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1장. 그들의 이야기]

권정선재 2016. 11. 3. 12:15

1. 그들의 이야기

말도 안 돼.”

어쩔 수 없잖아.”

 

서준의 말을 들은 윤태는 펄쩍 튀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서준의 말처럼 그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너 한국에 그냥 있으면 온갖 소문이 다 너를 괴롭힐 거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그냥 있는 다고?”

그렇다고 내가 외국으로 가면? 사람들이 아. 그 사람은 아무런 잘못도 없구나 그럴 거 같아? 아니지. 아 이윤태. 정말로 여자랑 클럽에 가고 그래서 도망이라도 가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을 할 거 아니겠냐고.”

 

윤태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서준을 노려봤다.

 

형은 뭐 한 거야?”

내가 뭐?”

기사를 막았어야지.”

내가 어떻게 막아?”

 

서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태는 그런 서준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형이 내 매니저잖아. 돈 받아가면 그 정도 일은 당연히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러냐고!”

그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고. 네가 그 여자랑 있었던 것은 사실 아니야? 너도 나에게 말 안 하고 간 거잖아.”

그러니까 그건.”

 

서준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고 윤태의 팔을 밀어냈다.

 

나도 미치겠다.”

나 그럼 어떻게 하라고?”

일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기를 바라야지. 다행히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거야. 네가 톱모델하고 술을 마셨다는 소문 정도야. 뭐 비디오가 있다고는 하지만 곧 그런 영상이 없는 건 알겠지.”

젠장할.”

 

윤태는 욕설을 내뱉고는 먼 하늘을 바라봤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미친년은 뭐래?”

연락이 안 돼.”

연락이 안 된다고? 강지아 개또라이 같은 년. 자기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그래도 아는 사이끼리.”

그러니 더 편하지.”

 

서준의 덤덤한 대답에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얼마나 가있어야 할 거 같아?”

모르지.”

나 그러다 잊혀져.”

 

차라리 그 편이 나을 수도 있어.”

 

바로바로 대답하는 서준의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자와 시간을 보낸 것은 그였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청춘 스타 이윤태. 변태적 섹스 즐겨. 이게 말이 되는 거냐고! 나 정말 걔랑 와인만 마시고 얘기만 했다고.”

 

하지만 윤태의 항변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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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과 안 하실 겁니까?”

그래.”

 

편집장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내가 와 사과를 하니?”

편집장님.”

 

지아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편집장은 다급한 그녀와 다르게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강 기자가 그 기사 쓴 거 아니니?”

그건 맞지만.”

나는 편집장이고. 자기가 쓴 기사를 낸 거 뿐이야.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니? 없는 거 같은데?”

그거 사실이 아니라고요. 제가 그냥 조사해서 쓴 거예요. 거기에 맞는 거 하나도 없다고요. 아시잖아요.”

 

사람들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야.”

 

편집장은 반쯤 먹은 사과를 쓰레기통에 넣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리고 지아를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도 알잖아?”

편집장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재미있는 소식이야. 가십. 연예계 뉴스에서 뭘 바라겠어? 대통령이 뭐 했는지? 비선 실세라는 그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그런 거 하나도 안 궁금해. 그냥 가십. 그거면 되는 거야.”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지아가 주먹을 쥐고 말하자 편집장은 웃음을 터뜨린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뭐 어떻게 하게?”

그만 둘 겁니다.”

뭐라는 거야?”

 

편집장은 지아의 말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이리저리 목을 풀며 한숨을 토해내고 씩 웃었다.

 

휴가 다녀와.”

편집장님.”

그거면 될 거야.”

 

지아는 주먹을 세게 쥐고 편집장실을 나섰다. 편집장은 한숨을 토해내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문을 바라봤다.

 

나도 젊을 땐 다 그랬다.”

 

편집장은 다시 시선을 모니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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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날씨 좋다.”

 

윤한은 공항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이었다.

 

“2만원 항공권이라니.”

 

폭탄 특가. 이것을 떠날 수 있는 것도 그가 소설가라는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덕분일 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을 버는 건 아니었지만.

 

한국. 안녕.”

 

약간 쌀쌀한 날씨. 윤한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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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됐어.”

 

매니저의 사과에 세연은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고쳤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언니 잘못도 아니고.”

미안.”

후발로 올 거 아니야?”

당연하지.”

그럼 됐어.”

 

세연은 선글라스를 쓰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선배들도 다 언니랑 같이 오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럼 차라리 나아. 어차피 나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온갖 잔소리에 심부름. 나 그런 거 못 견뎌.”

그렇지?”

 

매니저의 얼굴이 밝아지자 세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매니저의 팔을 밀었다.

 

언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지?”

? 아니.”

 

매니저의 표정의 변화. 세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와 같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이른 나이에 떠버린 모델. 그리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자존심. 다 알고 있었다.

 

아무튼 언니는 나 신경 쓰지 마. 내가 뭐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그런 거 다 할 수 있어.”

그래. 그럼 나는 다른 애들 픽업하러 갈게.”

그래.”

 

매니저가 멀어지고 세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시끄러운 소음. 사람들. 그나마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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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첫 비행이라고?”

? . 맞습니다. 선배님.”

 

나라의 언 모습에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마치 저런 모습이었을 거였다.

 

너무 그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오늘이 마지막 비행이거든.”

 

지웅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자 나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라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지웅은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이건 비밀.”

비밀이란 말씀입니까?”

지상직을 신청했는데 그게 통과가 되지 않으면 그냥 그만 두려고 하는 거거든. . 이제 승무직도 할 만큼 했고 너무 귀찮아서. 뭐 이제 막 비행기를 타는 신입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지웅은 주우의 눈치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긴장은 하고 있지?”

.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목적지까지 걸어간다고 생각을 하면 돼. 그래도 비행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있는 표정. 그런 건 다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나라의 긴장이 가득한 표정에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오늘 기장 싸가지다.”

?”

 

나라는 울상이 된 채로 먼저 멀어지는 지웅의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