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마지막 장 2]

권정선재 2016. 11. 18. 13:40

마지막 장 2

엄마.”

.”

 

드라마를 보던 은화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엄마는 뭐가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

?”

 

갑작스러운 우리의 물음에 은화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녀가 진지한 표정을 짓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그러지 말고.”

너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우리는 부러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그러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 같다.”

그런 게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런 것을 묻는 거야? 네가 언제 아무 일도 없는데 나한테 그런 거 묻는 사람이야?”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은화의 옆에 앉아서 나란히 드라마를 바라봤다.

 

그냥 우리가 드라마를 보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끝이 나니까요. 정말로 그들은 행복하게 산 걸까? 궁금해서.”

안 행복한 사람이 더 많을 거야.”

 

은화는 드라마를 보면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엄마만 봐도 그렇지.”

엄마.”

하지만 우리 딸은 잘 살 거야.”

 

우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은화를 바라봤다. 은화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아무 걱정 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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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퇴근하던 우리는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정식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그 손을 더욱 꼭 쥐었다.

 

여긴 무슨 일이에요?”

결혼 한다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너는 아버지한테 말버릇이!”

 

우리의 말에 지광은 바로 욱 하다 곁에 있는 정식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 좀 하자.”

할 얘기 없어요.”

내가 있어.”

 

지광은 금세 다시 으르렁거렸다.

 

그러니 얘기 좀 하자꾸나.”

서우리 씨가 싫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식이 앞에 나서자 지광은 그를 차갑게 응시했다.

 

나는 자네 장인이 될 사람이야. 그런데 이런 나에게 그리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장인?”

 

우리는 발끈해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서우리.”

나한테 아버지란 없는 사람인데. 그나마 있는 집도 빼앗아 가려고 한 사람인데. 장인? 웃기지 않아요?”

이게!”

 

지광은 손을 번쩍 들었고 정식이 그것을 막았다. 지광은 어깨를 들썩이고 주변에 사람들이 몰렸다.

 

서우리 씨. 그냥 가죠.”

아뇨. 얘기 할게요.”

?”

 

우리의 대답에 정식이 당황하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얘기 정도는 할 수 있겠죠. 가죠.”

 

우리가 먼저 앞장서자 지광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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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미안해요.”

아니야.”

 

우리의 사과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버지랑 원수거든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상관은 없는 건데. 괜찮겠어? 미리 뭐. 경찰이라도 부르고 그래야 하나?”

아니요.”

기분 나빴다면 미안.”

아니에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누구라도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팀장님이나 잘 맡아줘요.”

그래.”

 

우리는 나온 음료를 가지고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정식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아니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정식은 우리의 어깨를 한 번 짚은 후 고개를 끄덕이고 선재에게 향했다. 우리는 지광의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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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겁니까?”

그러게요.”

 

정식이 긴장한 표정을 짓자 선재는 어색하게 웃었다.

 

별 일이 다 생기네요.”

그렇죠.”

나는 아버지랑 원수처럼 지내서 저게 이해가 가기는 하는데. . 그쪽은 저게 좀 낯설 수 있겠네요.”

뭐 저는 아버지가 안 계셔서요.”

 

정식의 대답에 선재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정식은 그런 선재의 표정을 보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꼭 그런 표정을 지을 이유는 없습니다. 왜 다들 아버지가 안 계시다고 하면 그런 표정을 짓는 지 모르겠어요.”

당연한 거죠.”

당연한 건가?”

 

정식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래도 신기하네요. 아버지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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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결혼식에 같이 입장하고 싶다.”

뭐라고요?”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세요?”

말이 안 될 건 뭐야?”

이혼 하셨어요. 그냥 이혼도 아니고 저를 때려서. 그런데 도대체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실수였다.”

 

너무나도 간단한 그 말에 우리는 침을 삼켰다. 그냥 실수라고 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걸까? 그렇지 않을 거였다. 그런데 마치 지금 지광은 그 말 하나로 모든 것이 다 괜찮은 것처럼 얘기했다.

