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와 재필의 사정 2
[과거]
“그래서 아직 일을 하고 온 거야?”
“어.”
재필이 미간을 모으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그 남자 뭔가 이상해. 너만 일을 시키는 거고 말이야. 혹시 너 막 좋아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니야.”
우리는 입을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재필은 여전히 의심이 가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아닐 수가 있어? 그렇게 너만 일을 시키는 건데 말이야. 돈도 더 안 주고 너무한 거 아니야?”
“돈 더 주는데?”
“어?”
재필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런 재필의 가슴을 가볍게 밀었다.
“우리 회사 일하는 대로 돈 다 줍니다.”
“그럼 일 더하지 그래?”
“뭐래?”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재필을 바라보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너는 하고 싶은 거 해.”
“고마워.”
재필도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고마워?”
재필은 우리의 손을 잡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아니라며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그거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우리는 재필의 손을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 자신과 다르게 꿈이 있어서 신기한 사람이었다.
“나는 네가 부럽다.”
“뭐가 부러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돈도 못 보는데?”
“돈이 중요해?”
“중요하지.”
재필의 쓸쓸한 대답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돈이라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말이야. 사람이 꿈을 갖고 사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 돈이야 누구나 벌 수 있는 거잖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꿈이라는 거 그런 거잖아.”
“꿈이라는 게 그런 건가?”
재필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왜?”
“그냥. 너한테 내가 너무 폐만 끼치고 그러는 거 같아.”
“폐는 무슨.”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재필을 품에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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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는 힘들지 않아?”
“뭐가?”
“아니.”
소망이 말끝을 흐리자 우리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았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안 힘들어.”
“정말?”
“응. 학교 다닐 적에 진짜 재필이 멋있었거든. 춤도 잘 추고. 그래서 나랑 사귀어주는 게 되게 고마웠어.”
“에?”
소망의 어이가 없다는 표정에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멋있었다니까?”
“진짜?”
“어.”
“그래도 지금은.”
“나보다 낫지.”
“뭐가 나은데?”
우리의 대답에 소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지금 내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도 잊은 채로. 내가 뭘 하고 싶은 지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살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재필이는 달랐거든.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게 돈이 안 되잖아.”
“그게 그렇게 중요해?”
우리의 밝은 목소리를 가진 물음에 소망은 아랫입술을 문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직 젊잖아.”
“그렇지.”
“서른까지는 자기가 꿈을 꾸는 거 그냥 도전해도 된다고 생각을 해. 이제 백세 시대라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되는 거야?”
“좀 다른 건가?”
우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혀를 내밀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꿈을 꾸는 걸 포기하고 이렇게 취업을 해서 살고 있으니까. 걔는 조금 더 자신이 바라는 꿈대로 갔으면 좋겠어. 어쩌면 내 이기심이지. 재필이에게는 이게 더 안 좋을 수도 있는 건데.”
소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숨을 한 번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별 이야기를 다 한다. 됐어. 너도 이상한 거 묻지 마. 네가 자꾸 그러면 내가 바보가 된 거 같아.”
“미안.”
소망의 짧은 사과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일을 하는 것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녀가 재미있어 하는 거니까. 오히려 잡히지 않는 것을 잡기 위해서 나가는 사람이 더 힘들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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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먹자.”
“웬 고기?”
“나만 회식하는 거 미안해서?”
우리가 싸온 고기를 보며 재필은 엄지를 들었다.
“역시 내 애인은 최고야.”
“고기 사준다고?”
“어.”
재필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재필은 그런 우리를 꼭 안았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재필은 우리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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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야근이야?”
“미안.”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온 우리를 보며 재필은 살짝 미간을 모았다.
“너무 한다.”
“어?”
“너만 일하는 거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미소를 지은 채 재필에게 다가갔지만 재필은 그녀를 피했다.
“왜 그래?”
“오늘 우리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게 다야?”
재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자 우리도 미간을 찌푸렸다.
“너 왜 그러는 건데?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일이 많아서 그러는 건데 이것도 이해를 못해?”
“내 잘못이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너 돈 번다고 유세해?”
“뭐?”
“내 시간은 안 중요해?”
“너도 네 시간 써. 쓰라고.”
우리의 대답에 재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그대로 나가버렸다.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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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회식에 맛있길래 가져왔어.”
“내가 거지냐?”
재필의 말에 우리는 몸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내가 너 먹던 거 먹는 사람이냐?”
“먹던 거 아냐.”
우리는 당황해서 변명했지만 재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뭐가 됐건. 네 회사는 뭐 매일 회식이냐? 회식 같은 거 안 가면 안 되는 거야? 그게 그렇게 중요해?”
“네가 아직 회사 생활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이거 되게 중요한 거야. 꼭 가야 하는 거라고.”
“아. 내가 회사 생활을 안 해서. 너를 이해 못한다. 지금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어?”
“아니.”
재필의 비꼬는 태도에 우리는 당황했지만 최대한 그를 이해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재필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이 집 내 집이야.”
“알고 있어.”
“네가 공과금을 다 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냐? 나는 무슨 너만 기다리는 개야?”
“누가 그렇대?”
“지금 그렇잖아!”
재필이 고함을 지르자 우리는 침을 삼켰다.
“싸우지 말자.”
“젠장.”
재필은 그대로 옷을 들고 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꾸만 다투기 시작했다.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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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부 다 네 잘못이네.”
“그렇지.”
재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꼭 그렇지도 않았다.
“재필이 탓만도 아니에요.”
“왜?”
“저도 너무 서툴렀으니까요.”
우리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하나씩 주고 받는 게 아니었는데. 마치 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제라도 그런 걸 아니 참 다행이지만. 뭐 다시 얘랑 만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나도 아니야.”
“그러게. 다행이다.”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선재는 두 사람을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짓자 손님이 손을 드니 그리로 향했다.
“미안했어.”
“네가 뭘?”
“내가 서툴렀어. 너보다.”
재필의 말에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둘 다 서툴렀어.”
“그래도 이제 좋은 사람 만나서 다행이다.”
“진심이야?”
“진심이야. 그리고 우리가 헤어진 거 모두 다 나 때문이야. 그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내가 너무 멍청해서.”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창밖에 정식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재필도 그리로 짧게 고개를 숙였다.
“여기는 내가 살게.”
“어?”
“얼른 가.”
재필의 말에 우리는 머뭇거렸다. 그리고 이내 밝은 표정을 지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재필은 우리가 정식과 나란히 서서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재필은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이제 자신만 앞으로 나가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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