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달걀말이 3
“맛있지?”
“어. 오. 장돼지 요리 실력 늘었어.”
“그거 내 거 아니야.”
엄지까지 치켜 올리며 칭찬을 하던 원종의 동공이 흔들렸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된 거였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확실히 알았고. 이제 그것을 제대로 고치면 되는 거였다.
“이거 설마 그 미친 새끼 거야?”
“미친 새끼 아니래도.”
“요리는 좀 하나 보네.”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원종을 보며 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를 좀 하는 사람이 맞았다. 일단 원종이 그의 요리에 대해서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먹었다는 것도 그 증거였으니까.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는 걸까?”
“그래봐야 달걀말이야.”
“나는 이렇게 못 하잖아.”
“어? 그건.”
원종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냥 다 잘 하고 싶은 게 전부인데. 그게 너무 어려운 거 같아.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너 지금 괜히 과민하게 반응하는 거야. 너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왔어. 식당 지켰고. 거기에 대해서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 없어. 그러니까 너는 너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도 추분해.”
“그런 거 맞아?”
“당연하지.”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준재를 보며 몸이 굳었다.
“왔어?”
“안녕하세요.”
원종은 준재를 보면서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
“맛있네요. 일단 잘 말았어요. 단단하게 말려 있잖아요. 그런데 너무 굳어있지도 않아요. 사장님께서 하신 거 아니죠?”
“어떻게 알았어?”
“다르잖아요.”
준재를 보고 지우는 입을 내밀었다. 확실히 뭘 먹기만 하는 바보 최원종과는 다른 녀석이기는 했다. 그래도 서운하기는 했다. 한 번도 그녀가 한 음식에 대해서는 이런 칭찬을 한 적이 없는 준재였다.
“차이가 뭘까?”
“사장님은 너무 뜨거운 불을 사용하세요.”
“어? 그래?”
그렇지 않으면 달걀말이가 제대로 말리지 않았다. 준재는 입을 살짝 내밀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 살짝 덜 익은 상태로 만 거예요.”
“그러면 찢어지잖아.”
“그러니까 손목의 스냅까지 잘 이용해야 하는 거죠.”
준재는 프라이팬을 가볍게 움직이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니까 뒤집개만 가지고 하면 안 된다는 거지. 그래도 한 번도 그녀의 달걀말이에 대해서 뭐라고 한 적이 없었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이건 그냥 나가는 거잖아.”
“그렇죠.”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을 쓰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런 식당 혼자서 못한다고.”
“그래서 제가 있잖아요.”
준재는 자신을 가리키며 해맑게 웃었다. 그러니까 준재가 있다는 그 말이 이상하게도 안도가 되었다.
“그럼 너 믿어도 되는 거지?”
“네. 열심히 달걀말이 연습을 하세요.”
“달걀 알끈 제거하는 거 아시죠?”
“그거 차이가 크나?”
“그럼 제가 제거 안 하고 사장님만 제거를 해보죠.”
준재의 말에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배우기로 한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였다. 다소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짜 요리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잘 저으면서 소금 약간을 넣어주세요. 물을 넣는다거나 우유를 넣는다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그건 집에서나 먹는 거고 여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고요. 완전히 잘 섞인 거 가아요?”
“어? 어. 그런 거 같아.”
“그럼 이제 팬을 뜨겁게 달구세요.”
준재는 곁에서 지우를 지켜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뭔가 묘한 기분을 느끼며 프라이팬을 들고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준재는 가볍게 식용유를 붓더니 가볍게 프라이팬을 움직여서 골고루 기름이 묻게 만들었다. 지우도 그를 따라서 기름을 묻혔다. 그러고 나서 준재는 키친타월로 기름을 닦았다.
“왜 닦아내는 거야?”
“기름이 또 너무 많아도 이게 제대로 되지 않거든요. 밑이 매끈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기름을 바르는 이유는 프라이팬하고 붙지 말라고 하는 것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제 불을 살짝 줄이고 아까 만들어놓은 달걀 물 있죠? 그걸 이제 여기에다 절반 정도 먼저 부으시면 되는 거거든요.”
치이익 하는 소리가 맛있게 들리면서 프라이팬에 달걀이 얇게 깔렸다. 준재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젓가락으로만 말았다. 아직 속이 덜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달걀은 말아졌다. 그러고 나서는 늘 하는 그대로의 달걀말이였다.
“아직 덜 익었는데 괜찮아?”
“어차피 예열로 익으니까요.”
준재는 익숙한 듯 불을 끄고 그대로 프라이팬에 내버려뒀다. 지우가 접시에 담으려고 하자 그 접시를 가져와서 프라이팬 뚜껑을 덮었다.
“그래도 속이 더 익으면 좋으니까.”
