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와 정식의 사정 2
“그래서 결혼을 하기로 한 거야?”
“아직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어.”
소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사실 불안하기도 해.”
“뭐가?”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른 나이는.”
우리의 물음에 소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야. 서우리. 우리 지금 아무도 취급 안 해준다. 내 남자는 아우. 나보고 이제 할머니라고 부른다.”
“할머니?”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소망은 울상을 지으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네가 너무 좋아서 그렇겠지.”
“무슨 초딩 같아.”
“너 지금 자랑이지?”
“어?”
우리의 물음에 소망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혀를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들켰어?”
“하여간.”
우리는 고개를 흔들고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그냥 불안해.”
“불안할 게 뭐가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할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불안했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정말로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 급하게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돼.”
“그럼 기다리자고 해.”
“아니.”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기다리자고 하기에는 이미 정식이 너무 나이가 들었으니까 그럴 수도 없었다.
“팀장님은 그러다 마흔 된다.”
“그게 뭐?”
“나만 생각할 수는 없잖아.”
“하긴.”
소망은 젓가락 끝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밥을 한 입 넣고 우물거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소망의 말에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더할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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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거 같다고?”
“어.”
원우는 자신의 일인 것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잘 몰라.”
“그래도.”
“너는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싶냐?”
갑작스러운 백현의 말에 정식은 고개를 돌렸다. 원우도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
“너 왜 그래?”
“지금 구지웅 그 새끼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데 너는 그런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살아있어.”
백현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정식이 대답했다.
“죽었다는 이야기가 없잖아.”
“세상이 그렇게 쉬워?”
“쉬워.”
정식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했다.
“너는 지금 마치 구지웅. 그 자식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 같다. 내 말이 맞아?”
“미친.”
“아니면 믿어.”
정식은 백현을 바라보는 눈은 진지하게 유지한 채 입가는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뒤로 기댔다.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거든.”
“그게 되냐?”
“어.”
“미친.”
“나까지 믿지 않으면 정말로 그 일이 나쁘게 끝이 날 것 같으니까. 적어도 나는 믿어야 하는 거잖아. 그리고 백현. 이 미친 새끼야. 너도 믿어. 여기에 와서 그 지랄 맞은 표정 짓지 말고.”
백현은 물끄러미 두 사람을 노려봤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그의 비서가 나타났다.
“가실 겁니까?”
“그래.”
백현은 그리고 지폐 몇 장을 내려놓은 후 자리를 떴다. 정식은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친 새끼.”
“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
“둬.”
정식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원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도 지금 복잡해.”
“뭐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한서운?”
“어.”
원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술을 들이켰다.
“그 여자가 결국 다른 남자에게 갈 거 같더라.”
“그럴 만도 하지.”
정식은 원우의 빈 잔에 술을 채우고 자신의 잔에도 따른 후 가볍게 부딪친 후 단숨에 잔을 비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 마음에 대해서도 아무런 확신도 갖지 못하고 그렇게 얼버무리기만 하는 녀석을 도대체 누가 좋아하냐?”
“저 녀석 사정은 다 알잖아.”
“그렇지.”
정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사정을 알더라도 백현은 이해가 안 가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부른 거야?”
“왜 싫어?”
“조금?”
“그냥 만났는데 저절로 말이 나오더라. 너도 아는 것처럼 괜히 내가 오지랖도 있고 그러니까.”
“잘 했다.”
정식의 대답에 원우는 미소를 지었다.
“나 원래 잘 하는 사람이야.”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뭘?”
“결혼.”
“모르지.”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 뭔가를 밀어붙인다고 해서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조금 더 제대로 된 믿음 같은 것을 줘야 하는 건데. 내가 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얘 왜 이렇게 자기 분수를 잘 알지?”
“내가 좀 그렇지.”
정식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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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서우리 씨.”
“어머? 술 마셨어요?”
“조금.”
정식은 혀를 내밀며 엄지와 검지 사이를 벌려 보였다. 순간 정식이 비틀거리고 우리가 그를 부축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친구를 만났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네.”
정식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리 씨. 아직도 그 생각 그대로에요?”
“뭐가요?”
“내 승무원 친구.”
“당연하죠.”
정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은 그런 우리를 꼭 안았다.
“왜 이래?”
“고마워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다른 새끼가 혹시 죽었을지도 모르는 거라고. 그러니까. 괜히 막 무섭고. 불안하고 그러고. 서우리 씨가 절대로 아니라고 했는데. 서우리 씨가 그 자식 살아있을 거라고 했는데. 막 무섭고 그랬어요.”
“그랬어요?”
우리는 가만히 정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식은 마치 아이처럼 우리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꼈다.
“좋다.”
“무서웠어요?”
“네.”
정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까지 있어야 나는 친구가 되는 건데. 지금은 이전처럼 보지 않지만. 우연히 만나지 않으면 잊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내 추억에 한 자락에는 그 녀석이 있는 거니까. 걱정이 되고 그래요.”
“아직 아무 뉴스도 없어요.”
우리는 정식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러니 걱정 마요.”
“고마워요.”
“고마울 게 뭐가 있어.”
“고마워요.”
정식의 눈빛에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정식은 우리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꼈다. 우리는 정식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일단 집에 가요.”
우리는 정식을 부축해서 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어머니가 깨시기라도 할까 조심스럽게 정식의 방으로 들어갔다.
“좀 괜찮아요?”
“네.”
정식은 실눈을 뜨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정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다 괜찮은 거 같은데?”
“아닙니다.”
정식이 입을 내밀고 말하자 우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정식은 모로 눕고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렸다.
“이리 와요.”
“싫어요.”
“얼른요.”
우리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 그 자리에 누웠다.
“좋다.”
정식은 그대로 우리를 품에 가뒀다. 우리가 그의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술냄새.”
“좋아요.”
“팀장님.”
“좋다.”
정식은 더욱 세게 우리를 품에 안았다.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정식에게 기댔다.
“진짜 싫어.”
“내가 싫어요?”
“술을 마시고 나를 이렇게 안으면 싫죠.”
우리의 말에 정식은 순간 울상을 지으며 살짝 떨어졌다. 우리는 그런 정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다.”
“나를 갖고 노는 거 같아.”
“알고 있었어요?”
정식은 입을 쭉 내밀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팀장님.”
“또.”
“왜요?”
“그렇게 부르지 마요.”
정식의 아이 같은 투정에 우리는 가볍게 그의 뺨을 꼬집었다. 정식은 우리의 허리를 꼭 안았다.
“그러니까 되게 먼 사람 같잖아.”
“그럼 뭐라고 불러요?”
“허니?”
“미쳤어.”
우리는 정식의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정식은 가슴을 만지면서 울장을 지었다. 우리는 그를 살짝 흘겨봤다.
“조정식 씨. 그렇게 하지 마요.”
우리의 말에 정식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우리의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방의 공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옷을 벗어 던졌다. 두 사람이 서로를 더욱 갈망하고 방의 공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농염한 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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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오는 거 아니야?”
“그냥 정식 씨 위로 좀 하고 왔어.”
“정식 씨?”
“아.”
은화의 묘한 표정에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이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버릇이 되어 버렸네.”
“그래도 팀장님보다는 낫네.”
은화는 이 말을 남기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조금이나마 은화와 풀린 거 같았다.
“조정식 씨.”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뭔가 가슴이 간질거리는 말. 진짜 연애가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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