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3장. 달걀말이 1]

권정선재 2016. 12. 14. 00:38

3. 달걀말이 1

그렇게 무시를 하더니 왜 보자고 한 겁니까?”

궁금해서요.”

 

지우의 당당한 말에 태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응시했다. 이 망할 자식은 무슨 사람을 이렇게 봐? 기분이 나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단 궁금한 것이 있는 쪽이 약자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음식 맛이 어때요?”

별로입니다.”

간단하게 말고요.”

그럼 뭘 바라는 겁니까?”

 

태식의 차가운 표정에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음식이 뭐가 어때서 별로다. 뭐 그런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없이 그러는 게 무슨 경우에요? 그거 식당하는 사람으로 되게 기분이 나쁘고 무시당하는 기분이에요.”

무시하는 겁니다.”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지우는 입을 쭈뼛 내밀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왜요?”

일단 정성이 없습니다.”

정성이요?”

일단 매일 오는 손님들도 기억 못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건.”

 

이미 어제 알바를 하겠다고 온 그 꼬맹이. 아 또 이름을 까먹었다. 아무튼 그 녀석을 통해서 이미 확인을 한 거였다.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요?”

중요하죠. 제가 그날 처음 간 거라고 생각을 합니까?”

?”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이 망할 자식이 그날 처음 온 게 아니라 그 전에도 우리 가게에 온 적이 있다고? 지우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에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

 

뭐 특별한 것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음식을 파는 그냥 평범한 동네 밥집 아닙니까?”

그런데요?”

그러니 더 기억을 해야 하는 겁니다. . 이 손님은 이런 걸 바라는 거구나. 좀 싱겁게 먹는구나. 밥을 좀 남기시네? 뭐지? 이런 거 하나하나 다 확인을 해야 하는 거라고요. 그런 게 안 하죠?”

그건.”

 

한 번도 그런 것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생각을 해보니 엄마는 손님들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건.”

별 거 아닌 거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을 쓰는 식당은 없다.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태식은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나 동네에서 식당을 하면서 그런 마음을 먹는 것은 안 됩니다. 뭐 대충 팔고 그냥 싸게 팔기만 해도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식당을 운영하고 싶은 거라면 지금 나에게 이런 식으로 찾아와서 묻고 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습니다. 뭔가 다른 게 있으니까 지금 여기에 온 거겠죠?”

맞아요.”

 

중요한 곳이었다. 엄마의 모든 것이 다 있는 곳을 그렇게 쉽게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럴 거였다면 그냥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중요한 문제였다.

 

도와줄 수 있어요?”

뭘 도와줍니까?”

가게를 살려서 닫고 싶어요.”

 

지우의 말에 태식은 입을 쭉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팔짱을 끼더니 입을 살짝 내밀었다.

 

그래서 나에게 오는 득이 뭡니까?”

금전적인 것은 얼마나. 그러니까 비용이?”

그 식당을 주시죠.”

?”

 

뭐라는 거야? 이 사람이?

 

그냥 달라는 게 아닙니다. 제가 운영하는 동안 세를 내죠. 물론 지금 당장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대박이 나는 가게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이 마음에 든다고 할 때 제가 그때부터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태식의 제안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돕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한데 뭔가 이상한 경우였다. 돕기는 하는데 그 댓가가 이상했다. 그냥 가게 자리를 원한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그쪽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고에 따라 다른 거니까요.”

할게요.”

?”

한다고요.”

 

지우가 조금 더 망설일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인지 그녀의 대답에 태식은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짓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대신. 사과해요.”

?”

내가 뚱뚱해서 피한 거요.”

 

지우의 단호함에 태식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녀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요.”

그쪽이 내가 하는 거 잘 따라온다면 인정하고 사과하죠. 어떻습니까?”

좋아요 그 말 후회하게 할 거예요.”

 

지우는 검지로 태식을 가리키며 눈에 힘을 줬다. 태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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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이상한 남자랑 이 식당을 같이 한다고?”

.”

 

원종은 미간을 모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였지만 그런 것까지 눈치 챌 여유는 없는 지우였다. 일단 급한 불은 그 싸가지에게 뭔가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중요했다.

 

그런데 도대체 내 음식의 문제가 뭘까? 엄마가 남겨둔 걸로 내가 그대로 하는 건데. 뭔가 이상해.”

너는 네 음식이 맛이 있어서 먹어?”

?”

 

원종의 질문에 지우는 순간 당황했다. 음식이 맛이 있어서 먹느냐니?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문제였다.

 

그러니까.”

너부터 네가 만드는 음식을 맛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그냥 어머니 요리법이라고 생각하고 만들면 그게 안 될 거 같은데? 그거 뭔가 이상한 거라고. 너는 네가 한 음식을 먹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거야?”

