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독한 연애[완]

[로맨스 소설] 지독한 연애 [35장]

권정선재 2016. 11. 23. 01:41

35

어제 유 사장이랑 있었나?”

 

아침에 만난 백현의 물음에 영재는 멈칫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한다고 피할 문제가 아니었다.

 

?”

?”

가지 마.”

 

백현의 말에 영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백현이 이런 식의 말을 할 거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 사장님은 많이 외로워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가서 그 분을 위로해야만 합니다. 위로해드려야 합니다.”

위로?”

 

백현은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여자는 아무런 도움도 주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이야. 도대체 네가 거기에 가서 뭘 한다는 거지?”

이건 제가 선택할 일입니다.”

 

영재의 덤덤한 대답에 백현은 침을 삼켰다. 영재가 단 한 번도 그의 말에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한 적이 없기에 그는 당황했다. 하지만 영재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시죠.”

 

백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하고 눈을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울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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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들을 다 하란 말씀입니까?”

 

회사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영재에게 맡겨진 일들이 엄청났다. 영재는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오늘 안으로 전부 다 마쳐.”

알겠습니다.”

 

영재는 고개를 숙이고 백현의 방을 나섰다. 백현은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유치하게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나연에게 자신의 사람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유나은.”

 

백현은 입을 꾹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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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받았는데 왜 나한테 그 일을 맡기지 않는다는 거야? 도대체 왜 나를 믿지 못하는 거냐고?”

당연한 거 아니야?”

 

태화의 물음에 나은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쭉 내밀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미 회사 하나 제대로 말아드신 전력이 있으신 분인데. 내가 뭘 믿고 오라버니한테 그걸 맡겨.”

유나은.”

 

태화가 주먹을 꼭 쥐었지만 나은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를 바라볼 뿐 전혀 무서워하거나 하지 않았다.

 

전에 내 손에 있는 것이 고작 주식만 있었다면 내가 오라버니를 조금이라도 두려워하거나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그나마 있는 지분도 백현. 그 사람을 막는다고 다 써버린 상태고 말이야.”

그래서 나를 무시하는 거다?”

당연하지.”

 

태화는 한숨을 토해내며 물끄러미 나은을 응시했다. 그리고 주먹으로 세게 상을 내리치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너 후회할 거야.”

후회 같은 거 하지 않아.”

네가 어떻게 확신하지?”

후회할 거 같은 순간에도 나는 멈추지 않으니까. 거기에서 그만 두면 그냥 후회하고 말겠지만 그게 아니면. 뭔가 더 할 수 있는 거겠지. 나한테 이러지 말고 아버지께 가. 그나마 아버지가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태화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그가 할 일은 없었다.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무섭지 않아.”

 

태화는 그리고 문을 벌컥 열다가 문 앞에 선 백현을 보고 살짝 멈칫했다. 그리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유나은 바빠.”

비켜주시죠.”

그래.”

 

태화는 양손을 들고 순순히 옆으로 비켜났다. 그리고 살짝 방의 분위기를 본 후 유 회장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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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시켰다고요?”

.”

 

서운은 영재가 내민 리스트를 보고 입을 내밀었다. 아니 자신의 단골 가게들을 어떻게 알라는 건지.

 

내가 도와줄게요.”

하지만.”

다녀와도 괜찮습니까?”

괜찮아.”

 

목록을 이미 확인한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나마나 백현이 단순한 심술이었으니까. 신경을 쓸 일은 없었다.

 

다들 여기에 모여있었어? 이게 뭐야? 백현의 사람들이 다 이 방에서. 뭐 음모라도 꾸미는 건가?”

 

태화는 유 회장의 방으로 들어서더니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유 회장은 미간을 찌푸리고 서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운은 짧게 고개를 숙인 후 영재와 나란히 회장실을 나섰다. 태화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뭐하시는 거예요?”

여기 회사다.”

아 네. 회장님.”

 

태화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유 회장을 응시했다. 유 회장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거냐?”

이번에 지원 받은 거. 그거 제가 좀 슬 수 있도록. 저도 뭔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안 된다.”

아버지.”

이미 실패하지 않았느냐?”

아버지도 그렇게 말씀을 하시네요.”

 

태화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 회장은 태화의 표정 변화를 보더니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뭘 원하는 게야?”

아버지. 아무리 그러셔도 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은 저에요. 아버지가 저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요.”

내가 죽기라도 바라는 사람처럼 말을 하는구나.”

