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재회
“살아있었네요.”
“내가 죽기라도 바랐어요?”
지아의 날카로운 말에 윤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뭐가 된 건데요?”
“됐다고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윤태의 말에 지아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살아있으니까요.”
윤태는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윤태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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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
“모르지.”
윤태의 물음에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비행기가 사라진 것은 다들 알 거라는 사실이야. 다만 어디에 갔는지는 모르겠지.”
“지금 2016년이야. 이런 거 하나 못 찾을까?”
“어려울 거다.”
서준의 대답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서준은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여기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정말 미치겠다.”
“형 괜찮아?”
“나는 뭐냐!”
서준이 갑자기 버럭하자 윤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가?”
“내가 도대체 왜 너랑 여기에 와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건데?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건데? 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너랑 여기에 유배처럼 와서 이래야 하는 거냐고! 정말 미치겠다.”
“형.”
“됐어.”
윤태가 손을 내밀었지만 서준은 그대로 멀어졌다. 윤태는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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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네.”
“네?”
“말했잖아요.”
윤한의 물음에 세연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 사람들이 싸울 거라고.”
“아.”
“이제 자신들의 감정이 부딪치기 시작할 거에요. 여기에서는 다들 무서우니까 그렇게 될 거예요.”
“그렇겠죠.”
윤한은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더 집었다. 세연은 숨을 한 번 내쉬고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지금 너무 좋은데.”
“네?”
“그래도 우리는 살아있는 거잖아요. 우리 말고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가 없는 거니까요.”
“그렇죠.”
윤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연의 말이 옳았다. 일단 살아있는 게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이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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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생존자가. 그 자리를 바꾼 여성 분. 이름이?”
“강지아요.”
“그래. 강지아.”
지웅은 메모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같이 있는 여자가 모델 멩세연 씨. 그리고 남자가 권윤한. 맞지?”
“네. 맞아요.”
나라의 대답에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배우 이윤태 씨와 매니저 서준 씨.”
“여기에서는 갈라진 거 같던데요?”
화장실에 다녀온 세라의 말에 나라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라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차석우 한기쁨 부부.”
“중년의 남성 분. 성함이. 아 임길석 씨. 그리고 대학생이라고 했나? 표재율.”
“그리고 그 막내 이번에 대학 갔다고 온 남매 분들. 라시인, 시안, 시우.”
“그래.”
“뭐 하고 계세요?”
진아까지 나타나자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우리가 몇 명인지 이름하고 파악 좀 하고 있었습니다. 식량 같은 것을 나눠야 할 테니까요.”
“나눠야 할까요?”
세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아마 각자 관리하라고 하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올 거고. 그거 나중에 분란이 될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계속 배급할 수도 없는 겁니다. 우리가 일단 지금 승무원이기에 이 분들을 케어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언제 구조가 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기는 하죠.”
진아는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머리가 너무 복잡한 그녀였다.
“아니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
“버드 스트라이크라니까. 그리고 기상도 별로 안 좋았잖아. 기장님의 선택이기는 했지만 말이죠.”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살았으니 다행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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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다니실 수 있겠어요?”
“응.”
윤한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이제 좀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그런데 다들 뭘 하고 있는 거야?”
“일단 여기는 비가 잘 오지는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늘막에만 있으면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뭔가를 하기는 해야 하잖아요. 남자들은 낮에는 물고기도 잡고. 저녁에는 집도 짓고 있어요. 탐사도 하고.”
“남자가 많아?”
“음.”
윤한은 입을 내밀고 손가락을 헤아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있고. 이윤태? 거기랑 매니저. 신혼 부부 남편도 있고. 스무 살인 애랑. 대학생. 아저씨 한 명. 그리고 사무장. 여덟 명이네요.”
“많네.”
“다행이죠?”
윤한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일단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게 다행이었다.
“이것도 인연이다. 너랑 나랑.”
“그러게요.”
지아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봤다. 차라리 이렇게 도망을 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이게 차라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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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아. 응.”
서준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의 위로를 받는다는 게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자기랑 나랑 있는 거 보면 이윤태가 싫어할 텐데?”
“여기서도 매니저게?”
“어?”
“여기는 섬이다.”
서준은 이리저리 목을 풀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미 자기가 왜 그런 기사를 쓰게 된 건지 다 말했어. 우리 강 기자님 의지가 아니라 데스크가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미안하게 생각을 하지 마. 이미 이윤태도 이해를 하니까.”
“아 그래서.”
“응?”
“아니야.”
서준이 자신을 보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오해가 풀렸다는 게.
“그런데 여기에 있으니까 할 일이 없다.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가는 거 같아.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
“그럼 강 기자도 일 좀 해요.”
“뭐라고요?”
“다른 여자들도 간단한 건 하고 있어. 이제 아마 물고기를 잡는 건 여자들이 할 거야. 남자들은 섬 탐사를 해야 하니까.”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것 정도는 여자들도 도와야 뭐가 가능할 거였다.
“다들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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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더 쉬어도 되는데.”
“아니야.”
세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다른 여자들은 물고기의 배를 따서 말리는 중이었다.
“이거 하면 되는 거지?”
“언니 이런 거 할 줄 알아요?”
“그럼.”
그토록 싫었던 일이었다. 아버지가 하던 일.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 하던 분이세요?”
“아. 저는 기자요.”
지아의 대답에 질문을 한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박수를 치고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다.
“저는 라시은. 그리고 여기는 제 동생 라시안이에요.”
“반가워요.”
지아는 시은과 악수하고 시안과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쪽은 기쁨 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 나이요?”
이런 데서 말을 해야 하는 건가? 지아는 순간 난처했지만 굳이 숨길 이유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만난 사람들이었으니까.
“저는 서른하나요.”
“그럼 가장 언니네요.”
“네?”
“남자는 임 사장님이 제일 형이고. 뭐 저희는 삼촌이라고 하기로 했지만요. 오빠 소리 못 들어서 많이 서운해 하는 거 같더라고요.”
“아.”
아마 지아가 기억을 잃은 사이 많은 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기자라니 너무 멋지다.”
“하나도 안 멋져요.”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기자가 꼭 사실만 쓰는 건 아니잖아요.”
지아의 허탈한 표정에 다들 눈치를 살폈다. 세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아는 묵묵히 생선을 손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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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네요.”
“그러게요.”
지웅과 윤한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계곡 너머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지만 계곡까지 내려갈 방법도 보이지 않았고, 건너갈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볼까요?”
“됐어요.”
시우의 물음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괜히 그랬다가 다칠 수도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은 얼마 없으니까.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가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니요.”
석우까지도 시우의 편을 들자 윤한도 고개를 흔들었다.
“다치면 진짜 어떻게 해요?”
“젊은 사람들이 폐기가 없네.”
길석은 이런 말을 하며 끙 하는 소리를 냈지만 자신이 내려가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지웅은 먼저 짐을 챙겼다.
“일단 돌아가죠. 내일은 이 옆으로 가보죠.”
“지금 가보지.”
“너무 늦었습니다.”
윤태는 절벽 아래를 바라봤다. 살짝 디디면 될 것 같았다.
“될 거 같지?”
“네? 아마?”
시우에게 물어본 윤태는 살짝 눈치를 살피더니 바로 아래로 내려갔다. 서준이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그는 상당히 내려간 상태였다.
“뭐 하는 거야!”
“여기 뭐가 있는데. 으앗!”
그대로 윤태가 미끄러지는 목소리. 지웅과 윤한은 재빨리 아래를 바라봤다. 윤태가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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