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마지막 장 3]

권정선재 2016. 11. 18. 13:40

마지막 장 3

이제 나랑 결혼하기 싫죠?”

? 왜요?”

 

정식의 얼굴에 소독약을 바르면서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미안하잖아요.”

서우리 씨. 내 눈을 봐요.”

 

정식은 우리의 손을 막아서고는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서우리 씨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뭔가를 생각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요. 그냥 서우리 씨만 볼 수 있기를. 오롯이 서우리 씨에게 모든 것을 다 걸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고 있어요.”

정식 씨.”

그러니까. 그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아요. 나는 서우리 씨가 바라는 건 다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게 뭐야.”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우스웠다. 너무나도. 이런 상황들이 부끄러웠다.

 

차라리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어.”

이런 말을 하면 뭐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그런 식의 아버지라도 부럽기는 합니다.”

?”

그러니까. 뭔가 얘기라도 할 수 있잖아요. 원망도 하고. 그런데 나는 그런 것이 하나 없거든요.”

 

정식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자 우리는 침을 삼켰다. 우리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정식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표정을 지으란 게 아닙니다.”

미안해요.”

아니요.”

 

정식은 고개를 흔들고는 우리의 허리를 안았다.

 

좋다.”

뭐 하는 거예요? 어머니 오시면 어쩌려고?”

안 오면 이래도 되나?”

?”

 

정식의 허를 찌르는 질문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식은 고개를 들고 불쌍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키스해줘요.”

지금요?”

. 키스해줘요. 나 아파.”

뭐야. 정말.”

 

우리는 눈치를 살피더니 그대로 허리를 숙여서 정식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정식은 씩 웃더니 그런 우리를 끌어당겼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우리는 가볍게 정식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정식은 씩 웃더니 그대로 우리를 품에 꼭 안았다.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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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한다고?”

? 어려워요?”

 

아니. . 요즘 손님도 줄어서 하루 비우는 건 무리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작지 않냐?”

 

선재는 자신의 카페를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래도. 이건 너무 스몰웨딩인데?”

충분하다고요.”

 

마흔 석 남짓의 자리를 보고 우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저는 무조건 서우리 씨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정식의 대답에 선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미간을 살짝 모은 후 한숨을 토해냈다.

 

이봐요. 서우리 일하는 곳의 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처음부터 너무 잡혀서 사는 거 아닙니까?”

잡혀서 사는 게 행복한 거죠. 저는 그저 서우리 씨가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어우. 닭살.”

 

선재가 팔을 문지르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정말로 축하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만 부르고 싶어요. 돈을 내고 받고. 뭐 그런 게 아니라. 뭐 그렇게 따지면 이 마흔 명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더 적어도 되나?”

됐다.”

 

선재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미간을 모았다.

 

결혼식이라는 게 원래 지인의 지인도.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도 나타나고. 뭐 그런 거거든. 알지?”

. 알아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장소는 언제든 가능하니까. 2주 전에 말만 해. 알았지?”

. 알았어요.”

 

우리는 정식의 손을 꼭 잡으며 행복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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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로 괜찮겠어요?”

당연하죠.”

 

우리의 물음에 정식은 밝은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서우리 씨가 하자는 거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결혼이라는 거. 무조건 여자에게 맞추는 거라고 하던데요?”

그래도 팀장님은 여기저기 낸 돈도 많고. 아깝지 않아요?”

하나도 안 아깝습니다. 그리고 그건 진짜로 축하해주고 싶어서 한 건데. 그런 걸 회수하는 것도 웃기죠.”

부르주아.”

이게요?”

당연하죠.”

 

우리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면서 입을 쭉 내밀었다.

 

큰 곳에서 할까? 하긴 그런 것도 웃겨요. 팀장님 말씀처럼 다 그냥 축하하려고 간 건데 말이에요.”

그러니까요. 그냥 우리는 우리 식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서우리 씨 뜻대로 해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스틱을 잡은 정식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고맙습니다.”

내가 더 고맙습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고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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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엄마.”

 

역시나 이번에도 은화의 반대가 있었다. 우리는 그런 은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래?”