 

태화는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유 회장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손에 어떤 패를 들고 있건. 그 패를 다른 사람에게 쉬이 보이지 말라고 그리 일렀거늘. 잊은 게냐?”

그래서 아버지는 그 패를 숨기고 계시는 건가요?”

너는 아무 패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뭘 바라는 게야?”

 

태화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물론 그의 실수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몰리는 것은 너무 억울했다.

 

제가 뭘 하다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겟지만. 저는 제대로 회사를 경영한 겁니다.”

결혼이나 해.”

아버지.”

 

태화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몸을 뒤로 기댔다.

 

저 회사 하나면 차려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여동생 밑에서 근무를 한다는 게. 아무리 그래도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나은이에게 말해서 저 지분도 좀 챙겨달라고 말 좀 해주시고요.”

네가 월급을 받아서 모으면 될 것을 도대체 왜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야? 무슨 자격으로?”

아버지.”

나는 싫다.”

 

유 회장의 단호한 태도에 태화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무엇이 말이냐?”

아니 아무리 우리 어머니가 싫어서 헤어지셨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우리 어머니가 편하게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저를 이렇게 밀어내기만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런 거예요?”

그래.”

 

유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너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너 스스로 증명했다. 하다 못해 네 손에 있는 무기 역시 그런 식으로 어처구니 없이 잃어버리지 않았느냐?”

그건.”

나은이 탓이냐?”

 

태화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은의 탓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가 휘말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터지지 않았을 테니까.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신의 문제였다.

 

네가 조금 더 영리하게 행동을 했더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게다. 이건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너 자신의 문제야. 네가 멍청해서. 네가 아둔해서 생긴 것을 누구 탓을 하는 게야?”

아버지가 나은이 편을 들어주니 그런 것 아닙니까? 애초에 그 녀석이 사장이라니 말이 되는 겁니까? 식품 회사는. 원래 제 거였어요. 제가 가져야 하는 거였다고요. 그걸 도대체 왜? 도대체 왜?”

 

결혼하면 네게도 힘을 주마.”

 

태화는 순간 멈치하고 침을 삼켰다.

 

약속하시는 거죠?”

그래.”

 

유 회장은 입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네가 내가 원하는 집과 혼사를 맺는다면 나에게도 손해가 날 것은 없으니 말이다. 어떠하냐?”

알겠습니다.”

 

태화의 대답에 유 회장의 눈은 희미하게 빛났다. 그리고 이내 실망감 비슷한 것도 눈에 살짝 어렸다.

 

그럼 이제 된 것이냐?”

백현. 그 망할 자식 만큼의 힘을 주세요.”

그건 두고 봐야지.”

 

유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아무리 대단한 집 아가씨를 너에게 붙인다고 하더라도, 네가 그 아가씨를 사로잡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니 말이다.”

이 회사만 가질 수 있다면 저는 뭐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께서는, 아니 회장님께서는 그런 걱정 하지 마시죠.”

 

태화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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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아니 백 사장이 왜 이러는지 알아요?”

어젯밤에 유 사장님꼐 갔습니다.”

 

영재의 대답에 서운은 발을 멈췄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후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도대체 왜 그랬어요?”

가여운 분이니까요.”

. 그렇죠.”

 

서운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은이 가여운 사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그녀에게 맞춰줄 수도 엇는 거였다. 그건 너무 위험했다.

 

그런데 백 사장이 참 강 비서를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고작 그런 걸로 이런 심통을 부리고 말이죠.”

친구라고 하셨으니까요.”

친구.”

 

나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친구가 적죠.”

.”

 

나은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목을 만졌다. 불편한 기분이었다. 뭔가 목에 딱 걸려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해가 가지 않죠?”

.”

 

서운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나는 백현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 그래. 차라리 강 비서에게 말하면 편할 수 있겠네요.”

 

서운은 걸음을 멈추고 영재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개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사람이 어릴 적 부모를 잃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고아가 된 그를 다시 거두어서 내 것으로 만들었죠. 나는 그 사람의 인생을 철저하게 망가뜨린 사람이에요. 그리고 내 마음대로 설계했죠. 그 사람이 지금 그 자리에 가 것도 내가 시켜서 그런 거였어. 자기는 싫다고 하는데. 내가 그러라고 하니까. 이 정도면 내가 백현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간단히 설명이 되는 거죠?”

제가 가서 말을 하면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말 하라고 알려주는 거야.”

 

서운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눈을 찡긋했다. 영재는 그런 서운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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