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 5
“여기 동선이 이러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안 나온다니까.”
소망의 말에 선재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저기요. 우리 친구 분. 이 카페 지금 동선 안 보입니까? 그런 식으로 동선을 짤 수가 없다고요. 알아 들어요?”
“아니. 여기 파티션 좀 치우면 되겠네.”
“어허.”
소망이 파티션을 막무가내로 밀려고 하자 선재가 재빨리 그녀를 막아섰다. 소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 우리에게 이 카페 빌려주기 싫으신 거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면 지금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우리의 결혼식을 위해서 잘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잘 하더라도.”
“두 사람 뭐야?”
정식과 함께 카페로 들어서던 우리는 입을 내밀었다. 선재는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저었다.
“야. 서우리. 나는 이 사람하고 절대로 일 못한다. 자기가 틀린 건 하나도 없고. 무슨 여자가 고집이 이렇게 세?”
“지금 그거 양성차별 발언이에요!”
소망이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를 높이자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린 채로 자리에 앉았다.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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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망 씨 너무 열심 아닙니까?”
“그러게요.”
소망이 집에 돌아가고 나서야 겨우 쉴 틈이 난 상황이었다. 우리는 정식의 어깨에 가볍게 고개를 기댔다.
“결혼이 이렇게 힘들어?”
“아니.”
차를 가지고 나오면서 선재는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 앉은 후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나. 네 친구랑 일을 하면 그냥 미칠 거 같아. 미쳐버리겠다고. 아니 무슨 여자가 고집이 그렇게 세.“
“성차별.”
정식까지 이렇게 말하자 선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굳었다.
“여기 진짜 마흔 석도 안 된다니까?”
“그래도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오빠 가게니까. 그나저나 오빠야 말로 정말로 괜찮은 거예요? 이렇게 유명한 홍대 대표 가게가.”
“요즘 손님 많이 줄었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손님이 줄었다고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안타깝다는 표정이 보이기보다는 이제 여유 같은 것이 생겼다는 것처럼 행복한 표정이었다.
“손님이 없다는 사람 표정이 왜 그래요?”
“그 동안 괜히 뭐라고 하는 손님만 많고. 진짜 단골들은 오지도 못한 거니까. 차라리 다행인 거지.”
선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소망이 뜻을 따라야죠.”
“뭐?”
선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못 해.”
“오빠.”
“야. 안 그래도 내가 재필이 눈치를 얼마나 보고 있는데. 거기에 그 여자 눈치까지 봐야 한다고?”
“아무래도 이런 일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잘 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오빠 저는 결혼 한 번만 할 거라서 중요해요.”
“나도 한 번만 할 거거든.”
“그러니까요.”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오빠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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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왜 웃기만 해요?”
“서우리 씨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리더랑 어울리는 사람인 거 같아서? 뭔가 그래요.”
우리는 입을 쭉 내밀고 정식을 살폈다. 정식은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지금 그거 칭찬이에요? 아니면 내가. 그냥 내 고집대로 다 하려고 한다. 뭐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음. 둘 다.”
정식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우리는 가볍게 그를 때렸다.
“하여간 나빠.”
“내가 나쁘다고요?”
정식은 자신을 가리키면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하늘을 바라봤다.
“뭔가 실감이 난다.”
“나랑 같이 사는 거요?”
“이상해.”
우리는 팔을 문지르면서 가볍게 몸을 떨었다. 정식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우리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 아침을 같이 하는 거네.”
“느끼해.”
“원래 느끼한 사람이 로맨틱한 겁니다.”
“지금 스스로를 로맨틱하다고 한 거예요?”
“네.”
“이런 모습 팀원들도 봐야 하는데.”
“왜요?”
정식은 아랫입술을 물고 씩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우리를 품에 꼭 안았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볼까 그를 밀어냈다.
“뭐 하는 거예요? 여기 홍대야. 홍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좋아하니까.”
“미쳤어.”
정식은 우리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면서 정식의 체취를 한껏 들이켰다.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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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도 이상하다.”
“뭐가 이상해?”
은화의 말에 우리는 입을 쭉 내밀었다.
