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43장]

권정선재 2016. 12. 6. 23:50

43

그래도 그러셨으면 안 되는 겁니다.”

내 잘못이라는 건가?”

.”

 

영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은 쓰게 웃었다. 영재의 말이 옳았기에 더욱 아프고 답답한 일이었다.

 

하지만 굳이 내 앞에 와서 그걸 내미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군. 그건 나를 자극하겠다는 게 아닌가?”

자극을 해야 반응을 보이시는 분이 아닙니까? 자극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시지 않는 분 아닙니까?”

그렇지.”

 

백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낮은 신음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무리 봐도 그런 신분이 될 수는 없을 거야. 소주가 이렇게나 달고 맛있는 사람이니 말이야.”

유 사장님도 다르지 않습니다.”

 

영재의 말에 백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씩 웃더니 가볍게 영재의 뺨을 두어 번 두드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유나은을 그렇게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잠시 잊고 있었네. 그 중요한 것을 말이야.”

저에게 있어서 유 사장님이 중요하신 분인 것은 맞지만 사장님보다 더 중요한 분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사장님께서 뭐가 더 중요한 것인지 잊고 계신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런가?”

 

백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가만히 테이블을 응시했다. 텅 빈 소주잔. 그 빈 모양새가 마치 자신 같았다. 아무 것도 담겨있지 않은 미련한 존재. 백현은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생각을 해도 너무나도 한심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잡을 수도 없는 운명이라니 말이야.”

그냥 가시면 안 되는 겁니까?”

?”

인생이라는 거 그리 길지 않습니다.”

 

영재의 말에 백현은 이를 드러내고 웃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에 주위에서 시선이 느껴졌지만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그러면 나를 웃기지 않았어야지.”

 

백현은 여전히 큰 소리로 말하며 밝게 웃었다. 그리고 소주를 가득 따라서 연거푸 잔을 비웠다.

 

좋아.”

사장님.”

 

그래. 인생이라는 것은 한 번이야. 하지만 고작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내 모든 것을 걸고 싶지 않아.”

그러면 이렇게 아파하실 이유도 없는 거 아닙니까? 한 비서님의 상처에 이러시는 것 아닙니까?”

 

영재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백현은 침을 삼켰다. 옳은 이야기였기에 더욱 불편하고 또 불편한 말이었다.

 

더 이상 바보 같은 일은 하지 마십시오.”

바보?”

. 바보.”

 

백현은 물끄러미 영재의 눈을 응시했다. 그러더니 싸늘하게 웃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사장님.”

닥쳐.”

 

백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영재에게 들은 것 같아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피하고 싶었고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피할 수도 없었고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뭘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걸 내가 하나하나 다 말해야 하나?”

.”

닥쳐.”

말씀하셔야 합니다.”

 

영재의 말에 백현은 입꼬리를 올린 채로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영재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께서 그것을 말씀하시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말하지 않고서 상대방이 알아주기 바라는 것처럼 이기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말씀 하셔야만 합니다.”

싫어.”

 

백현은 간단히 거절했다. 그런 식으로 속을 보여주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일이었고 창피한 일이었다. 서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저에게 있어서 사장님은 존경하고 싶은 분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모습을 보이시는 겁니까?”

존경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

사장님.”

그만.”

 

백현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여기에서 두 사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해야 하는 것도 없었다.

 

그만 하라고.”

 

영재도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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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왜 그래?”

하지 마.”

 

동우가 손을 데려고 하자 서운은 그의 손을 밀쳤다. 하지만 동우는 더욱 단호히 서운의 얼굴을 살폈다.

 

누가 한 거야?”

당신이 알 바 아니야.”

한서운.”

왜 그러는 건데?”

 

서운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로 동우를 응시했다.

 

도대체 네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내게 그러는 거야? 너는 나에게 그럴 자격 하나 없는 걸 몰라?”

내가 왜 그럴 자격이 없어? 나는 너에게 공식적으로 사귀자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야. 그리고 우리는 사귀고 있고. 그런데 내가 너에 대해서 그런 거 하나 물을 자격이 없다는 거야? 그래?”

우리가 사귄다고?”

 

서운의 표정을 본 동우는 침을 삼켰다. 서운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가슴이 콱 막힌 기분이었다. 숨을 쉬어도 그리 시원하게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런 거에 동의한 적 없어.”