그러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였다. 그냥 먹어야 먹는 거였다. 그나마도 원종이 이렇게 와서 앉아있지 않으면 제대로 챙긴 적이 없으니까. 음식이 먼저 맛이 있어야 한다. 지우는 눈 앞의 달걀말이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엄마의 요리법. 그런데 뭔가 조금 달랐다. 맛이 약간 달랐다.

 

달걀말이 맛 없어.”

맛은 있는데?”

 

원종은 입에 달걀말이를 하나 넣고 우물거렸다.

 

뭐 어머니께서 하시던 것처럼 그런 맛은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는 것도 아닌데.”

엄마 맛이 아니구나.”

당연하지.”

 

지우가 시무룩해지자 원종은 재빨리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머릿속은 달걀말이로 복잡해진 상태였다. 가장 간단하다는 것 역시 뭔가 다른 상황이었다.

 

도대체 뭐지.”

사장님. 안녕하세요.”

 

순간 문이 열리고 준재가 와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지우가 어버버버하는 사이 준재는 해맑게 웃으며 지우의 옆에 앉았다.

 

그래서 사장님. 생각 좀 해보셨어요?”

그러니까.”

얘 뭐야?”

 

원종의 눈에 의심이 가득 담겼다.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르바이트 하고 싶다고 해서.”

아르바이트?”

 

원종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르바이트는 무슨 아르바이트? 이 식당 너 혼자 해도 되는 곳이잖아. 그런데 도대체 무슨 아르바이트?”

그러니까. 가게는 혼자 해도 되는데.”

사장님 식당요.”

?”

 

준재의 갑작스러운 지적에 지우는 당황했다. 지우는 입을 내밀고 잠시 있다가 곧바로 해맑게 웃었다.

 

거기에서부터 별로 사장님이 식당에 애정이 없어 보이잖아요. 가게가 아니라. 식당. 식당이라고 말을 해야 뭔가 조금 더 다정하고.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든다고요. 제가 하는 말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가게였다. 가게. 엄마가 있는. 하지만 이곳은 밥집이었고 엄밀히 말을 하면 식당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곳이기는 했다. 그래 식당. 식당이라는 단어

가 더 어울렸다.

그러네.”

 

준재가 들어오면서 문을 살짝 열어두었는지 지우개가 코로 문을 밀고 들어와서 지우의 발치에 앉았다. 원종은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었다.

 

이 녀석 뭔데?”

이 녀석이 아니라 정준재입니다.”

 

준재가 씩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지만 원종은 그 손을 잡지 않은 채로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이 녀석 뭐냐고?”

못 들었어? 아르바이트 한다고 하잖아.”

 

안 그래도 심란한데 이렇게 온갖 일이 다 꼬이고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더니 태식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어요?”

왔네. 그 미친 새끼.”

미친 새끼 아니야.”

 

지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식당 살릴 분이야.”

?”

 

지우의 말에 원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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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저기 무슨 상황이야?”

저도 모르죠.”

 

원종의 질문에 준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원종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저거 장돼지 지금 설레는 거야. 저 싸가지 없는 놈한테 설레는 거라고. 이래서 안 돼. 여자들은 왜 그렇게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나도 그런 거면 나쁜 남자인데. 내가 매일 장돼지라고 불러주고 말이야.”

그건 나쁜 암자가 아니라 그냥 나쁜 놈 같은데요?”

 

갑작스러운 준재의 공격에 원종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준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고요. 그냥 그게 사실이니까.”

아무튼 저 녀석이 식당을 살리다니.”

 

원종은 아랫입술을 물고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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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가게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는 모양입니다.”

당연하죠.”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가게였다. 엄마의 모든 것이 다 있는 곳을 그렇게 쉽게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살릴 거였다. 이 남자에게. 그리고 그 수많은 단골을 위해서도 살려야만 하는 거였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 각오는 했어요. 그리고 어차피 나를 그렇게 무시하는 분이 다정할 거라는 생각도 안 했고요.”

무시는.”

 

지우의 반응에 태식은 영 떨떠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저기는?”

한 명은 동창이자 단골. 한 명은 단골이자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태식이 미간을 모으자 지우는 재빨리 변명의 말을 늘어놓았다.

 

제가 뽑은 거 아니에요. 그냥 하루에 밥 한 끼만 주면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다고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도 우리 식당에 그런 거 할 형편이 아닌 거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도와준다는데 뭐라고 해요? 그리고 밥만 주면 된다고 하는 거. 그거 뭔가 이유가 있는 거 아니에요?”

 

지우의 항변에 태식은 입을 내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앞에 달걀말이를 보더니 그대로 입에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미간을 모은 채 지우를 바라봤다.

 

이게 뭡니까?”

달걀. 말이요?”

 

태식은 그대로 달걀말이를 뱉었다. 지우의 눈이 동그래지고 지우개가 다가와서 지우의 곁에 앉았다. 태식은 꽤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