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미안해.”
“아니야.”
서운의 사과에 백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어머니?”
“그래.”
“그러게.”
백현이 대충 넘기려고 하자 서운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엄마 나보다 너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야.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도대체 왜 너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한 번도 너에게 그런 적이 없는 사람인데!”
“너를 사랑한다고 했어.”
서운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백현을 노려봤다.
“너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너를 사랑하니까.”
“거짓말.”
서운은 숨을 크게 들이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백현이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서운은 뒤로 물러났다.
“나에게 손대지 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뭐?”
“너도 나 사랑하잖아.”
백현의 물음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심장에 오는 충격. 하지만 서운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거짓말.”
백현은 그대로 서운을 두고 벽을 손으로 짚었다. 서운은 그런 백현을 원망스럽게 노려봤지만 백현은 서운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너도 이렇지 않아?”
“너 이거 폭력이야?”
“신고해.”
“신고할 거야.”
서운은 백현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백현은 묵묵히 그녀를 본 후 비켜나지 않았다. 서운은 다시 백현을 때렸다.
“비켜.”
“싫어.”
“비키라고!”
서운이 악다구니를 쓰자 백현은 겨우 옆으로 비켜났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다시 백현의 뺨을 때렸다.
“미친 새끼.”
“한서운.”
“너 미친 거야!”
서운은 다시 악다구니를 썼다.
“너랑 나랑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랑 나랑은 달라. 나는 더 이상 너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너는 이제 그 자리에 갔으면서 왜 여전히 나를 사랑해!”
“너는 나의 구원자니까.”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백현은 슬픈 눈으로 서운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지만 서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옆으로 비켜났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러지 마.”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야.”
“한서운.”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니야.”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상처 받은 표정에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거짓말.”
“진실이야.”
서운이 힘을 주어 말하자 백현은 다시 한 번 침을 삼켰다. 그리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서운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는 왜 나를 사랑하니?”
“네가 한서운이니까.”
“아니.”
서운은 차갑게 고개를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저 너는 나를 갖고 싶은 거야.”
“뭐라고?”
“내가 한서운이라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너를 구원했던 사람이니까. 이제 그 관계를 끝을 내고 싶은 거라고.”
“그런 거 아니야.”
백현은 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얗게 질린 입술에 주먹까지 꼭 쥐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백현. 정신 차려.”
“무슨 정신을 차려?”
“네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야.”
“한서운.”
“그저 너를 구해줬던 그 어린 여자 아이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 어떻게 하니? 이제 그 여자 아이는 사라진 건데. 이제 그 여자 아이는 없어. 이제 없는 거라고. 그 여자 아이는 한서운이 아니야. 한서운이 커서 한서운이 되었지만, 그 여자 아이와 지금의 한서운은 달라. 이제 나는 더 이상 너의 구원자가 될 수 없어. 나는 더 이상 너를 구해줄 수 없단 말이야. 그러니 유나은에게 가. 유나은은 너의 구원자야. 네가 아무리 나를 사랑하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아. 그리고 지금 네가 하는 거. 사랑 아니야. 그저 어린 투정 같은 거.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야.”
“투정.”
백현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백현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식의 말은 하지 마.”
“왜? 왜 그런 식의 말은 하지 말라고 하는 건데? 그게 사실이니까. 사실이라서 지금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백현은 서운의 눈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그런 백현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너는 그때 가면 안 되는 거였어.”
“네가 가라며.”
“그래도 가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런 게 어딨어?”
백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네 말을 들은 거야. 나는 네가 하라는 거. 그대로 한 거야. 그런데 도대체 왜 그 이유로 나를 사랑할 수 없다고 하는 건데? 나는 그냥 네가 하라는 것을 다 한 건데. 그게 왜 내 잘못이 되는 건데?”
“그러게.”
서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서운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한 번 꼭 물고는 한숨을 토해내고 슬픈 눈으로 백현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우리는 어긋난 거야.”
“그런 거 말이 안 돼.”
“너도 그 사람이 더 좋았단 거잖아.”
