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장
“뻔뻔하네.”
이층으로 올라가자 태화가 이층 거실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현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내 집이야.”
“이층은 제 공간입니다.”
백현의 당당한 대답에 태화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우리 아버지가 너한테 너무 잘해준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비켜주시죠.”
백현이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태화가 그를 막아섰다. 백현은 그를 차갑게 노려봤다.
“뭐 하는 겁니까?”
“나가.”
“뭐라고요?”
“나가라고.”
태화의 말에 백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태화는 백현을 차갑게 노려봤다. 백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이래도 달라질 것은 하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나 역시 이 집에 대한 자격이 있어서.”
“없네.”
뒤늦게 올라온 유 회장의 말에 백현은 미간을 모았다.
“회장님.”
“나가라.”
“네?”
“나가라고 했다.”
유 회장이 반복해서 말하자 백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회장님.”
“네가 아무리 나에게 아들 같은 존재라고 하더ᅟᅡᆯ도 너는 나에게 아들이 될 수 없어. 나에게 아들은 이 아이다.”
“하지만.”
“돌아가라.”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디에도 그가 있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백현은 한숨을 토해내고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내려갔다. 유 회장은 순간 비틀거렸다.
“아버지.”
“너 때문이다.”
유 회장의 원망스러운 말에 태화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너 때문에 아들을 잃었다.”
“아버지.”
“그러니 잘해라.”
유 회장은 태화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는 그대로 아래로 내려갔다. 태화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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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응?”
영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백현을 바라봤다. 백현은 대충 보던 서류를 덮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지?”
“유 사장님이 뵙고자 합니다.”
“오후 일정을 잡아.”
“오후 미팅 전에 뵙고자 합니다.”
백현은 다시 영재를 바라봤다.
“지금 간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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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지?”
“오빠가 이상하네.”
나은의 말에 백현은 셔츠 맨 위 단추를 풀며 미간을 모았다. 나은은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당신이 아버지께 무슨 실수를 했니?”
“실수. 많이 했지.”
“많이 했구나.”
나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었다.
“나 당신 편을 들려고 해.”
“뭐라고?”
“왜?”
“도대체 왜?”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안 되는 거지.”
백현의 대답에 나은은 입을 살짝 내밀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이내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나를 공격적으로 보는 거야? 나는 그래도 당신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어요.”
“그래도 강 비서는 못 내줘.”
“그거 바라는 거 아니니까.”
나은은 혀로 이를 훑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당신의 편을 들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뭔가를 하려고 한다는 게 기분이 나쁜 거니까.”
“유태화?”
“응.”
나은이 명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은 한숨을 토해냈다. 역시나 자신이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였다.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지?”
“어깃장.”
“뭐?”
“지주 회사를 가지려고 하는 거니까. 계속 어깃장을 놓으라고. 거기에서 자존심도 완벽히 뭉개고.”
나은의 말에 백현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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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유나은을 믿나?”
“믿습니다.”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나읜의 모습에 백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단하군.”
“사장님께서는 믿지 않으십니까?”
“당연히.”
당연하다고 대답하는 백현을 물끄러미 보던 영재는 이내 시선을 거뒀다. 백현은 가만히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걸 그만 두면 자네는 내 친구가 아닌가?”
“네?”
“여기를 그만 두면.”
“친구는 그런다고 그만 두게 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
백현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자리는 그다지 그에게 중요한 자리도 아니었다.
“그럼 포기하지.”
“네?”
“나는 굳이 유나은의 편을 들어줄 이유가 없어서 말이야. 그런 거라면 지주 회사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지.”
“그 자리에 사장님께서 계셔야 유 사장님께 좋은 겁니까?”
“물론.”
백현의 대답에 영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거기에 계셔 주십시오.”
“뭐라고?”
“유 사장님을 지켜주십시오.”
백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봐. 강 비서. 유나은은 당신이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아. 그런데 왜 혼자서 그렇게 안달복달을 하는 거야.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 하나도 없어.”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백현은 물끄러미 영재를 응시했다.
“다만 유 사장님이 더 이상 외로우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사장님께서 그 자리를 지키시는 거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 거라면. 조금 더 그 자리를 지켜주시면 안 됩니까?”
“웃기지도 않는군.”
백현은 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네가 내게 뭘 바라는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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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사장을 그 자리에서 내리려고 해.”
유 회장의 말에 서운이 놀라 그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내 아들을 우선 챙기려고.”
“회장님.”
“자네는 나의 사람이 아닌가?”
유 회장의 물음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은 유 회장의 곁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기를 딱히 떠나야 한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싫은가?”
“네.”
“역시 솔직해.”
유 회장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리 자네가 솔직하다고 해도 나를 설득할 수는 없을 걸세. 나는 그 자리에 내 아들을 놓고 싶어.”
“그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유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나히 테이블을 두드리다가 한숨을 토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유나은이라면 어떠한가?”
서운은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유 사장님이요?”
“그래.”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만지더니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 부사장님은 그 자리에 어울리시는 분이 아니지만 유 사장님이라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분입니다.”
“자네도 찬성할 건가?”
“저에게 권리가 있습니까?”
“당연하지.”
“네?”
유 회장의 말에 서운은 미간을 모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대해서 아무런 권리 같은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위임장.”
“위임장이요?”
서운은 유 회장이 건네는 종이를 받았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채로 고개를 흔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는지요?”
“자네는 나의 사람이 아닌가?”
“제가 배신을 하면요?”
“배신?”
“네.”
“배신이라.”
유 회장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흥미롭겠군.”
“회장님. 제가 만일 회장님의 해임을 건의하고 백 사장을 그 자리에 올리면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
“그렇다면 그게 옳은 일이겠지?”
“네?”
“내가 생각을 하는 가장 영리한 사람이 자네니까. 자네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유 회장의 말에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럴 수 없습니다.”
“왜 안 된다는 건가?”
“그건.”
“자네를 믿네.”
“회장님.”
“자네는 할 수 있어.”
서운은 가만히 유 회장을 바라봤다. 유 회장은 전혀 긴장되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무조건 옳을 거야.”
유 회장의 말에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녀의 손에 뭔가가 쥐어진 거였다. 하지만 이게 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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