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소주와 달걀말이 1
“단품으로 팔겠다고요?”
“왜 문제 있어?”
“아니. 뭐.”
준재의 애매한 반응에 지우는 입을 내밀었다. 준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아이처럼 웃었다.
“뭐 사장님이 하자고 하면 하는 거죠.”
“그렇지.”
지우의 의기양양한 태도에 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님이 일어난 상을 치웠다.
“달걀말이.”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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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달걀 값도 비싸다며?”
“그냥 먹어.”
원종은 꽤 많은 양의 달걀말이를 보고 입을 벌렸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젓가락을 들다가 준재를 바라봤다.
“저 자식은 왜 안 먹어?”
“알바생은 이미 많이 먹었어.”
아까부터 영 시무룩해보이던 것이 저 이유 때문이었나 보다. 원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걸 누가 사먹겠어?”
“왜?”
“아니 달걀말이야 누구나 집에서 할 수 있는 거고. 여기가 술집도 아니잖아. 안 그래? 백반인데.”
“그래도 가끔 아저씨들도 소주를 드시고.”
“그래도 이건 아닐 걸.”
“그런가.”
원종의 지적에 지우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종의 말을 들으니 또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어차피 할 거면 제대로 김치찌개 쪽에 힘을 주는 게 어때? 달걀말이보다는 그쪽인 거 같은데.”
“하긴. 아저씨들도 찌개가 있을 때 보통 소주를 드시지. 달걀말이를 더 달라고 하시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원종은 손가락을 튕기며 밝게 웃었다.
“그러니까 이건 다 안 먹어도 되는 거지.”
“그렇다고 음식을 버려?”
“어?”
“다 먹어.”
원종은 울상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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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달걀말이만 단품으로 팔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그래요?”
지우는 입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가 달걀말이를 치우려고 하자 태식이 접시를 잡았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시기상조라면서요?”
“그런데요?”
“다른 손님들 드려야죠.”
“준 음식을 그렇다고 다시 가져갑니까?”
“네?”
지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태식이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고 먹기 시작했다. 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뭐가 말입니까?”
“나 한 번도 내가 식당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사명감? 같은 거 생각을 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덕분에. 그쪽 덕분에 뭐든 알게 되었어요.”
“그쪽이 아니라 주태식이고. 보아하니 아직 사명감 같은 것이 제대로 깃든 맛은 아닌 거 같은데요?”
“아. 네. 알겠습니다.”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여간 조금이라도 잘 해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저기요.”
“네.”
그때 구석에 앉아있는 테이블의 여자 손님이 손을 들었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거기로 향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여기 달걀말이도 파나요?”
“아. 그게.”
지우는 멈칫하다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 제가 그 정도 실력은 되지 않아서요.”
“아 그래요.”
“거 봐.”
여자의 앞에 앉은 남자는 무심하게 대꾸했다.
“그냥 다른 곳에 가자니까.”
“대신. 저 연습을 하는 셈?치고 그냥 해드릴 수 있어요. 대신 엄청나게 맛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거면 됐어요.”
여자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보며 지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향했다.
“저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어느새 따라온 준재는 입을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아까부터 여자 혼자서 다 말을 하고. 남자는 핸드폰만 들여다보거나 영 심드렁하고 그러니까요.”
“뭐 보통 다 그렇지. 너는 도와줄 거 아니면 나가 있어. 가서 원종이 먹는 거나 좀 돕던가 그래.”
“아니요. 여기서 돕겠습니다.”
준재가 단호히 말하자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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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쪽은 뭐 하는 사람입니까?”
“뭐가 궁금합니까?”
원종의 질문에 태식은 여유롭게 받아쳤다. 태식이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원종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이상하니 그렇죠.”
“뭐가 이상합니까?”
“그러니까.”
원종은 입을 꾹 다물었다. 태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살짝 몸을 여유롭게 뒤로 기댔다.
“그런데 그쪽은 뭡니까?”
“손님. 몰라요?”
“아. 손님.”
태식은 입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늘 여기에 와 계시길래. 손님이 아니라 할 일 없는 한량인가. 뭐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었지. 미안합니다.”
“뭐라고요?”
원종이 무슨 말을 할지 망설이는 순간 지우가 밖으로 나왔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그 테이블로 다가갔다.
“여기. 달걀말이 나왔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여자는 반갑게 달걀말이를 받았지만 남자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지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원종과 태식이 앉은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두 사람 왜 같이 있어?”
“어? 그냥?”
