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38장]

권정선재 2016. 11. 29. 23:11

38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뭐가?”

나를 버린 거.”

간단하잖아.”

 

서운은 입을 살짝 내밀고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 나이의 여자 아이는 자신이 한 집에서 사랑을 받는 법을 생각을 해야만 해. 그리고 그 작은 머리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 그저. 아 이 집에 더 이상 다른 아이가 없으면 내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지. 특히나 아버지는 집에 자주 없고, 새엄마라는 여자는 자신의 아들만 그리 끼고 돈다면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어머니가 어머니였다고.”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 동안 자신을 학대하던 이가 어머니였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어떻게 못 알아봐.”

당신도 못 알아봤잖아.”

 

백현의 눈이 공허하게 빛났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야. 그리고 어머니는 당신이 사라지고 나서 꽤 이미 정신을 놓은 상태였으니까. 엄마가 모든 남자들을 싫어한 이유가 바로 당신 때문이었거든. 사랑하는 아들. 아들이 죽었으니까. 물론 엄마는 너에게 그 사실을 그대로 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그리고 설마? 당신이 자신의 아들일 거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겠어? 그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 말이야.”

 

서운은 씩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까딱했다.

 

보나마나 아들은 죽었다고 생각을 하셨겠지. 당신도 당신 나름대로 살 궁리를 떠올려야 했을 거야. 그나마 남편이라는 인간도 죽어버리고 말았으니까. 게다가 딸까지 하나 놓고 갔어. 그러니까 일단 살아야 했어. 아무리 모질고 못 배운 여자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알았으니까.”

그래서 어머니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힘들고 그래야 했다?”

.”

 

서운이 너무나도 쉽게 대답하자 백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공기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이 빛. 모든 것이 다 불편하고 거슬리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그를 가두는 것들이었다.

 

그걸 왜 말을 하는 거야?”

?”

그냥 평생 속에 갖고 살면 되는 거잖아. 네가 그랬다는 것을 들은 내가 어떤 기분일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지? 도대체 왜 그 사실들을 나에게 말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뭐라고 그러는 거야?”

나는 너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당신을 가지기를 원하지 않아.”

그게 무슨?”

유나은을 좋아하잖아.”

 

서운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백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런 백현의 태도에 서운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었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오늘 당신이 강 비서에게 그 많은 일을 시켰을 때 알았어. 아 이 사람은 지금 유나은이라는 여자를 좋아하고 있는 거구나. 그냥 이 여자가 귀찮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이제 그렇지는 않구나. 뭐 그런 것들을 말이야? 그러니까 불안하더라. 이제 당신이 나를 떠나면 나는 뭐가 되는 거지? 채동우는 이미 내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우습지 않니?”

그래서 뭐 하자는 거야?”

 

네가 좋아.”

 

서운은 백현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백현은 뒤로 주춤주춤 한 걸음 물러났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나를 피하는 거니.”

멈춰.”

왜 나를 피해?”

멈추라고!”

 

서운이 한 발 더 다가서자 백현은 고함을 질렀다. 병원 복도에 백현의 고함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너는 괴물이야. 당신은 괴물이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수가 있어?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다 보고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래야 당신이 더욱 내게 의지할 수밖에 업승니까.”

 

서운의 대답에 백현은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진작 이 모든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녀를 자신의 구원자라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걸 이유는 없을 테니까. 그건 우스운 일이었다.

 

뭘 하기를 바라는 거지?”

아무 것도.”

한서운.”

그저 나는 당신이 유일하게 친구라고 인정을 하고 먼저 손을 내민 강 비서가 당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기를 바랐을 뿐이야. 그 사람이 당신의 곁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동정심이니까.”

동정?”

. 강 비서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잖아. 그 사람이 유나은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불쌍해서 그런 거야. 당신이 그 여자보다 더 불쌍하다면 강 비서는 곧바로 유나은을 버리고 당신에게 오겠지.”

미쳤어.”

 

백현이 돌아서려고 하자 서운이 그의 손을 잡았다. 백현은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지은 채 돌아섰다.

 

이거 놔.”

놓을 수 없어.”

놓으라고.”

 

지금 그 표정으로는 어디에도 갈 수 없어. 금방이라도 무슨 짓을 저지를 것 같은 표정으로 뭐 하려고 하는 거야?”

 

한서운.”

가지 마.”

 

서운은 더욱 세게 백현의 옷자락을 쥐었다. 하지만 백현은 단호하게 서운의 손을 밀쳐내고 그녀를 노려봤다.

 

당신은 내 삶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망가뜨렸어. 그래놓고서 지금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야?”

