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29장]

권정선재 2016. 11. 11. 11:02

29

그 투자는 거절합니다.”

뭐라고요?”

 

백현의 대답에 나은은 주먹을 살짝 쥐었다.

 

지금 발표한 거 못 들어셨습니까? 지금 식품 파트가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를 해야 하는 건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충분한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온다고요. 수익.”

글쎄요.”

 

백현의 느긋한 대답에 나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백현은 서류를 넘겨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파트는 의견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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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나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백현의 선택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전혀 현명한 것이 아니었다. 나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그녀를 아무리 미워해도 이럴 수 없는 거였다.

 

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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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셨습니까?”

그게 현명한 거야.”

아닙니다.”

 

영재의 대답에 백현은 그를 바라봤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 거지?”

저도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을 안다?”

 

백현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백현이 그렇게 보건 말건 영재의 눈빛은 꽤나 진지했다.

 

유 사장님이 좋아하시지 않을 겁니다.”

내가 도대체 왜 그 사람의 뜻을 들어줘야 하는 거지?”

가여우신 분입니다.”

 

영재의 대답에 백현은 침을 삼켰다. 가여운 사람이라는 이야기. 그 역시 잘 알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 도우라는 건가?”

.”

미쳤군.”

 

백현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회사 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불쌍하다고 다 해주는 거 아니라는 거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저는 모릅니다.”

 

영재의 단호한 어조. 백현은 침을 삼켰다. 영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절대로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 정도입니다.”

절대로 적을 만들면 안 된다.”

 

백현은 가만히 영재의 말을 따라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회사 일에 있어서는 적을 만드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하지만 영재의 말도 이미 틀린 거였다. 이미 나은은 그의 적이었으니까.

 

유나은은 내가 무슨 말을 하건 듣지 않을 거야. 그런데 내가 왜 그녀의 편을 들어야 하는 거지?”

그건.”

네가 틀린 거야.”

 

백현은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 문이 벌컥 열리고 미소를 지었다. 분노한 나은이었다.

 

나가봐.”

 

영재가 나가고 나은은 문을 세게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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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둘이 부딪쳤구먼.”

. 그렇습니다.”

 

서운은 유 회장에게 차를 건넸다. 유 회장은 차 향을 맡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그냥 이리 차만 마시고 살고 싶어.”

그러시면 되잖아요.”

그게 어렵네.”

 

유 회장의 대답에 서운은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무엇을 하건 사람들은 그것을 곱게만 보지 않으니 말이야. 아마 내가 자네 곁에 있다면 또 이상한 말들을 하는 호사가들이 있겠지. 나는 그저 자네를 지키고 싶은 것 뿐인데 말이야.”

?”

 

유 회장의 알 수 없는 말에 서운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유 회장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거기에 계속 있었으면 살 수가 있었겠나?”

회장님.”

아마 나은이 그것과 백 사장 때문에 자네는 분명히 숨통이 막혔을 게야. 아무리 자네가 현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미친 사람들 둘 사이에서 자네를 지키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서운은 쓸쓸한 미소를 지은 채 유 회장의 맞은 편에 앉았다.

 

저도 제대로 미친 사람인 걸요.”

그거 마음에 드는 군.”

그렇습니까?‘

바둑 둘 줄 아나?”

조금 둘 줄 압니다.”

 

서운의 말에 유 회장은 반색하며 눈을 떴다. 그의 편안한 표정에 서운도 마음이 놓였다. 이제야 자신이 할 일을 찾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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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자는 거야!”

뭐가?”

 

흥분한 나은과 다르게 백현은 덤덤했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건가?”

백현.”

아까 그건 아무리 봐도 아니었어. 본사에서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거야? 어차피 즉석 식품 시장은 너무 커져 있어. 거기에 우리가 들어가서는 가망이 없어.”

본사 차원? 이제 한 회사야. 한 몸이라고. 그리고 그거 도와야 지금 식품 회사 사는 거 몰라?”

 

나은의 반응에 백현은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당신은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거니? 당신이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일흘 것은 생각을 하지 않아? 수많은 노동자들이 지금 괴로워하는 거 그런 거 안 보이는 거니?”