. 인생에서 결혼이라는 거 한 번 있는 거야. 그거 여러 번 할 수 없는 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의미가 없이 할 거야? 그거 아니야.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그리고 아무리 네 아버지가 밉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야.”

엄마.”

그런데 어떻게 밀어내기만 해.”

 

우리는 고개를 숙였다. 은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내 아버지라고?”

그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야.”

그렇다고 부정해?”

나는 그저 내 아버지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면 좋겠어. 그런데 내가 그런 거 바라는 게 잘못이라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엄마가 그래? 엄마라면 무조건 나를 보호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어린 아이니?”

 

은화의 물음에 우리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너무나도 속상했다. 은화가 이러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려면 나 결혼 안 할 거야.”

서우리.”

그 사람이 거기에 오는 거 나 너무나도 끔찍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날인데.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 사람이 거기에 오는 건데? 그런 거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그런 거 너무 하잖아.”

.”

됐어요.”

 

은화가 자신을 만지려고 하자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런 것에 휘말릴 이유는 없었다.

 

결혼 안 하면 돼.”

뭐라고?”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

왜 이러는 거야?”

 

은화는 아랫입술을 물고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 인생이 실패했다고 그러는 거야?”

뭐라고?”

그게 아니면 왜 그래?”

누가 엄마보고 실패했대?”

지금 네가 이러는 거잖아.”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지금 은화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됐어. 이 이야기 하지 마. 나 그냥 결혼 안 할 거야. 나 같은 게 도대체 무슨 결혼이야. 됐어요.”

서우리.”

엄마. 그리고 그 사람 내가 결혼하면 내 축의금 자기가 가져간대. 정말 그래도 불러야 하는 거야?”

 

우리의 말에 은화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그런 은화를 보고 한 번 고개를 끄덕인 후 그대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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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 좀 괜찮습니까?”

아주 조금요?”

 

정식의 물음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은 우리의 어깨를 쓸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괜찮아야죠.”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뭐가요?”

 

왜 꼭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걸까요? 결혼 전에 이렇게 싸우는 거 원하지 않는데. 그거 좀 그렇잖아요.”

그렇죠.”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정식에게 자꾸 이런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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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

뭐가 부끄럽습니까?”

그래도 정식 씨랑 나랑 이제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인데. 자꾸 이런 모습만 보이는 거니까요.”

나는 좋은 걸요?”

뭐가 좋아요?”

서우리 씨를 보는 거니까요.”

 

정식의 말에 우리는 살짝 입을 내밀고 눈을 흘겼다. 정식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랑 이야기 해봐요.”

안 될거예요.”

숨기지 말고요.”

?”

 

정식의 말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식은 마치 그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서우리 씨가 모든 것을 다 말을 해주지 않으니까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대로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다 말해요? 우리 엄마 너무 불쌍해.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우리는 이런 말을 하면서 괜히 눈물이 맺혀서 대충 손등으로 훔쳤다.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

창피해.”

 

창피할 거 없어요.”

 

정식은 우리의 몸을 돌려서 그대로 꼭 안았다. 정식이 등을 토닥여주는 손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따뜻했다.

 

사람은 누구나 약한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어떤 잘못도 아니에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정식 씨도 잘 알고 있잖아요. 아니에요?”

나는 아버지가 늘 갖고 싶어요. 그래서 사실 지금 서우리 씨에게 이런 말을 하면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수라고 하더라도요.”

원수라도요?”

.”

 

정식은 몸을 떨어뜨려서 우리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서우리 씨에게 내 생각을 강요할 수 없어요. 생각이라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르게 갖고 있는 거니까. 각자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은 모두 다 다른 거니 말이죠.”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모르죠.”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아이처럼 웃었다.

 

이건 서우리 씨의 일이니까요.”

그게 뭐야?”

 

우리는 살짝 눈을 흘기면서도 마음이 편했다. 이게 자신의 일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고마운 말이었다.

 

서우리 씨. 나는 늘 말을 하잖아요. 서우리 씨는 다른 것 생각하지 마요. 조금 더 행복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 거죠?”

. 그런 겁니다.”

 

정식은 우리의 손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 온기에 우리는 행복을 느꼈다. 정말 편안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