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마지막 장 1]

권정선재 2016. 11. 17. 00:01

마지막 장 1

서 대리. 이거 확인 좀 부탁합니다.”

.”

 

우리는 조심스럽게 정식의 눈치를 살피며 서류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정식은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뭐야?”

?”

둘이 싸웠어?”

아니.”

 

소망의 물음에 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싸운 거라면 차라리 다행일 거였다. 뭐라도 이유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도대체 왜 싸운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그녀가 알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왜 저러는 거지?”

결혼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가?”

그런 이야기 한 적도 없는데.”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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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모르죠.”

 

선재의 물음에 우리는 울상을 지으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제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결혼도 제가 더 많이 조른 거나 다름이 없는 거니까요.”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좀 그렇죠.”

 

우리의 대답에 선재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두드렸다.

 

이봐요. 서우리 씨. 지금 연애도 못하는 이 아저씨 앞에서 그런 투정을 할 때라고 봅니까?”

그래도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서 해요? 그리고 팀장님하고 오빠 나이가 비슷하잖아요.”

 

. 저격.”

 

선재가 가슴을 움켜쥐면서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살짝 혀를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거 너무 저격이다.”

그런가?”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기다려야죠.”

기다려?”

.”

 

우리는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자세를 바로 앉았다.

 

아니 뭐 자기 집에 들어와 살라. 뭐 그런 이야기를 실컷 하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뭘까요?”

모르지.”

오빠!”

 

선재의 심드렁한 대답에 우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선재는 그런 우리의 반응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 사람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네 말을 듣고서 아는 게 전부이니 말이야. 안 그래?”

그렇죠.”

그런데 네가 그 사람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냥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네가 먼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보기에 두 사람 관계는 나아지지 않을 거 같은데?”

그렇겠죠?”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서 재필이 종이봉투를 들고 나타나서 우리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고맙긴.”

그래도 네가 여기에서 일하니 다행이다.”

춤만 가르쳐서는 돈이 안 되니까. 뭐 일종의 보험 같은 거지. 여기에서 일하는 대신 다른 일은 돈을 덜 벌어도 되니까.”

나는 손해야.”

 

선재의 울상에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재는 다른 손님에게 향했다.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줄게.”

아니야.”

가자.”

 

우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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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프러포즈 했다면서요?”

그거 가지고 안 된다고 하던데?”

하긴.”

 

소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은 그녀의 앞에서 걱정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소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그냥 서우리 시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죠?”

거절이요?”

 

소망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우리랑 팀장님. 너무 서로를 좋아하는 거 다 아시죠? 그런데 도대체 무슨 거절 생각을 하세요.”

그래도요.”

절대로 없어요.”

 

소망이 힘을 주어 말을 하자 정식은 그나마 어색하게 웃었다. 지난 번 반지는 뭔가 아쉬웠다.

 

그냥 너무 후루룩. 그 선재? 그 사람이 다 망친 거니까. 그거 제대로 된 프러포즈가 아니었다고.”

그렇다고 다시 해요?”

당연하죠.”

 

소망은 자신의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럽다.”

?”

아니에요.”

 

정식이 자신을 보자 소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염소망 씨가 서우리 씨에게 좀 물어봐주지 않겠습니까? 어떤 프러포즈를 원하는 건지 말이죠.”

?”

 

소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런 것까지 물어볼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소망은 한숨을 토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도와주는 거죠?”

.”

고맙습니다.”

 

정식의 밝은 표정에 소망은 살짝 입을 내밀었다.

 

우리가 지금 너무 부러운 거 있죠?”

?”

저는 절대로 하지 못할 걸. 저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걸 지금 우리는 누리고 있는 거니까. 부럽다.”

염소망 씨도 애인이 있지 않습니까?”

아니요.”

 

소망은 볼을 부풀린 채로 고개를 흔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녀석은 너무 생각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아무튼 물어봐줄게요. 다른 것까지는 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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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혼은 어떻게 할 건데?”

모르지.”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너랑 이런 이야기 하니까 이상하다.”

불편해?”

조금?”

 

우리의 대답에 재필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괜히 같이 와서.”

아니야.”

 

재필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자 우리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았다.

 

그냥 내가 이런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데 갑자기 이런 것들이 벌어지나 싶기도 하고. 너랑 그래도 사귀었으니까.”

준비가 안 되면 미루면 되잖아.”

아니.”

 

우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팀장님 나이도 있는 걸.”

너는 여전히 그래?”

?”

 

재필은 자리에 우뚝 서서 우리를 바라봤다.

 

너는 왜 너부터 생각을 하지 않는 건데?”

그게 무슨 말이야?”

서우리. 너는 왜 그렇게 너부터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남만 생각하려고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네 편을 들어줄 거라는 착각. 뭐 그런 것을 하는 것은 아니지?”

?”

 

우리는 숨을 삼켰다. 재필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고 어색하게 웃었다.

 

. 잘 알고 있어.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할 형편은 안 된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너한테 할 말은 다 하고 넘어가야겠다. 도대체 너는 왜 그러는 건데? 왜 그렇게 한심하게 행동하는 건데.”

. 너 말이 심하다.”

 

도대체 늘 남만 생각해서 어쩌자는 건데? 너는 그런 식으로 결혼하면 네가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그래.”

 

재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다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겠지.”

임재필.”

좋아. 하지만 나도 너를 좋아했던 사람이야. 그리고 이전과 다르지만 여전히 너를 좋아해. 너와 나는 그 많은 시간을 공유했어. 12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적은 시간이 아니야. 아니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지. 그 시간을 공유한 사람으로 나는 너에게 할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서우리. 네 생각 좀 해.”

됐어.”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재필의 손에 들린 자신의 짐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쳤지.”

서우리.”

너에게 이걸 들어달라고 하다니 말이야.”

하지만.”

아니.”

 

우리는 검지를 들고 재필의 말을 막아섰다.

 

나 너에게서 그런 이야기 듣고 싶지 않아. 나 팀장님을 좋아해. 그 사람이 정말로 좋아. 알아?”

그래.”

그런데 도대체 네가 뭔데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데? 네가 그런다고 내가 뭐 다른 생각을 할 거라고 믿니? 아니야. 나 팀장님만 볼 거야. 그러니 임재필. 내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지 마.”

그런 게 아니야.”

 

재필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우리의 눈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그저 네가 행복하기 바라.”

그러면 그냥 둬.”

그래서 말하는 거야.”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너 지금 그대로면 행복할 수 없어.”

임재필.”

나는 지금 너를 흔드는 게 아니야. 만일 네가 지금 흔들리는 거라면 그건 나에게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 말에 다른 생각을 하는 너 자신에게 흔들리는 거야. 너도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아니.”

 

우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재필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니겠지.”

너 제발 이러지 마.”

그래.”

 

재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우리의 손에서 짐을 받아들었다.

 

가자.”

내가 들고 갈게.”

무거워.”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서우리.”

 

재필의 목소리는 퍽 부드러웠다. 예전에 그들이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던 그 시간처럼. 그렇게 좋았다.

 

가자.”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고 그런 재필을 바라보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재필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이었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