜨린 걸 윤한 씨가 주워줬거든요. 그래서 제가 커피를 대접했어요. 그리고 가는 길도 혼자 가면 심심하고.”

저도 혼자 가는 거고요.”

설마.”

아니에요.”

아닙니다.”

 

지아가 미간을 모으자 세연은 가위 자를 그리고 윤한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신 세연이 자기는 스캔들 있으면 내가 터뜨릴 거다.”

그래 주세요. 저 연애 좀 하고 싶어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윤한이 너는 소설가?”

. 로맨스 소설을 써요.”

로맨스?”

. 좀 그렇죠?”

아니. .”

 

남자가 로맨스 소설을 쓴다고? 이 말이 목 끝까지 치밀었지만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사람이 너무 없는 거 같다.”

서른셋이래요.”

서른셋?”

승무원이 다섯 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장, 부기장까지 딱 마흔 명. 마흔 명만 타는 비행기래요.”

그건 어디에서 들은 거야?”

윤한 씨가 대단하더라고요.”

 

세연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얘가 뭐가 대단해?”

수다가 엄청나요.”

수다?”

수다까지는.”

 

윤한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카페에서 저희 비행기 사무장하고 승무원을 만났는데 갑자기 그런 걸 묻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에서도 순순히 대답을 하는 거 있죠?”

얼떨결에 대답한 걸 걸요?”

그래?”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타는 비행기라면 자리를 옮길 수 있어서 다행일 거였다.

 

그런데 윤한이 너는 자리가 어디야?”

맨 뒤요.”

맨 뒤?”

. 비상구 달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뭐 앞에 앉을 필요도 없고. 그리고 누나도 알고 있죠? 뒤가 더 안전한 거.”

비행기 사고 나면 누구나 다 죽고. 비행기 맨 앞과 맨 뒤에 블랙박스는 나누어져 있어. 뭘 모르고 그런 말을 해. 그리고 너는 비행기 타기 전에 재수 없게 그런 이야기를 막 하고 그러냐?”

아 그래요?”

 

윤한은 멋쩍은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이 너는?”

앞이요.”

나도 앞이야.”

그럼 내릴 때나 보겠네요.”

 

윤한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아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이윤태는 앞에 앉을 거였다.

 

세연 씨 우리도 뒤로 갈래?”

?”

자리가 나면.”

.”

 

세연은 잠시 윤한과 지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지아의 가방을 들었다.

 

제가 들겠습니다. 누나.”

너랑 세연 씨 엮는 거 아니야.”

알고 있어요.”

 

먼저 앞서가는 윤한을 보며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친하셨나봐요?”

제가 워낙 성격이 좋아.”

그래 보여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윤한의 뒤를 따랐다.

=================

? 아까.”

. 안녕하십니까.”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윤한의 티켓을 받았다. 오늘 유난히 윤한과 자주 부딪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금 편하시겠어요?”

. 승객이 적다고 편한 건 아니죠.”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윤한은 나라에게도 눈인사를 하고 기내로 들어갔다.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분 대단한 거 같아요.”

그러게.”

몇 명이 타는지 묻고.”

그거 원래 말하면 안 되는데.”

그래요?”

테러범일 수도 있잖아.”

테러요?”

 

나라가 놀란 표정을 짓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저 승객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선배가 그런 말을 하니까 괜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하여간 선배는 왜 그런 이야기를 해요?”

미안합니다.”

 

지웅은 양손을 모으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승무원인 세라이 두 사람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뭐야?”

뭐가?”

좋아해?”

뭐래.”

 

지웅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을 토해내고 이마를 짚었다.

 

. 내 조카랑 동갑이야. 스물넷. . 나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리다. 박세라. 엮을 사람을 엮어라.”

. 사무장님.”

 

세라는 장난스럽게 경례를 덧붙였다. 그리고 들어오는 지아의 티켓을 받아들었다. 지아는 잠시 머뭇거렸다.

 

저 혹시 뒤에 앉아도 되나요?”

?”

 

세라가 지웅을 바라봤다. 지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좌석은 많이 남을 거 같습니다. 보통 앞쪽을 더 선호하시니까. 뒤에 앉으셔도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맨 뒤로 가면 되나요?”

잠시만요.”

 

지웅은 잠시 미간을 모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는 방금 지나간 윤한 정도만 앉을 거 같았다.

 

맨 뒤로 가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지웅은 지아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지아가 걸음을 멈췄다.

 

강지아?”

 

맨앞에 앉아있던 남성 승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웅이 무슨 일인가 따라들어가는 사이 세연이 기내에 탑승했다.

 

저기 자리 옮겨도 될까요?”

자리요?”

 

나라는 세라를 보고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세연은 밝은 표정으로 기내에 들어가다가 멈칫했다.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지아와 윤태. 그리고 그 사이의 지웅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