“이 사람이 뭔가 궁금한 게 많은 모양입니다.”
태식의 직설적인 발언에 원종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니 지우가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조용히 해봐. 저기 무슨 이야기 하는지 안 들리잖아.”
“저쪽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궁금한 겁니까?”
“네? 그러니까.”
“손님입니다.”
태식의 원론적인 이야기에 우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가 자신이 만든 달걀말이를 들고 식탁으로 왔다.
“다들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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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쪽은 제 고등학교 동창. 망할 자식이기는 하지만 어른이 되고서도 여기에 와주는 녀석은 이 녀석 하나 밖에 없거든요. 내 가게가 여기에 있는 건 다 알고 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요.”
“여기 와서 뭐 하냐? 그리고 뭐. 다 너랑 연락은 하고. 아니지. 네가 애들이 와도 쌀쌀맞게 대한다며.”
“내가 뭐? 그리고. 당연한 거 아니야? 다들 나만 보면 뭐라고 하는지 알아? 식당 접으라고 하더라. 너도 이제 그냥 평범하게 살라고. 이 나이에 식당을 하는 게 뭐. 이게 그렇게 이상한 거야?”
지우는 달걀말이를 입에 넣고 소주를 들이켰다. 준재는 바로 빈 잔에 술을 따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도 안 이상합니다.”
“역시 알바생.”
“웃기고 있네.”
태식은 술잔을 멍하니 보고 비우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 벌써 가는 겁니까? 아직 시간도 얼마 안 되었는데?”
“늦었습니다.”
원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태식은 그대로 식당을 나가버렸다.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태식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지우개가 와서 지우의 발치에 몸을 둥그렇게 말고 엎드렸다.
“우리 지우개 달걀말이 먹을래?”
“그런 거 줘도 돼?”
“뭐. 이제 지우개 나이도 많고. 그리고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 개 삼 년이면 밥도 먹는대.”
“뭐야 그게.”
원종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너 뭐하는 거야!”
순간 구석의 손님들에게서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나랑 만나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건데? 정말 밥만 먹자고. 그러자고 본 거야?”
“나 바쁜 거 알잖아. 그런데 네가 보자고 한 거야. 그래서 나는 피곤한 데도. 너랑 같이 있으려고 온 거야.”
“그래? 그런데 이게 지금 나랑 있는 거니?”
“그럼 아니야?”
“아니야.”
“뭐가 아닌데?”
“이건 나 혼자 있는 거잖아.”
여자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같이 있는 게 아니지. 이건 같이 있는 거 아니야. 나 혼자 있는 거야. 너는 그냥 거기에 있고. 우리가 있는 게 아니라. 네가 있고. 내가 있는 거야. 나 혼자서 안달복달하고. 말하고 웃고. 너를 보고. 이건 아니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우리 연인인데. 이건 아니지. 이게 연인이야?”
“그럼 내가 뭘 더 어떻게 할까? 회사 때려치우고 너랑만 있을까? 나 정말 그럼 좋겠어? 그래야 해? 너는 지금 자격지심이잖아.”
“뭐?”
남자의 말에 여자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남자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다. 무슨 이야기를 더 하냐.”
“어디 가?”
“그럼 여기에서 이럴래? 일단 가자.”
“아니.”
남자가 여자의 팔을 잡아서 안으려고 하자 여자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같은 말을 내뱉었다. 잠시 멈칫하던 남자는 지우 일행을 보더니 오만 원을 식탁에 내려놓고 그대로 식당을 나가버렸다. 여자는 잠시 서있다가 그대로 자리에 무너지듯 앉았다.
“괜찮으세요?”
지우는 곧바로 그리로 향했다.
“네.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여자는 눈물을 닦으며 어색한 사과의 말을 건넸다. 이미 자존심이 충분히 상하고 아플 거였다.
“같이 소주 드실래요?”
“네?”
“저희 지금 마시고 있거든요.”
지우가 쳐다보자 준재가 곧바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소주를 흔들었다.
“같이 마셔요.”
“그래도 될까요?”
“그리고 지금 남자 친구 분이 내신 돈. 이거면 될 거 같은데? 이거 지금 밥값으로 주고 가신 거 맞죠?”
“네. 맞아요.”
여자는 겨우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혀로 이 안쪽을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다른 건 못해도 사람 이야기 들어주는 건 되게 잘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에게 다 이야기해요. 저기 남자들도 있으니 뭐 다른 쪽 입장도 듣겠네.”
여자는 조금 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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