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멍청한 남자
“그런데 이윤태 씨랑은 왜 사이가 안 좋아요?”
“아.”
세연의 물음에 지아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을 말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딱히 숨길 것도 없었다.
“그 이윤태 요즘 인기 시들한 거 알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
“그 기사 내가 쓴 거야.”
순간 세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아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자기도 내가 싫지?”
“아니요.”
“거짓말.”
“뭐. 저는 이미 업계에서 충분히 미움을 받고 있으니까요. 대중이 미워하면 그래도 조금 저를 좋아해주지 않을까요?”
세연의 덤덤한 고백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하늘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가?”
“그나저나 남자들 왜 안 오지?”
“어디 갔어?”
“아까 그랬잖아요. 섬 파악.”
“파악?”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숲을 바라봤다.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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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윤태! 괜찮아!”
“어 괜찮아!”
다행히 윤태는 크게 다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친 새끼.”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난처한 표정으로 다른 남자들을 바라봤다. 걱정이었다.
“어떻게 하죠?”
“내려갈 방법은 없습니다.”
서준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서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스스로 내려간 거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내려가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이 사람.”
서준은 길석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젊은 사람들이 패기가 없느니. 그런 말을 한 거라고요. 이 사람은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이 사람이라니!”
길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준을 노려봤다.
“지금 젊은 사람이 뭐라는 거야?”
“아저씨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윤태가 굳이 거기를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내 탓이라는 건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거 참 억울하구먼.”
길석은 심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윤한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이걸로 해결될 것은 없었다.
“그런 말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어요. 일단 저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구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 거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구할 수 있다는 겁니까?”
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을 저기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기로 내려가는 길 같은 것은 없다고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서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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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윤태는 궁시렁거리며 위쪽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하지만 윤태가 혼자 이런 말을 하더라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윤태는 그러다 계곡을 바라봤다. 꽤 넓은 폭. 쉽게 건널 수 없을 것 같았다. 물살도 꽤 거센 편이었다.
“저리로 건너가면 뭐가 될 거 같은데.”
윤태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물끄러미 계곡을 바라봤다. 분명히 저 너머는 이곳과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곳이 섬이 아니라 어쩐 땅의 끝 부분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섬이라면 또 그것 나름대로 방법을 세울 수 있을 거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순간 위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왜!”
“너 거기에 있어!”
윤태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려갈 방법이 없어!”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준의 말이 옳았지만 이대로 다들 가버린다면 너무나도 공포스러울 것 같았다.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도대체 뭘 하란 거야!”
“젠장.”
윤태는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위에서 봉투 하나가 내려왔다. 윤태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물과 빵.
“이게 뭐야!”
“일단 내일까지 있어!”
“뭐라고?”
도대체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라는 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윤태가 당황하는 사이 위에서 옷가지가 던져졌다. 남자들이 상의를 벗어서 윤태에게 던져주는 중이었다.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일단 어두워지니까 잘 있으라고. 내일은 뭘 엮기라도 해서 너를 무조건 구할 테니까. 내 말 알아 들어!”
“알았어!”
윤태의 이 말을 끝으로 사람들은 돌아섰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고 무릎을 둥글게 말았다.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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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태는요?”
“떨어졌습니다.”
“네?”
윤한의 대답에 지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윤한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내려갈 수 없다고 하는 곳을 혼자서 내려갈 수 있다고 하더니 거기에서 미끄러져서요. 그래도 다행히 사람이 다치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위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러지.”
“그런 게 어딨어요?”
“네?”
“거기가 어디에요.”
지아의 말에 윤한은 침을 꿀꺽 삼키고 세연을 바라봤다. 세연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 왜 그래요?”
“무서울 거야.”
“언니.”
“거기에서 혼자 있을 수는 없잖아.”
지아의 단호한 말에 세연도 잠시 멍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 씨. 우리 거기에 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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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로 간다고?”
“네.”
지아의 말에 서준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그녀의 뒤에 윤한이 텐트 하나를 짊어진 상태였다.
“거기에서 이윤태 혼자서 못 있어. 그거 서 매니저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이윤태 무서운 거 안 좋아해.”
“그래서 뭐 한다고?”
“뭐라도 해야지.”
“강 기자.”
“나는 갈 거야. 같이 안 갈 거면 말리지 마요. 나는 그래도 서 매니저는 조금이라도 다를 줄 알았네.”
“무슨 일입니까?”
지웅이 나타났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지웅이라면 막을 수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절벽에 가려고요.”
“이 늦은 시간에요?”
“네.”
“위험합니다.”
“아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가 더 위험해요.”
“강지아 씨.”
“이 시간에 혼자 있는 사람의 마음 같은 거 생각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리고 거기에 내려 간 거 혼자 잘 해보려고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다 잘 해보자고. 그렇게 하려고 하다가 그런 거라면서요?”
“그거야.”
“그러니까요.”
지웅은 물끄러미 지아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어색하게 웃으며 혀로 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남자들이 가겠습니다.”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자신이 결심한 일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는 거였다.
“제가 갈게요. 남자들은 내일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거잖아요. 제가 가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왜 가려고 하는 겁니까?”
“빚이요.”
“빚이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에게 갚을 빚이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지웅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비켜났다. 지아는 짧게 고개를 숙인 후 세연과 윤한을 데리고 숲으로 사라졌다.
“무슨 일이에요?”
나라의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빚이 있다네.”
“네?”
알 수 없는 지웅의 말에 나라는 미간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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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멍청한 사람 아니야.”
“그러게요.”
윤한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
그 순간 뒤에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준이 땀을 뻘뻘 흘리며 그들의 뒤를 힘겹게 쫓고 있었다.
“여기 왜 와요?”
“그래도 여기에서 내가 이윤태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잖아. 뭐 지금 보니 강 기자가 더 잘 아는 거 같지만.”
서준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준은 지아의 손에 들려 있는 짐을 받아 들었다.
“추울 건데 그걸로 옷이 되겠어?”
“일단 불을 피우려고요.”
“미쳤어.”
“그런데 정말 내려가는 길이 없어요?”
“네.”
윤한이 대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분명히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거였다
“멀었어요?”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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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너무 추웠다. 이대로 있다가는 무서워서 죽는 것이 아니라 추워서 죽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공포였다.
“내가 미쳤지.”
도대체 무슨 객기로 내려온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뭐야?”
그리고 저 위에 불빛.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점점 더 가까워지자 손에 돌을 쥐었다.
“이윤태 씨!”
그러다 들린 목소리가 지아의 목소리라는 사실에 놀라며 손에서 돌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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