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2장. 지우개 식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권정선재 2016. 12. 12. 23:30

2. 지우개 식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 김치찌개 둘이요.”

 

다행히 지우도 유정의 솜씨를 물려받았는지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정의 요리법이 있었고,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들도 있었다. 그리고 사실 장사가 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여기저기 알뜰하게 들어놓은 유정의 보험금 덕분에 건물도 지우의 앞으로 돌려놓은 후였다.

 

이게 음식이야.”

 

그 순간에 이상한 짓을 하는 그 남자를 제외하면. 남자는 멍하니 찌개를 내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리로 다가갔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아가씨가 여기 담당인가?”

?”

요리 하는 사람이냐고?”

. .”

 

지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남자는 소리가 나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음식의 기본이 안 되었군.”

뭐라고요?”

 

지금 도대체 뭐라는 거야? 남자는 차가운 눈으로 지우를 노려보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이 식당이 그렇게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내가 찾아온 건데 그럴 가치가 전혀 없었네. 이런 곳의 김치찌개를 잊을 수가 없다니. 도대체 그 사람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거야?”

잊을 수가 없다고요?”

아무튼 그건 상관이 없나 보네. 그 사람이 1년 전에 여기에 와서 정말 좋았다고 하던데. 그 맛이 아니네. 이런 음식을.”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요.”

 

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말에 입을 막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이 열렸다.

 

이런 말을 별로 하고 싶지 않기는 한데. 음식 맛이 그런 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거든요. 여기에서 1년 전에 음식을 드셨더라면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드셨던 거에요. 하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음식도 맛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만드는 법 같은 것도 하나 다르지 않고. 그러니까. 아니라고요.”

 

주책맞게 눈물이 흘렀다. 울 필요가 없는 일이었는데. 이제 눈물은 다 흘렸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눈물이 남아있던 모양이었다. 지우개가 밖에서 안을 지켜보다 그녀에게 몸을 비비며 낑낑거렸다.

 

괜찮아.”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지우개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사내는 더더욱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 더러운 개가 식당에 있는 거야?”

뭐라고요?”

위생 상태가 엉망이군.”

나가요!”

 

구석에 앉아있던 손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을 대신해서 외쳐준 그에게 너무 고마웠다.

 

이곳 식당 이름 몰라요? 지우개 식당이라고요. 지우개 식당. 그런데 지우개가 없어야 한다니. 그게 웃기지 않아?”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기 사장 이름이 지우. 그리고 개. 그래서 지우 사장이 그리는 개. 지우개. 지우개가 있는 식당 지우개 식당. 거기에 와서 밥을 먹으면서 지우개가 없어야 한다니. 그거 이상한 말인 거지.”

 

사내는 다른 손님들의 시선까지 자신에게 몰리자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는 망할 겁니다.”

그게 무슨?”

음식에 정성 같은 것이 하나 없으니 말이죠. 그냥 하는 요리. 그런 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그냥 이전에 하던 방법 그대로 하는 거. 그걸 어떻게 요리라고 부를 수가 있는 겁니까?”

뭐라고요?”

 

사내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재킷을 들고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지금 도대체 뭐라는 거야? 멍하니 있던 지우는 그제야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쫓아 나섰다.

 

저기요!”

 

저만치 가던 사내의 손을 붙들고 돌려세웠다. 사내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재빨리 움츠렀다. 뭐야? 도대체?

 

지금 한 말 사과해요.”

뭐라고요?”

망할 거라는 그 말 사과하라고요.”

내가 도대체 왜 사과를 해야 하는 겁니까?”

 

이 망할 자식 뭐지? 도대체? 지우는 허리에 손을 얹고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제가 1년 동안 잘 운영하고 있던 가게요. 그런데 도대체 이 가게가 왜 망한다는 거죠? 말을 해봐요.”

손님이 줄지 않습니까?”

그건.”

 

이 망할 자식의 말이 옳았다. 이상하게 손님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지우의 식당 만의 일이 아니었다.

 

, 그건 불경기니까.”

그래도 줄을 서는 가게는 손님이 넘치죠.”

그건.”

 

할 말이 없었다. 이 망할 사람의 말이 맞았으니까. 사내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지우에게 건넸다. 지우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더 듣고 싶으면 전화해요.”

이건.”

나는 지금 가야 해서.”

저기요.”

 

지우가 다시 손을 잡자 남자는 아주 불쾌하다는 기색을 내비치면서 손을 치웠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손에 기름 묻게.”

 

지금 이 남자가 뭐라는 거야? 내가 왜 기름? 그제야 지우는 자신의 외모가 생각이 났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말이 돼? 지우가 뭐라고 쏘아붙이기도 전에 남자는 언덕 아래로 사라졌다.

 

저 미친 새끼는 뭐야.”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명함을 살폈다. 명함은 저 남자가 뭘 하는 것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이름과 전화번호가 전부였다.

