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30장]

권정선재 2016. 11. 14. 19:33

30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서운의 대답에 유 회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서운에게 백현을 떠보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자네가 원래 백 사장의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니 말이야.”

물론입니다.”

 

서운은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 회장은 혀를 끌끌 찬 채로 고개를 저었다.

 

멍청한 자식 놈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 나이에도 움직여야 하는 거라니. 이해가 가는가?”

회장님 아직 젊으십니다.”

그냥 해주는 이야기인 데도 기분이 좋군.”

 

유 회장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요즘 들어서 백 사장이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네. 늘 가장 현명한 일을 하는 사람이 요즘 들어서 다소 감정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네도 그러한가?”

.”

 

서운이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유 회장은 미간을 모았다. 서운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리 대답을 하는가?”

저는 지금 회장님의 비서입니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 말을 하는 거다?”

물론입니다.”

 

유 회장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백현이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서운은 확실히 자신의 일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백 사장이 아니라 자네를 그 자리에 앉혔어야 하는 거였어. 백 사장이 그 동안 그렇게 현명한 일들을 한 것은 모두 자네 덕이야.”

아닙니다.”

아니기는.”

 

서운의 겸손한 대답에 유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거기에 있지 않았더라면 백 사장은 진작 자신의 모든 패를 다 드러냈을 걸세. 아니 애초에 그 날카로운 무언가를 드러내지도 못한 거겠지. 모든 것이 다 자네가 있어서 가능한 거였어.”

과찬이십니다.”

 

유 회장은 검지로 책상을 가만히 두드리며 한숨을 토해냈다. 서운이 가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서운과 백현을 적으로 둘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백 사장이 싫어하겠지?”

.”

 

서운의 대답에 유 회장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자식들도 지켜야 하는 거였다.

 

그럼 부탁 좀 하겠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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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거야?”

?”

백현.”

 

태화의 물음에 나은은 손톱을 물었다. 그녀라고 해서 별다른 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그 사람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 고작 한서운. 그 여자 하나 때문에 이게 말이 돼?”

말이 되지.”

 

태화는 소파 뒤로 몸을 기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지금 고작 백현 그 새끼 하나 때문에 그런 짓들을 하는 거니까. 안 그래? 너라고 다른 줄 알아?”

시끄러워.”

재미있어.”

 

태화의 미소에 나은은 침을 삼켰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즐기니?”

그럼.”

 

태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가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잖아. 나는 그저 이 모든 것을 구경만 하면 되는 입장 아니야? 그냥 내가 보는 것. 그대로 믿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니야?”

 

태화의 말은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나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짜증나.”

성격 죽여.”

닥쳐.”

 

나은의 차가운 경고에 태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혀를 살짝 내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가지.”

이게 다야?”

그래.”

미친.”

 

나는 너를 자극하는 거야. 그게 전부지.”

 

태화의 말에 나은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태화는 얼굴에서 모든 미소를 지운 후 물끄러미 나은을 바라봤다.

 

내가 이렇게 해야 적어도 네가 움직일 수 있는 이유 같은 것이 생기는 거니까. 내가 틀린 건가?”

아니.”

 

나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태화가 이 정도 자극을 해주지 않으면 그의 말처럼 자신은 움직이지 않을 거였다.

 

제대로 해.”

알아.”

 

나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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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그러게.”

 

서운이 자신을 찾아오자 백현은 오히려 날을 세웠다. 서운은 서운한 기색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웃었다.

 

왜 그래?”

왜 그러는지 모르나?”

알지.”

 

서운의 여유로운 표정에 백현은 침을 삼켰다. 그녀가 이런 표정을 짓는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돌아가.”

싫어.”

한서운.”

유 회장님이 보낸 거 알잖아.”

 

백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서운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순간 그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무슨 생각이야?”

뭐가?”

백현.”

여기 회사야.”

나는 당신의 비서가 아니야.”

 

서운의 단호한 대답. 백현은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 아무리 크게 숨을 쉬어도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의 폐를 단단히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백현은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뭘 바라는 거지?”

당신은 뭘 바라는 거니?”

 

서운의 물음에 백현은 그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글쎄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겠는데.”

흔들지 마.”

한서운.”

이 회사. 당신이 손에 넣어야 하는 회사야. 그런데 지금 당신은 이 회사를 망가뜨리려고 하는 거 같아.”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백현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더 이상 당신은 내 사람이 아닌데. 더 이상 한서운이라는 사람이 백현의 비서가 아닌데. 지금 그렇게 내 편을 들어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야? 그거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될 거 같은데.”

지금은 백현이라는 사람의 비서가 아니지만, 언제든 백현이 다시 나를 원하면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유 회장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 거겠지. 당신을 제대로 보라는 거고.”

 

백현은 침을 꿀걱 삼켰다. 그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다 그게 되지 않자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러게.”

답답하다.”

그러게.”

화나.”

그러게.”

 

서운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백현은 살짝 헛기침을 했다. 이제는 목에까지 뭔가 가득 찬 기분이었다.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건가?”

당신이 뭘 할 수나 있니?”

 

서운의 단호한 물음. 그리고 백현은 그녀의 물음에 대해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얌전히 있어.”

어떻게 그래?”

이 자리를 지켜.”

지키면?”

달라질 수 있지 않겠어?”

 

서운의 말. 백현은 눈을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뭐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서운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깨질 거 같았다.

 

돌아가.”

갈 수 없어.”

돌아가!”

 

백현이 고함을 지르자 서운은 미간을 모았다.

 

왜 그러는 거야?”

너를 사랑해.”

 

이번에는 서운이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지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나는 당신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야. 그런데 도대체 왜 당신은 나를 밀어내려고만 하는 거지? ?”

우리는 아니니까.”

 

서운의 간단한 대답. 서운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백현을 바라봤다.

 

나 때문인 거니?”

그래.”

그게 다야?”

그래.”

그럼 투자해.”

 

서운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이번에 식품 회사가 흔들리게 된다면 결국 그 회사를 인수한 것까지 문제가 되고 지주 회사까지 흔들릴 거야.”

나는 처음부터 식품 회사를 인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어. 이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내가 아니야.”

그래.”

 

백현의 대답에 서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운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백현의 눈을 바라봤다.

 

하지만 여기에서 당신이 실패하면 그 모든 것은 다 당신의 잘못의 될 거라는 거 알고 있지 않니?”

모두 나의 잘못이다?”

그래.”

 

서운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백현은 어느새 그녀의 앞에 바로 다가와서 숨결이 닿을 거리였다.

 

미쳤어.”

사랑해.”

꺼져.”

나를 사랑해줘.”

비켜.”

 

서운은 움직이지 않은 채 백현을 노려봤다. 백현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짧게 여러 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어.”

백현.”

도대체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당신이니까.”

한서운.”

당신은 내 가족이야.”

 

그리고 이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백현은 서운에게 입을 맞추었다. 모든 걸 삼킬 정도로 뜨거운 키스. 입술이 떨어지고 백현은 서운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단단히 선 서운의 유두를 만지며 백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당신의 몸은 정직해.”

몸은 이성적이지 않아.”

 

서운은 백현을 밀어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 후 가볍게 그의 뺨을 어루만지고 백현을 두고 방을 나섰다. 백현은 그대로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