그럼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거니?”

꺼져. 아니 내가 꺼져줄게.”

 

백현은 서운의 눈을 노려보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며 서운은 한숨을 토해냈다.

 

백현.”

 

서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가슴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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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오십니까?”

 

병원을 나선 백현의 걸음이 멈췄다. 영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현이 그를 외면하려고 했지만 영재가 앞을 막아섰다.

 

모시겠습니다.”

꺼져.”

모시겠습니다.”

꺼치라고!”

 

백현의 고함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구경거리로 만드니까 즐겁나? 내가 당신의 손 위에서 움직이는 것 같아서 행복해?”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왜 사실대로 얘기한 거지?”

?”

 

영재는 지금 백현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은 그를 위해서 한 거였다. 이 모든 것을.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위해서라는 그 이야기. 너무 우습지 않나? 당신은 나를 무시한 거야. 나를 동정한 거라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그런 것을 할 수가 있는 거지? 나는 네가 연민을 가질 정도로 약한 사람이 아니야. 너야 말로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잖아. 고작 운전이나 할 줄 아는 주제에. 이제 내가 인정해서 고작 내 일이나 봐주는. 그런 존재잖아. 그런데 왜 그런 거야?”

친구니까요.”

 

영재의 너무나도 간단한 말에 시간이 그대로 멈춘 기분이었다. 영재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며 혀로 아랫입술을 핥았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말을 하면 사장님께서 아프실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알고 있는데. 이미 들었는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젠장.”

 

백현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누군가에게 동정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업는 것도 사실이었다. 괴로웠다. 이 모든 것이 숨이 막히고 너무나도 답답했지만 더 이상 그의 손에 쥐어진 것도 없었다. 그는 그저 버려진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도 그를 원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유나은 조차도 그를 떠났다.

 

그래서 유나은하고 뭘 하려는 거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

 

영재의 대답에 백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유 사장님은 그저 가여우신 분입니다. 그래서 곁에 있고 싶습니다.”

너는 그 여자에게 속고 있는 거야.”

아니요.”

 

영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영재의 이런 반응이 불편했다.

 

돌아가.”

하지만.”

나에게 더 할 이야기가 있나?”

없습니다.”

그럼 돌아가지.”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올라탔다. 백현은 잠시 그런 영재를 보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알아서 가지.”

?”

 

영재가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러시지 마시죠.”

그럼 네가 알아서 가던지.”

.”

 

순간 영재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이 괜한 심술을 부린 것 같았다. 백현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운전해.”

알겠습니다.”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영재를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가지 말고 회장님 댁으로 가지.”

회장님이라면?”

그래.”

 

영재는 잠시 백현을 돌아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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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들 데리고 와!”

조용히 해.”

 

화자는 서운의 눈치를 살폈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원망이 가득 담긴 눈을 하고서는 화자를 응시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래?”

너 누구야?”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냐고!”

 

서운은 화자의 손을 닦아주던 수건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 엄마 딸이 되기 위해서 그 동안 노력했어. 그런데 도대체 이게 뭐야? 왜 이러는 건데? 도대체 왜. 왜 이러는 거야?”

너는 내 딸이 아니야. 내 아들. 내 아들을 데리고 와. 제발. 내 아들 좀 데리고 와주세요. ?”

 

서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답답했다. 피가 맺혔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달아날 수 없었다.

 

그냥 행복하고 싶었어.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어. 그런데 이게 뭐야. 도대체 이게 뭐냐고. 그럴 거면 그냥 같이 살지 말지. 아버지랑 같이 살지 말지. 그리고 같이 살 거면 차라리 내가 아무런 미련도 갖지 못하게 잘 살지. 도대체 뭐야. 나랑 백현. 아무 것도 아니더라. 아무 사이도 아니야.”

 

서운은 침을 꿀꺽 삼키고 멍하니 화자를 바라봤다. 화자는 잠시 그런 서운을 노려보더니 그대로 뺨을 때렸다.

 

엄마.”

고얀 것.”

도대체 무슨.”

내 아들 데리고 와!”

 

서운은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이제 더 이상 이런 것에 하나하나 반응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자꾸 이러면 엄마 아들 죽일 거야.”

 

화자의 눈이 순간 공허하게 변했다.

 

나 다시 버릴 거야. 백현.”

그러지 마. 그러지 마.”

 

화자는 갑자기 아이처럼 변해서 서운의 손을 꼭 잡고 울기 시작했다. 서운은 아랫입술을 물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장을 보고 애써 울음을 삼키는데 문이 열렸다. 동우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