 

싫어요.”

건방진.”

 

지광의 얼굴이 곧바로 일그러졌다.

 

네가 그래서 맞은 거야? 네 애미를 닮아서 그리 건방져서 말이다. 어디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건지.”

아버지도 아버지 나름이어야 하는 거죠.”

뭐야?”

절대로 안 돼요.”

 

내가 그 동안 다른 사람 자식 결혼식에 가서 넣은 돈이 얼마인지 알아? 그런데 지금 나보고 그 돈을 다 포기하라고 하는 거냐? 아 그러고 보니. 축의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내가 절반을 가져갈 거다.”

뭐라고요?”

네 엄마를 아는 사람이나 있겠냐?”

그게 무슨.”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광이 은화를 이렇게 무시하는 것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저는 엄마만 있어도 결혼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많은 축의금 알아서 돌려달라고 하세요.”

그럼 그 집 절반 돌려 받을 거다.”

그거 이미 담보 잡혀서 드렸어요.”

원래 값대로 말이다.”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광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금방이라도 토할 거 같았다.

 

그게 무슨?”

이 정도는 해야 너도 네 애비 말을 듣겠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말이 안 될 것은 또 뭐냐?”

벌 받으실 거예요.”

너보다는 덜 받겠지.”

 

지광의 차가운 말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말은 너무나도 잔혹했고. 너무나도 잔인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 애비를 뭐로도 안 보는 거지 같은 년보다 내가 더 낫다는 이야기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너도 알겠지.”

제가 괜히 얘기를 하려고 했네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광이 거칠게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어디 네 아버지 말이 안 끝났는데 일어나!”

나는 다 끝났어요. 그리고 여기 카페에요.”

그게 뭐!”

 

지광이 목소리를 더 높이자 정식이 나타나서 그 손을 끊어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지광을 응시했다.

 

다시는 서우리 씨 앞에 나타나지 마십쇼.”

이런 건방진!”

 

그리고 그대로 지광은 정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발로 그의 배를 걷어찼다. 우리가 나서려고 하자 정식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고 선재를 바라봤다.

 

여기 음성은 녹음 안 되는 거 맞죠?”

당연하죠.”

 

선재는 씩 웃으면서 검지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이거는 영상만 찍힙니다.”

뭐라는 거야?”

 

지광이 다시 나서려고 하자 정식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제 말은 지금 저를 폭행하고 저는 맞기만 한 거니까.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폭행죄. 다 성립이 된다는 거죠.”

 

정식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리 씨. 그래도 됩니까?”

.”

 

우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결혼식에 가야 할 새신랑 얼굴 이렇게 만드는 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거죠. 당연하죠.”

건방진.”

 

지광은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정식이 하는 말에 이미 꽤나 당황한 모양새였다. 지광은 고개를 저었다.

 

축의금은 받을 거다.”

아니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거기에 자격 없어요. 그쪽은.”

? 그쪽?”

 

지광은 다시 목소리를 높이려다가 카페 사람들까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저 결혼을 언제 하는지는 알지 못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헛된 꿈 같은 것 꾸지 마세요.”

너는 후회할 거다.”

아니요.”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정식의 곁에 서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적어도 이 사람이 있으면 후회하지 않아요. 이 사람은 나에게 내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거든요.”

웃기지도 않는군.”

돌아가시죠.”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여기 공공 장소입니다.”

건방진 새끼.”

그거 모욕적 언사로 신고해도 됩니까?”

 

선재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녹음 버튼이 눌린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지광이 그것을 빼앗으려고 하자 선재는 카메라를 가리켰다.

 

녹화도 되고 있습니다.”

미친 새끼들.”

 

지광은 상에 놓인 것들을 바닥에 던진 후 그대로 카페에 나갔다.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고 그대로 자리에 무너졌다. 그리고 정식을 향해 웃어 보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뭐가 하나 끝이 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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