“어?”
그리고 잠시 후 준재의 말처럼 부들부들한 달걀말이가 두 개 만들어졌다. 양쪽을 하나씩 먹어본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재를 바라봤다.
“알끈이 이렇게 다른 거야?”
“아무래도 그렇죠. 뭐 그 정도로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그 사람은 아마 이렇게 만들었을 걸요?”
“그렇겠네.”
달걀말이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기는 하지만 고작 밑반찬이었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게 되려나 모르겠네.”
“왜요?”
“아니. 이거 하나하나 다 해서 어떻게 장사를 해. 이거 절대로 감당 못 해.”
“그러면 그 아저씨 절대 못 이길 걸요?”
“어?”
이겨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막상 준재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뭔가 또 묘한 투지 같은 것이 불타올랐다.
“나아졌네요.”
“그렇죠?”
“그거 가지고 기뻐하는 겁니까?”
태식의 까칠한 반응에 기뻐하던 지우는 괜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당연한 겁니다. 아무리 밑반찬으로 나오는 거라고 해도 정성이 없으면 안 되는 거죠.”
“정성이 없던 적은 없어요. 그냥 혼자서 그 모든 것을 하기 힘드니까. 그래서 그런 거라고요.”
“그게 정성이 없는 겁니다.”
태식의 단호한 말에 지우는 입을 내밀었다. 그건 다른 거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태식의 표정은 꽤 단호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아 네.”
“마음에 안 듭니까?”
“아니요.”
태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지우를 바라봤지만 지우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래서 식당을 바꿀 생각이 있습니까?”
“바꿀 생각은 없어요.”
지우의 단호함에 태식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기는 제가 시작을 한 곳이 아니라 엄마가 시작을 한 곳이에요. 그러니까 나는 여기를 바꾸거나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냥 잘 운영하고. 그냥 그렇게 남기고 싶은 생각이 전부에요.”
“그건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바꿀 생각이 없으니까요.”
지우의 대답에 태식은 입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문제군요.”
“네?”
“어머니 식당을 지키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변화도 없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건 다른 거라는 거죠.”
지우는 괜히 기분이 상했다. 굳이 이런 걸 가지고 이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뭐죠?”
“뭐라고요?”
“그래요. 저보다 요리도 더 잘 하시고요. 이런 걸 보는 눈도 좋으세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죠. 모든 식당이 다 다른 모습을 가져야만 한다면. 변화해야만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여기는 사장님이 달라졌으니까요.”
“아니요.”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유정은 곁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자신의 식당이라고 한 적이 없었다. 사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저는 엄마가 하려는 걸 하는 거예요.”
“그게 뭡니까?”
“네?”
“그게 뭔지 알고 하는 겁니까?”
“아뇨.”
지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거였다.
“그냥 엄마가 운영을 하실 적에 그대로 만들 거예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런 곳으로 만들 거라고요.”
“그러니까 달라져야죠.”
태식의 눈빛은 단호했다.
“이제 더 이상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은데 그렇게 말만 한다고 해서 그게 어떤 것을 담보하는 건 아니니까요.”
“시끄러워요.”
지우의 이런 말에 태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저기요. 이 식당을 살려준다는 말은 너무나도 고맙지만. 그거 외에 다른 말은 아무 필요가 없거든요.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혹시나 고마워 할 거라. 뭐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나는 하나도 고맙지 않으니까. 여기는 아직 내 식당이고. 그쪽은 나를 도와주고 나중에 식당을 받을 사람이에요.”
“뭐. 좋습니다.”
지우의 대답에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일단은 달걀말이를 성공한 거니까.”
“네. 그럼요.”
그녀의 달걀말이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뭐 미리 만들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더 단단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준재의 것은 달랐으니까.
“여기 김치찌개 하나요.”
지우는 태식을 노려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천하의 장돼지가 그냥 넘겼어?”
“너 자꾸 그럴래?”
“뭐가?”
“장돼지.”
지우의 반응에 원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왜라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여자야. 그리고 우리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닌데 그렇게 어린 시절 별명으로 부르는 거 좀 그렇지 않니? 너 그거 굉장히 외모 지상주의적인 발언이고 뭔가 여성 혐오의 발언이야.”
“여성 혐오?”
“모든 여성은 날씬해야 한다. 뭐 그런 거. 너는 아니잖아. 그러는 너도 최돼지라고 하면 좋냐?”
“그렇게 불러.”
원종의 대답에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최돼지라고 부르라고. 아무튼 달걀말이 맛있다. 더 줄 수 있어?”
지우는 입을 내밀고 원종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방으로 가서 달걀말이를 더 가져왔다.
“뭐냐? 너?”
“뭐가?”
지우는 입을 내밀고 원종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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