 

주태식?”

 

지우는 명함을 대충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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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돼지. .”

미친 새끼.”

 

저 새끼는 졸업을 하고도 지랄이야. 원종의 장난스러운 말에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이 미친 새끼야. 자취도 안 하는 새끼가 아닌데. 왜 매일 여기에 와서 밥을 먹고 지랄이세요?”

네 밥이 맛있으니까?”

미친 새끼.”

 

이렇게 욕을 하면서 지우는 원종에게 밥을 차렸다. 복스럽게 먹는 원종을 보며 지우는 입을 쭉 내밀었다.

 

그런데 밥이 맛이 없어?”

뭐래? 맛있어.”

아니 오늘 온 손님이. 엄마가 했을 때랑 맛이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서. 아무래도 그런가 싶어서. 내가 생각을 해도 내가 엄마처럼 요리를 한다는 게 먼가 무리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니까.”

 

지우의 진지한 말에 원종은 입을 쭉 내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아랫입술을 적시고 어색하게 웃었다.

 

솔직히 그렇지.”

그래?”

. 조금?”

?”

 

당황하는 지우를 보며 원종도 당황했다. 이러려고 말을 한 게 아닌데. 하지만 원종과 다르게 지우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렇구나.”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가 어머니가 워낙 요리를 잘 하셨으니까. 네가 원래 식당을 하던 사람도 아니고. 어머니랑 같은 맛을 낸다는 게. 그게 무리인 거잖아. ?”

됐어. 괜찮아.”

 

지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최원종 이 새끼가 망할 자식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니 또 마냥 그렇게 밉게만 보이지도 않았다. 차라리 고마웠다.

 

식당 접을까?”

안 돼.”

?”

그럼 나 어디에 가서 밥 먹어.”

 

너무나도 원초적인 원종의 말에 지우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지우를 보며 원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웃어?”

아니 이 근처에 식당이 몇 군데인데. 그리고 집에 가서 어머니께 밥해달라고 해. 너는 엄마 밥 먹을 수 있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 와서 이러냐? 하여간. 너 이러면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이래야 너도 한 술 뜨지.”

?”

 

원종의 말에 지우는 순간 멈칫했다. 그제야 자신의 손을 내려봤다. 자신은 어느새 원종과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나도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너 밥 먹이는 방법은 이거 하나거든. 아무튼 장돼지. 나는 간다. 너 요즘 살 빠져서. 살 빠진 돼지 같아.”

뭐래? 이 미친 새끼야. 돼지가 살이 빠지면 사람이지!”

 

지우가 고함을 지르자 원종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지우도 그런 원종을 따라서 웃었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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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여기 음식 정말 맛있어요.”

?”

 

계산을 하던 도중 갑자기 말을 던지는 손님에 지우는 멍해졌다.

 

그게 무슨?”

어제 그 아저씨가 이상한 말을 한 거라고요. 저는 여기 음식 정말 맛있어요. 매일 와서 먹는 걸요.”

.”

 

그제야 이 손님이 낯이 익은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 매일 같이 온다는 손님을 기억도 못한다는 게 너무 우스웠다.

 

이제 접을까 해요.”

왜요?”

혼자 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그럼 제가 알바 할게요.”

?”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지우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손님은 해맑게 웃더니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준재라고 합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 그렇게 사람을 쓸 정도로 돈을 잘 벌지 않아요. 점심 잠시 바쁜 거고.”

밥만 주시면 돼요.”

? 밥이요?”

. 밥이요.”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 지우가 긴장하자 지우개가 와서 지우의 발치에 몸을 웅크렸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고용노동부 스파이에요?”

?”

아니면 건너편 새로 생긴 김치찌개 가게.”

아니에요.”

 

준재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로 여기가 좋아서 그래요. 여기 없어지는 거 싫어요. 물론 주인 아주머니가 하실 적이랑 맛이 다르기는 해요. 하지만 그게 절대로 맛이 없다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요.”

.”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또 들어버렸다. 결국 맛이 다른 거였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유정의 맛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유정의 음식을 따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일단 내일 다시 올래요?”

?”

이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거 같거든요.”

?”

 

지우는 당황하는 준재를 그대로 가게에서 밀어냈다. 그리고 가게 문을 닫고 테이블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지우개 앞에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우개. 다시 해봐도 될까?”

 

지우개가 낮게 그르렁거렸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그래. 이 식당을 위해서 엄마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냥 이대로 넘길 수는 없는 거잖아.”

 

지우개는 한 번 짖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지우개의 머리를 한 번 두드렸다. 지우개는 그녀의 좋은 친구였다.

 

그래. 뭐 그 미친 새끼가 정말 도움이 된다면.”

 

지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어제 그 구겨진 명함을 꺼내들었다. 주태식.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이었지만 방법은 없었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전화기를 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