피하지 마.”

 

동우의 말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는 나를 버리지 않아. 그리고 내가 너를 버렸어. 그리고 내가 다시 너를 지킬 거야. 그걸 알아.”

뭐라는 거야?”

 

동우의 알 수 없는 말에 서운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더 이상 동우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

 

비켜 씻고 나올게.”

내 집으로 가.”

하지만.”

어서.”

 

서운은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서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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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좀 괜찮아?”

.”

 

영재의 대답에도 나은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야? 그 사람은 도대체 나에게 뭘 바라고 있는 거야?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거냐고. 백현 그 사람.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러는 거야? 왜 내가 행복하기 바라지 않는 거야?”

지금 사장님께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망설이는 거겠죠.”

그렇겠지.”

 

나은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한숨을 토해내고 창가에 섰다. 영재가 다가와서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뭐 하는 거야?”

위로를 하고 있습니다.”

위로?”

 

나은은 고개를 숙였다. 이런 식의 위로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그녀였다. 하지만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좋네. 그대로 있어줘.”

 

영재는 나은을 가만히 안았다. 그 체온이 고스란히 나은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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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씻고 나온 서운을 보며 동우는 여전히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서운은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뭐 하는 거야? 더럽게?”

하나도 더럽지 않아.”

 

동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런 동우의 반응과 다르게 서운은 여전히 불편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러지 마.”

뭘 이러지 마.”

 

동우는 서운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서운은 천천히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서로의 혀가 엉키고 서로의 타액이 섞였다. 동우는 서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괜찮아.”

 

서운은 동우의 목을 끌어당겼다. 동우는 서운의 옷에 손을 넣다. 살짝 서늘한 느낌에 서운의 몸이 움찔했다.

 

미안.”

사과 하지 말아줄래?”

 

서운의 느긋한 목소리에 동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우는 다시 천천히 서운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서운의 가슴을 부드럽게 쥐었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고 그대로 블라우스를 벗어버렸다. 동우는 서운의 가슴을 한 번 더 쥐고는 셔츠를 벗었다. 동우는 그대로 서운을 안고 침대로 향했다. 달빛이 서운에게 비췄다. 동우는 조심스럽게 서운에게 입을 맞췄다. 뜨거웠다.

 

얼른 해.”

서두르지 않을 거야.”

 

서운은 동우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동우는 조심스럽게 서운에게 올라가서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 간지러.”

 

서운이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밀어내자 동우는 더욱 집요하게 그녀의 목덜미를 맛봤다. 서운의 신음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동우는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풍만한 유방을 동우는 부드럽게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뭐 하는 거야?”

아름다워서.”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아름다워.”

 

서운은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막았다. 동우는 씩 웃으면서 그녀의 겨드랑이에 고개를 묻었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동우는 더욱 집요하게 그녀의 겨드랑이를 공격했다. 그리고 손으로는 천천히 서운의 유도를 만지작거렸다. 조금씩 유두는 단단해졌다.

 

뭐 하는 거야?”

 

서운은 그리고 동우를 밀어낸 후 그의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갔다. 단단하게 성이 난 남성에 서운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성이 났는데 천천히 하자는 거야?”

나는 괜찮아.”

멍청해.”

 

서운은 동우의 바지 지퍼를 벗겼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배에 닿자 동우는 신음을 흘렸다.

 

바보.”

 

서운은 미소를 짓고 조심스럽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동우의 남성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동우가 자세를 바꾸더니 그대로 서운을 눕혔다.

 

뭐 하는 거야.”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

무슨 일이야?”

 

하지 마.”

 

서운은 일부러 웃음을 터뜨리면서 동우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동우는 단단히 성난 남성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서운의 눈을 바라봤다.

 

한서운.”

네가 신경을 쓸 일 아니야.”

 

서운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동우는 자신의 힘으로 그녀를 막았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한서운.”

 

동우의 말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 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외면하고 싶었다. 아니 외면해야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동우의 눈만 보면 뭐든 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뭐든 다 말하게 되는 거였다.

 

당신이 상처를 받을 거야.”

 

서운은 이 말을 하며 가만히 동우의 얼굴을 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