“아니 재필이 사촌 형이라면서. 그런데 어떻게 너한테 그 장소를 빌려줘? 그거 솔직히 좀 그렇지 않아?”
“엄마가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이상한 거죠. 그리고 선재 오빠랑 나랑 안 것도 10년이야. 10년.”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의 대답에 은화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딸의 고집은 그녀가 꺾을 수 없는 거였다.
“조실 언니 아들도 좋다고 했다는데.”
“그런데 엄마 언제까지 그렇게 부를 거야?”
“뭐가?”
“팀장님.”
“어?”
은화의 얼굴에 순간 곤란한 기색이 떠올랐다.
“지금 그러면 너는 뭐 내가 정식 총각. 뭐 그렇게라도 부르라는 거야? 나 그런 거 못 해. 절대로.”
“아니. 이제 엄마 사위가 될 사람인데 그런 거 못 부르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나보고 팀장님이라고 하지 말라며.”
“아우. 그래도.”
은화는 괜히 자신이 얼굴을 붉히면서 손사래를 쳤다.
“내가 이 나이에 벌써 그런 소리 듣는 것도 너무 우습고 그렇다. 조실 언니 아들이 그리고 젊지도 않고.”
“엄마. 지금 엄마 사위 욕하는 거야?”
“내가 뭘?”
은화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살짝 몸을 뒤로 기댔다.
“아무튼 그냥 그렇게 작게 하려고요.”
“엄마가 말했잖아. 엄마는 그냥 딸이 하자는 거 다 하라고. 그러니까 딸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엄마 막 축의금 아까운 거 아니죠?”
“아깝지.”
은화의 솔직한 발언에 우리는 살짝 당황했다.
“아까워?”
“그럼. 그 동안 낸 돈이 얼마인데. 하지만 엄마는 딸 가지고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아무렇지도 않아.”
우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은화 마저도 축의금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할 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팀장님도 그러려나?”
“아무래도 여기저기 낸 것이 더 많지 않겠어? 그리고 이제 직급이라는 것도 있고 말이야. 어우. 또 그런 심각한 표정 짓지 말아. 엄마는 그냥 딸이 하자는 거 다 해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래요.”
우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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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씨도 여기저기 결혼식 많이 다녔죠?”
“많이 다녔죠.”
서류를 넘기며 정식은 별 것 아닌 듯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멈칫하고 우리를 바라봤다.
“됐습니다.”
“뭐가 돼요?”
“지금 그렇게 작은 결혼식 해서 축의금 못 돌려받아도 괜찮은지. 그거 물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하여간 귀신이야.
우리가 입을 내밀자 정식은 서류를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서우리 씨. 나는 서우리 씨랑 지금 돈 벌려고 결혼을 하는 거 아닙니다. 그냥 서우리 씨가 좋아서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같은 거 절대로 하지 마요.”
“하지만 그래도 좀 그렇잖아요. 사실상 축의금이라는 게 그냥 누군가를 축하만 해주는 게 아니니까.”
“갑자기 왜 이러실까?‘
정식은 자세를 살짝 고쳐 잡고는 미간을 모았다.
“정말로 나를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면 전혀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어허.”
정식은 일부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우리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 신호 바뀌었는데?”
“으아.”
우리가 당황하는 것을 보며 정식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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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솔직히 나도 네가 큰 식장에서 했으면 좋겠어.”
“어?”
소망의 말에 우리는 마음이 흔들렸다. 자꾸만 사람들이 이러니까 자신이 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말 너무 듣지 마.”
“그렇게 말을 하고.”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내가 틀린 걸까?”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그냥.”
우리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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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 사람들 다 뭐예요?”
“나도 모르겠다.”
선재의 가게에 가니 선재가 너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것이 바빠보여 우리도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선재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손님이 계속 와서 결국 우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손님들이 모두 나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어떤 배우가 여기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리고 갑자기 이렇게 사람이 몰리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은 그럼 여기에서 못 하겠네.”
“아니야 할 수 있어.”
“아니요.”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히 선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의 선택지가 줄어든다면 다른 고민을 할 것은 없었다. 우리는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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