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지우개 식당
“장지우. 너 또 그러고 있어!”
“아니 엄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러지.”
달걀말이를 입 안 가득 넣고 달아나는 지우를 보며 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딸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식탐이 너무 과해서 큰일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문제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너 그렇게 먹다가 나중에 돼지 된다?”
“그러면 어때?”
“뭐?”
“어차피 나는 뭐 엄마랑 같이 살 건데.”
어느새 곁에 다가온 지우가 자신의 허리를 껴안고 말하자 유정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어떻게 할래? 엄마 나 버릴래?”
“그래. 버릴 수 있으면 버릴 거다.”
“헐.”
지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유정은 곧바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지우의 허리를 꼭 안았다.
“딸 사랑해.”
“나도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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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게 무슨 강아지야?”
“옆집에서 주더라고. 강아지를 너무 많이 낳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고 하더라. 힘들어서 우리가 하나 키우래.”
“그래?”
지우는 강아지 앞에 앉아서 가만히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강아지는 낯도 가리지 않는지 바로 지우에게 다가왔다.
“귀엽다.”
“그래?”
“엄마 얘 이름 뭐야?”
“아직 안 정했는데?”
유정은 손을 앞치마에 닦고 지우의 곁에 같이 앉았다.
“뭐라고 지어야 할까? 아 지우개 어때?”
“지우개?”
“응. 우리 지우가 키울 강아지니까. 지우개. 어때?”
“뭐야 그게?”
지우는 입을 쭉 내밀고 강아지를 바라봤다. 그런데 하얀 것이 약간 지우개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뭐 그럼 지우개. 지우개라고 하면 되겠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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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게 지을 거야?”
“그럼.”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지우가 가게로 들어오자 유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 하는 장사지만 그래도 찾아주는 이가 많아서 조금이나마 더 큰 가게를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이제 우리 딸이 물려받아야 할 텐데. 엄마가 그냥 이름을 지을 수는 없지. 딸을 위해서 지어야 하는 건데.”
“나는 식당 일 안 해.”
지우는 달걀 말이를 집어먹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별로야. 엄마는 이 일 해. 나는 나중에 여행 떠날 거야. 막 아프리카 이런 곳도 가고 그럴 거야.”
“위험해”
“위험하기는. 남들도 다 갑니다.”
지우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마실을 다녀온 지우개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지우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지우의 곁에 엎드렸다.
“지우개. 여기 식당 이름이 지우개 식당인 거 알아?”
지우의 물음에 지우개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그 표정에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가 뭘 알 리가 없지.”
“너도 그렇다.”
유정은 웃음을 참으며 가볍게 지우의 어깨를 때렸다. 지우는 입을 쭉 내밀고 지우개의 등을 두드렸다.
“모르지 엄마. 그나저나 우리 지우개는 복덩이니까 이제 우리 떼돈 벌고 막 그러는 거 아니야?”
“떼돈은?”
“모르죠. 우리 지우개가 벌어다 줄 거야. 그렇지?”
지우는 지우개를 품에 안고 코를 비볐다. 지우개는 그게 좋은 지 지우의 입술을 연신 핥았다. 유정은 행복한 눈으로 지우와 지우개가 다정히 서로를 챙기는 것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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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장돼지.”
“뭐! 이 미친 새끼야!”
남자 아이의 장난에 지우는 참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왈가닥 성격은 고등학생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너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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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야. 너 이제 고등학생이야. 무슨 고등학생이. 그것도 여고생이 그런 식으로 뛰어다니고 그래.”
“선생님 그거 성차별 발언입니다.”
“어?”
지우의 지적에 남자 담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는데 뒤를 지나가던 사회과목 여자 선생님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밀었다.
“장지우. 담임선생님 그만 좀 괴롭혀. 네가 잘 하면 되는 거지. 너 그리고 우리 반 애 좀 그만 때려. 너 때문에 아주 학교를 못 다니겠다고 하더라. 도대체 우리 반 애들이 무슨 잘못을 해서.”
“저보고 돼지라고 하니까 그러죠.”
“여자는 살 좀 빼.”
“선생님. 그거 여성 혐오적 발언이라고요! 남성 주의적인 시선에서 바라봐서 그러는 거라고요!”
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회 선생님은 멀어졌다. 지우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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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애 때렸다며?”
“아니. 엄마. 언어 폭력도 폭력이야. 그런데 내가 뭐?”
“아무리 그래도.”
유정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지우개가 다가와서 지우의 다리에 고개를 얹었다. 지우는 가만히 지우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지우개도 나만 위로하는데 너무 그러지 마시지? 그래. 우리 지우개. 언니가 그렇게 안쓰러웠어?”
“너는 지우개한테 하는 거 절반이라도 나에게 해.”
“내가 뭐?”
지우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유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딸이 있으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유정은 가만히 지우의 손을 한 번 잡아주고 사이다를 한 모금 마셨다.
“엄마 또 소화 안 돼?”
“그러게. 요즘 소화가 잘 안 되네.”
“병원에 가보지 그래?”
“병원은 무슨. 의사들은 다 사기꾼이야. 그나저나 너 대학 가야지. 공부는 좀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잘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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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늦었네.”
“어? 어.”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에 신나서 늦게 들어오는 지우를 보며 유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 그렇게 매일 술 마시고 가다가 큰일 난다.”
“큰일은. 나 자요.”
지우는 그대로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다. 허망한 눈빛의 유정의 곁에 지우개가 다가와서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 위로해주는 거야?”
지우개는 낮게 끙끙거리며 유정의 품을 파고들었다. 유정은 가만히 지우개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
“지우 지켜줄 거지? 우리 지우. 지우 곁에 꼭 있을 거지?”
지우개는 마치 유정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가볍게 꼬리를 흔들었다. 유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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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치료하면 딸한테 남을 돈도 하나 없다고 그대로 숨긴 거라고 하더라고. 하여간 지우 엄마 독해.”
“조용히 해.”
“뭘?”
말을 계속 하려던 동네 아주머니는 입을 다물었다. 지우는 허망한 표정을 지은 채로 가게를바라봤다. 자신이 조금만 더 눈치가 빨랐으면 알 수 있는 거였다. 유정이 늘 사이다만 마실 때 알았어야 했다.
“엄마.”
지우는 애써 아랫입술을 물고 울음을 참았다. 그런 그녀의 손에 지우개가 와서 머리를 부볐다. 지우는 지우개를 품에 안고 울었다. 한참을 참았던, 그 서러운 울음이 그대로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이나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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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게는 어떻게 할 거야? 뺄 거야?”
“아니요. 제가 할래요.”
지우의 말에 유정과 친했던 이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지우 너 학교는 어떻게 할 건데? 그리고 그냥 있다가 시집을 가지 그래? 그래도 여기 보증금이 꽤 있는 편이야.”
“엄마가 그 오랜 시간 지킨 곳이에요. 이제 제가 지키려고요.”
지우의 미소에 결국 그녀를 설득하려던 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빨리 모든 것을 정리할 수는 없을 거였다.
“힘든 거 있으면 말하고.”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었지만. 해야만 하는 거였다. 이제 지우개 식당은 자신의 손에 달린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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