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 6
“그래서 식장에서 하자고요?”
“네.”
우리의 대답에 정식은 가만히 그녀를 살폈다. 그런 정식의 시선에 우리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만졌다.
“얼굴 타겠어요.”
“왜 이렇게 예쁘지? 서우리 씨.”
“미쳤어.”
우리는 엘리베이터의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어색한 기운에 당황해서 정식의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뭐 하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데?”
“팀장님.”
“아직 사무실 아니고. 지금은 점심시간. 우리는 업무 중 휴식 시간입니다. 그럴 때는 팀장님이 아닐 텐데?”
“정식 씨.”
앞에서 분명 직원이 헛기침을 했다.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정식을 노려봤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우리의 말에 정식은 입을 내밀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층수가 바뀌는 것을 보고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내렸다. 정식도 그녀의 손을 잡고 내렸다. 우리는 정식을 보고 입을 내밀었다.
“뭐 하는 거예요?”
“너무 귀엽다.”
“이제 여기 사무실 층이거든요?”
“아직 시간이 안 됐습니다.”
“이래서 내가 소망이랑 밥 먹으려고 한 건데.”
우리의 볼멘소리에도 정식은 그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이리저리 목을 풀다가 혀를 내밀었다.
“그래도 뭐.이러니까 좋기는 하네.”
“네?”
우리는 이 말만 남기고 멀어졌다. 정식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 우리의 뒤를 빠르게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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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큰 곳에서 할 거라고?”
“사실 잘 모르겠어.”
우리의 대답에 소망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뭘 그렇게 망설이는 거야?”
“결혼식을 하면서 빚을 지거나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 곳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빚을 질 수밖에 없게 되는 거니까. 뭔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거지. 내 손으로 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래도 팀장님 정도면 여태 낸 돈도 많고 어느 정도 본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꼭 그런 걸로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
“그럼?”
“사랑.”
“사랑?”
우리의 대답에 소망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봐요. 서우리 시. 그런 건 세상에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뭐. 중요하기는 하지. 전혀 싫은 사람하고 하지는 못하지만. 하지만 연애와 결혼이 다른 것은 현실이라는 게 더해지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양손으로 컵을 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망의 말을 들으니 더욱 걱정이 되고 무서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팀장님은 보면 큰 결혼도 나빠하시지 않는 거 같아.”
“그게 보통의 경우니까.”
“너 뭐야?”
“응? 뭐가?”
“아니.”
소망은 입을 내밀고 우리를 바라봤다.
“뭐 메리지 블루 같은 건가? 결혼 전에 막 망설이고 그러는 거.”
“그런 거 아니야.”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보통 그런 거라면 본격적인 결혼식의 일정이 나오고 나서 생기는 걸 거였따. 자신과 정식 사이에는 아직 그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팀장님이 나를 편하게 해줄 사람이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그런 거 하나도 걱정되지 않아.”
“그럼 뭘 걱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구해도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그래 너희 집! 거기에서 해도 되는 거잖아.”
소망의 말에 우리는 뭔가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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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결혼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기연은 가만히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리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정말로 이 사람이다. 그런 확신이 없는 거라면. 나는 결혼하라고 말하지 못해.”
“그런 거겠지?”
“당연하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결국 이혼을 하고 헤어지고,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는 건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흔들리는 게 결혼이라는 건데.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어떤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그런 거 분명히 불행할 수밖에 없어.”
“불행할 거야.”
우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의 말이 옳았다. 결혼이라는 것은 엄청난 확신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거였다.
“불안해?”
“조금.”
“뭐가? 요즘 너에게 서운하게 하는 게 있어?”
“아니.”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정식은 늘 그녀의 편이었다. 늘 그녀의 말을 들어줬다.
“그런 게 아닌데 이상해.”
“그럴 수도 있지.”
기연은 별 게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보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결정하는 거야. 그 사람하고 연애를 처음 시작했을 그때처럼. 네가 뭐든 다 결정할 수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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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을게요.”
우리는 정식의 얼굴을 바라봤다. 정식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손을 내밀어서 우리의 손을 곡 잡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힘을 줘서 고개를 끄덕이고 밝게 웃었다.
“염소망 씨에게 들었습니다. 결혼이라는 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는 거 아닙니까? 서우리 씨가 괜찮다고 하면. 나는 그 시간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우리 씨도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서우리 씨를 재촉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서우리 씨가 마음의 준비. 뭐 이런 말도 우습고. 어떤 확신. 그래. 어떤 확신 같은 게 생길 때까지. 나는 그냥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불안 같은 거 느끼지 마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
우리는 혀를 살짝 내밀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완전 사랑하는 거 알아요?”
“내가 더 사랑하는 거 알아요?”
“아닌데. 내가 더 정식 씨를 사랑할 텐데.”
“아닌데? 내가 서우리 씨를 더 사랑하고 있는데.”
정식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대로 몸을 앞으로 숙여서 우리의 입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토끼 눈을 떴다.
“뭐 하는 거예요? 길거리에서? 추운 데도 금방 갈 거니까 여기 앉자고 하고서.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서우리 거다 인증?”
“네?”
“내가 서우리 씨 거라고요. 그리고 나는 무조건 서우리 씨의 편이니까 서우리 씨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웠다. 정식의 말대로 그녀가 뭔가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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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딸이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른 나이 같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희 싸웠니?”
“아뇨.”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은화의 얼굴에 뭔가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한 가지. 지금 은화의 표정을 보니 그녀가 틀린 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냥 내가 너무 일찍인 거 같아서.”
“그러지 마. 조실 언니가 얼마나 아들이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아들이 이제 서른일곱이야. 서른일곱.”
“그게 뭐? 엄마. 나는 아직 스물아홉이에요. 이거 어린 나이야. 그러니까 아직 내 마음대로 살 거야.”
“뭐래? 누가 그게 어리대?”
“아 몰라.”
“서우리!”
우리는 은화를 뒤로 하고 미소를 지은 채로 방으로 들어왔다. 뭔가 하나 불이 탁 켜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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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괜찮아요?”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서우리 씨를 좋아하고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우리의 시간도 여기에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거죠.”
“우리의 시간요?”
“네. 서우리 씨와 나의 시간. 그리고 서우리 씨의 시간이니까 우리의 시간. 우리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연인이라는 걸로. 결혼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 시간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도 정식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우리의 눈을 보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리 씨의 생각은 틀린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서우리 씨가 바라는 그대로 행동하면 되는 겁니다. 나는 언제까지라도 서우리 씨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안 그래요? 우리는 그저 이 시간을 더 즐기면 되는 겁니다. 서로에게 충실하게. 서로를 더욱 사랑하면서 말이죠.”
우리는 정식의 눈을 보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고 정식의 목을 끌어안고 가볍게 입술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정식의 팔을 베고 가만히 그의 체온을 느꼈다. 따스한 기분.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는 이 시간.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들. 앞으로 두 사람 사이에 더 쌓일 수 있을 거였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은 그 누구도 아닌 두 사람의 시간. 우리의 앞에 놓인 우리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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