“아니야.”
서운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백현은 항변했다.
“단 한 순간도 유나은을 사랑한 적 없어.”
“유산하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 관계는 달랐을 거야.”
서운의 지적에 백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안을 수 있니?”
“그건.”
“너는 사랑한 거야. 그 순간. 그 모든 걸. 그리고 그 모든 결 잃게 된 순간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거고.”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절대로 지금 네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나오지 않았다. 자꾸만 그녀의 말이 옳다고. 전부 다 서운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건. 그러니까.”
“내 말이 틀린 거니?”
서운의 질문. 백현은 입을 다물었다.
“우리의 관계는 그 순간 이미 끝이 난 거야. 절대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그런 관계로 가버린 거라고.”
“한서운. 그러지 마. 제발 이러지 마.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야. 오직 너 하나인데. 내가 너만 보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 자꾸만 나를 밀어내면. 그러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건데?”
“아무에게도 가지 마.”
백현은 아랫입술을 더욱 세게 물었다. 살짝 피가 맺혔다. 하지만 서운은 그저 덤덤하게 그것을 볼 따름이었다.
“다시는 엄마에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어머니 때문이야?”
“아니.”
“그럼?”
“너 때문이야.”
“나?”
백현은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느린 목소리로 반문했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신. 너. 백현. 백 사장. 너 때문이라고. 네가 그 모든 걸 다 손에 쥐려고 하는 거니까.”
“나는 여태 살면서 딱 하나면 갖고 싶었어. 한서운. 너. 당신 하나만 가지고 싶었어. 당신 하나만 손에 넣으면 되는 거였어. 그런데 지금 이런 내가 틀렸다고 하는 거야? 내가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
“뭐가 잘못인 건데?”
“감히 나를 가지려고 한 거.”
서운의 목소리는 차가운 바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날카로운 칼이 되어 백현의 심장에 박혔다.
“가지려고 하는 게 잘못이라고?”
“너는 나를 가질 수 없어.”
서운은 백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너를 가질 수 있어. 너는 내 거야. 하지만 내가 네 것은 될 수 없어. 그것은 반대로 되는 거니까.”
“그렇구나.”
백현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서운을 잡으려다가 다시 손을 거둔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돌아가.”
“그래.”
“돌아가라고!”
서운의 악다구니. 백현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서운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그래.”
“나 말고라고 했잖아.”
“그래.”
백현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두 사람 사이는 모든 것이 다 망가진 거였다. 아무 것도 되살릴 것이 없이 이미 완벽하게 흔들려 버린 그런 관계였다.
“나는 더 이상 너에게 아무런 미련도 갖고 있지 않아. 그런데 우리 둘이 뭘 할 수 있겠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리고 너는 계속 유나은에게 흔들리게 될 거야. 내가 하는 말이 틀려?”
“아니.”
백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앞으로도 유나은에게 영향을 받을 거였다.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뭘 할래?”
“그냥 너와 있고 싶어.”
“모든 걸 버릴 수 있어?”
“그래.”
“정말로?”
“그래.”
서운은 싸늘하게 웃으며 백현을 노려봤다.
“그 사장 자리 다 내려놓고. 예전처럼 그 가난한 집으로 돌아것 반쯤 정신이 나간 우리 엄마랑 살 수 있어?”
백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매일 너를 죽으라고. 나보고도 죽으라고. 거지들이라고. 밥값도 제대로 못 하는 거라고 하는 그 사람에게 시달리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백현은 낮게 헛기침을 했다. 서운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는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서운은 백현을 한 번 본 후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를 한 번 더 본 후 그대로 돌아서서 병실로 돌아갔다. 백현은 고개를 숙였지만 감히 서운을 잡을 수 없었다.
'☆ 소설 창고 > 지독한 연애[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29장] (0) | 2016.11.11 |
---|---|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28장] (0) | 2016.11.10 |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26장] (0) | 2016.11.08 |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25장] (0) | 2016.11.07 |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24장] (0) | 2016.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