노동자?”

 

백현은 나은의 말을 잡으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은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고 해서 그런 것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나도 그런 것에 있어서 꽤 진지하니까.”

진지하다.”

 

백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굴에서 미소를 지운 채로 가만히 나은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백현. 도대체 왜?”

당신은 지금 당신을 위해서 그 일을 하는 거잖아?마치 회사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말은 하지 마. 당신은 지금 그저 당신이 주목을 받기를 바라는 거야. 내 말이 틀린 건가?”

그래. 맞아.”

그럼 포기해.”

아니.”

 

나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포기할 일이라면 그녀가 계획을 하거나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런 걸로 시작은 한 것 많은데 이거 해야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맞아. 식품 회사를 일단 살려야 할 거 아니야? 일단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무슨 사업이 있어야 움직이는 거지. 안 그래?”

안 그래.”

미친 새끼.”

 

나은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자 백현은 씩 웃었다. 그리고 혀로 송곳니를 매만지더니 머리를 긁적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나는 반대야.”

내가 뭘 해야 하니?”

한서운 돌려놔.”

너 제대로 미쳤구나?”

 

나은은 백현을 노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래.”

이미 내가 아니어도 한서운이 당신을 보지 않는 거 아니니? 당신은 이미 모든 걸 잃었어. 잃었다고요. 백 사장님.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이제 없는 거 같아. 이렇게 유치한 사람만 남았으니.”

 

나은의 말에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은은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식적으로 이사회 소집할 거야.”

그래.”

그럼 당신이 불리할 거야.”

 

나은은 싱긋 미소를 지은 채로 그의 방을 나갔다. 백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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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도 둬?”

 

유 회장의 방으로 들어선 태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 회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태화를 응시했다.

 

여기는 왜 오는 게냐?”

상의드릴 게 있습니다.”

업무 시간이야.”

업무에 관한 겁니다.”

 

유 회장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은은 바둑알을 치우고 바둑판도 정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매력이 있어.”

 

태화의 말이 더럽게 붙었다. 서운은 그를 차가운 눈으로 한 번 본 후 짧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 뭐예요?”

뭐가?”

재랑 사귀세요?”

미친 놈.”

 

유 회장의 사나운 반응에 태화는 입을 내밀었다.

 

뭐 아니신 모양이네.”

여기 왜 온 게냐?”

백 사장 좀 설득해주세요.”

백 사장이 왜?”

식품 투자 안 한다잖아요.”

그건 백 사장의 권한이다.”

아버지.”

 

유 회장의 덤덤한 대답에 태화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무리 유 회장이라도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러다가 지금 아버지 회사가 다 망가질 수도 있는 거라고요.”

네 회사가 망가지는 거겠지. 내가 내 아들이라고 너에게 주었던 그 회사가 지금 흔들리는 거겠지.”

 

유 회장의 적나라한 지적에 태화는 침을 삼켰다. 이미 그의 손을 떠난 회사였지만 태화가 여전히 그 회사를 자신의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유 회장이 잘 알고 있을 거였다.

 

나는 절대로 백현을 설득할 수 없다. 나는 이미 그 녀석에게 소중한 사람을 가지고 와버렸어.”

한 비서요?”

그래.”

 

태화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그건 아니죠. 일은 일이고 사람은 사람이죠. 고작 저 여자 때문에 이러시는 거라고요?”

그래.”

아버지.”

그만 불러라.”

 

유 회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태화를 노려봤다.

 

네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게냐?”

.”

 

태화는 숨을 크게 쉬고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도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중요한 일이었다.

 

아버지 지금 저는 그저 백현 그 자식이 미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정말 식품 회사를 살릴 거라고요.”

백현 그 녀석은 감정에 휘둘리는 녀석이 아냐.”

그런데 휘둘렸다고요.”

 

유 회장의 눈이 살짝 묘하게 변했다.

 

감정에 휘둘렸다고?”

. 나은이도 좋다고 한 사업이에요. 그런데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이건 이대로 가면 안 되는 거라고요.”

 

유 회장은 가만히 테이블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살짝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