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와 정식의 사정
“안 돼.”
“뭐가 안 돼?”
“이거 엄마 집이야.”
“무슨 말이야?”
우리는 은화를 보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팀장님 집에 들어가서 살 거라니까. 도대체 엄마 왜 그러는 건데? 준비할 거 아무 것도 없다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않아. 여자가 주머니가 있어야 남자에게 싫은 소리 안 듣고 살 수 있다고.”
“팀장님은 안 그래.”
“남자는 다 똑같아.”
은화의 단호한 태도에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지만 은화는 더욱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서우리 엄마 말 들어.”
“엄마는 그러면 어디서 살고.”
“시내 나가서 살면 돼.”
“엄마.”
“엄마 말 들어. 그리고 너랑 조실 언니 아들이랑 결혼하면 사돈인데 어떻게 옆집에서 보고 살아.”
“왜 못 그래?”
우리는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은화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너무 옛날 사람이라 그런 건지 몰라도 그건 아니야. 두 사람을 위해서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엄마.”
“아무튼 이건 이렇게 정한 거야.”
“싫어요.”
우리의 단호함에 은화는 그녀의 등을 세게 때렸다. 우리는 등을 만지면서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엄마 혼자서 이 큰 집이 도대체 왜 필요하다고 하는 거야? 엄마는 그냥 이거 팔고 작은 집에 가서 혼자 살면 되는 거야. 그리고 이거 팔면 이제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안 해도 되고 편해.”
“그거 아니잖아. 나보고 시집을 가면 돈이 필요할 거라느니.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어떤 엄마가 자기 살던 집을 팔아서 딸한테 돈을 해줘? 엄마 제발 그 생각은 거둬요. 그러지 마.”
“싫다.”
은화는 평소의 은화에 비해서 너무나도 단호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엄마 도대체 왜 그래요?”
우리의 답답함에도 은화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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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많이 걱정이 되시나 봅니다.”
“그러게요.”
속이 상해서 털어놓자 정식은 우리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정말. 엄마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다 서우리 씨가 행복했으면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요.”
우리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엄마가 더 행복하길 바라요.”
“어머니도 마찬가지실 겁니다.”
“그건 알지만.”
정식은 우리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그의 체온을 느끼며 가만히 그에게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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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렇게 해주신 모양인가봐.”
“그러니까.”
소망은 입을 내밀고 우리를 바라봤다.
“그래도 너에게 그거 다 주시면 어머니는 어떻게 사시려고 그러시는 거야? 그거 너 필요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까지 자신이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데 은화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특히나 딸을 위해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그녀가 보기에는 더더욱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면 어머니를 협박해.”
“협박?”
“결혼 안 한다고.”
소망의 말에 우리의 눈이 커다래졌다.
“어머니가 지금 너를 위해서 그 집을 내놓고 자신이 혼자서 따로 작은 집에서 사신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네가 차라리 그럴 거면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그 이야기를 하라니까? 어때?”
“염소망. 너 완전 똑똑한데.”
“내가 누구야? SJ 기획왕이야.”
소망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망의 말이 옳았다.
“그래 네 말 정도면 될 수 있겠다. 고마워.”
“내가 원래 잘 하는 사람이야.”
“그래. 너 잘 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칭찬에 소망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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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결혼 안 한다고.”
우리의 말에 은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말 했잖아요.”
우리는 귀를 후비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차피 나는 엄마랑 잘 지내고 싶어서 결혼을 하려는 건데. 내가 결혼해서 엄마가 힘들어지는 거 싫어.”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니.”
우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나도 나이가 있고 그래서 그냥 팀장님하고 결혼 해볼까? 그랬던 거지. 막 절실한 나이는 또 아니잖아요?”
“너 지금 절실해. 스물아홉이야. 그거 어린 나이 아니다. 지금 거리에 나가면 너보다 어린 애들 많아.”
“그런 애들은 나처럼 성숙한 맛이 없어.”
우리가 자신의 가슴을 내밀어보이자 은화는 그녀의 어깨를 때렸다. 우리는 어깨를 마구 문질렀다.
“왜 때려?”
“미친 년.”
“엄마!”
“내가 네가 지금 나 때문에 그러는 거 모를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데 딸. 세상에 시집을 갈 때 손에 돈이 없는 것처럼 서러운 거 없어. 그거 결국에는 우리 딸의 발목을 잡을 거야.”
“팀장님 그런 사람 아니야.”
우리의 말에 은화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이게 벌써 팔불출은.”
“엄마도 알잖아요.”
우리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은화는 한숨을 토해냈다.
“나야 조실 언니 아들이 좋은 사람인 것을 다 알고 있지. 하지만 딸. 꼭 그런 게 아니야. 결혼이라는 게 얼마나 현실적인데? 아무리 조실 언니 아들이 좋은 사람이라도 달라지게 될 거야.”
“그럼 갈라서면 되지.”
“딸!”
“그게 어렵나?”
우리의 대답에 은화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우리는 은화의 손을 꼭 잡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엄마 딸이 그렇게 바보는 아니니까 더 믿어도 괜찮아요. 엄마 딸 잘 할 수 있으니까. 응?”
“정말?”
“그럼.”
은화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왜 이리 네가 걱정이 되니?”
“나도 내가 걱정이 돼.”
우리가 혀를 살짝 내밀자 은화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 혼자서 이 모든 것을 다 감당해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언제든 힘들면 말해.”
“네. 그러니까 엄마도 침 팔면 안 돼.”
“알았어.”
“언제든 올 수 있는 친정이 있어야지.”
“친정이래 봤자.”
은화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여기에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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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머니를 설득을 했다고요?”
“네. 잘 했죠?”
우리는 장난스럽게 브이를 그리면서 정식을 바라봤다.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잘 한 거 맞죠?”
“네. 칭찬합니다.”
정식은 가만히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해사하게 웃고는 정식에게 살짝 기댔다.
“좋다.”
“나도 좋아요.”
“아!”
우리는 살짝 정식에게서 몸을 떼고 검지를 들었다.
“대신 나는 혼수 같은 거 하나도 못 해가요. 팀장님도 아는 것처럼 나 이 집 사느라 돈을 다 썼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런 거 바라지 않습니다.”
“정말로요?”
“당연하죠.”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는 서우리 씨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중요한 사람인 걸요?”
“뭐야.”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정식은 우리와 눈을 마주하며 가만히 미소를 지은 채로 우리의 손을 잡았다.
“농담이 아닙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서우리 씨. 바로 당신입니다. 서우리 씨도 알고 있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팀장님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팀장님입니까?”
“어렵다고요.”
우리가 볼멘 소리를 하자 정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요?”
“나는 회사에서는 서 대리라고 잘 부르고 밖에서는 서우리 씨라고 잘 부르는데 서우리 씨는 왜 나를 팀장님이라고만 부르는 겁니까? 확실히 내가 서우리 씨를 좋아하는 것보다 나를 덜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당연하죠.”
우리는 혀를 내밀고 도망쳤다. 정식은 허리에 손을 얹고 아이처럼 화를 낸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야?”
“좋아하니까요.”
정식은 그대로 우리를 품에 안았다.
“좋아합니다.”
“나도 좋아해요. 조정식 씨.”
정식은 고개를 숙여 우리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맞추고, 또 맞추고. 계속해서 입을 맞췄다. 우리는 정식의 허리를 꼭 안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정식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뜨거운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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