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밥 1
“백반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글쎼요?”
가장 중요한 것. 아무래도 백반 집은 반찬이 자주 바뀌는 것이 중요한가. 사람들이 뭔가 맛있는 것을 기대하는 거니까. 최대한 다양하게 뭔가를 차려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반찬이 중요할 거였다.
“아무래도 늘 새로운 것을 주는 거?”
“아니죠.”
태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틀렸으면 그냥 그러면 되는 거지. 꼭 저런 표정을 지어야 해.
“그럼 뭔데요?”
“밥입니다.”
“밥이요?”
지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밥이라니. 밥은 그냥 기본이고 특별할 것이란 것이 하나 없었다.
“밥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특별한 거라니. 그건 좀 이상한 거잖아요.”
“뭐가 이상합니까?”
“아니 그러니까.”
꼭 그렇게 말을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기는 했다. 하지만 밥이라는 것은 그냥 기본이 되는 거였다.
“밥은 그냥 좋은 쌀만 쓰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냥 기본은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떤 쌀을 쓰느지 봐도 됩니까?”
“그럼요.”
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따라 쌀을 확인한 태식은 미간을 모으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공기가 막 들어가게 두면 당연히 쌀이 맛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일단 묵은 쌀을 쓰지 않는 것은 점입니다. 그리고 쌀을 가져오는 것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이는군요.”
“당연하죠. 여기는 엄마가 식당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쌀을 받는 곳이니까요. 내가 밥 맛은 모르지만 다른 곳이랑 비교를 해도 여기 쌀 좋아요. 윤도 잘 흐르고.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그쪽이요.”
뭐야? 지우가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태식은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밥이라는 건 말이죠. 미리 해도 안 되는 거고. 이렇게 쌀을 막 관리해도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겁니까?”
“쌀 함부로 관리한 적 없어요. 그리고 엄마도 늘 여기에 쌀을 뒀었다고요. 그런데 뭘 함부로 관리해요? 그리고 밥을 어떻게 미리하지 않아요? 손님이 언제 올지 알고. 그리고 우리 가게 손님 많아요.”
“저게 문제입니다.”
태식이 가리킨 것은 미리 떠놓는 공깃밥이었다. 사람이 많으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알바생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갑자기 생긴 거죠.”
지우는 억울했다. 그녀가 성실하게 살아왔던 그 모든 시간에 대해서 통째로 부정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쪽이 되게 잘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왜 안 됩니까? 나에게 도와달라고 다시 찾아와서 말을 한 것은 바로 장지우 씨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는데요?”
“그겐 맞지만.”
하여간 너무 맞는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 말을 듣고 달걀말이가 더 맛있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 사람의 말은 그리 나쁜 결과를 낳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일단 밥을 그때그때 지어요.”
“뭐라고요? 그건.”
“시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냄비로 밥을 해도 10분이면 충분해요. 잘 불어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 밥을 드리면 됩니다. 이 좋은 쌀을 그렇게 낭비를 하면 안 되는 거 모르는 겁니까?”
“하지만. 그건 무리에요.”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태식의 말을 따르기로 했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게 있다고요. 부엌에서 달걀말이도 그렇게 바로바로 해내라고 하면서. 다른 반찬들도 그렇게 해내라는 거. 그거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거 어려워요.”
“그럼 접어요.”
“뭐라고요?”
“이 식당 계속 운영하면 장지우 씨의 어머니의 이름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아닙니까?”
“그건.”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엄마가 운영하던 것을 더 좋게 만들어서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가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야만 했다. 그건 버거운 일이었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조금 덜 맛있더라도. 그래도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밥만 맛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알겠어요?”
“일단 두 종류를 해보죠.”
“네?”
“그렇게 일단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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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입을 내밀고 원종을 바라봤다. 그런 지우의 시선에 원종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준재를 응시했다.
“알바생. 여기 왜 이래?”
“저도 몰라요.”
준재는 식탁을 치우며 입을 내밀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지는 마세요. 저는 뭐가 달라졌는지 몰랐다고 해서 한 소리 들었어요.”
“뭘 알아야 하는 거야?”
“당연하지.”
지우는 원종을 노려보며 단호히 말했다.
“맞춰.”
“미치겠네.”
달걀말이가 더 맛있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반찬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 없었다. 원종은 입을 쭉 내밀고 입에 밥을 넣었다. 뭔가 더 고슬고슬한 느낌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하나 없었다. 달라지지 않았다.
“밥이 조금 더 맛있어진 거 빼고는 모르겠는데.”
“뭐라고?”
“어?”
지우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자 원종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밥이 달라?”
“어? 어.”
원종은 당황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밥은 뭔가 이 밥그릇에 너무 잘 붙었잖아. 뭉개지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정확하게 떨어지고. 뭔가 밥알이 더 살아있는 느낌? 그런데 너 지금 밥이 달라진 거. 그거 맞추라는 거야?”
“응.”
지우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진 것이 하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신기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밥을 짓고 새로 짓고, 이 정도를 가지고 맛의 차이까지 느껴질 것은 없을 줄 알았다.
“그 사람이 왜 이 좋은 쌀로 그런 밥을 짓느냐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옳았네. 밥이 달라지는 구나.”
“그러게.”
“저도 밥은 알았다고요.”
준재의 투정에 지우는 그를 노려봤다. 준재는 발을 구르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냈다.
“나 뭐지?”
“왜?”
“아니 왜 다른 사람들은 아는 것을 왜 그 동안 몰랐던 걸까? 이래놓고 내가 엄마 식당을 운영하려고 하는 거. 그거 너무 우스운 거 아니야? 사람들은 전부 다 엄마가 하던 그런 밥을 생각을 하는 걸 텐데. 내가 그걸 하지 못하는 거잖아. 이거 엄마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닐까?”
“아니야.”
원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웃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는 잘못한 거 하나 없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너 멋있어.”
“뭐래?”
“장돼지. 내가 여기 오는 이유를 몰라?”
원종은 잠시 멈칫하다 지우를 응시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준재가 나타나자 입을 다물었다.
“너 왜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아?”
“아니야.”
원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장돼지 나 간다.”
“응. 가라.”
지우는 원종이 나가는 것을 보지도 않고 입을 내밀었다.
“밥이 중요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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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얼굴이 더 반짝이는 거 알아요?”
“어?”
준재의 갑작스러운 말에 지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주태식이라는 사람? 그 이상한 사람이 오고 나서 얼굴이 더 반짝이고 그래요. 이제 정말 이 일이 재미있으신 모양이에요.”
“그런가?”
준재의 말을 들으니 또 그런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뭔가 더 사명감 같은 거. 우습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것이 생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게 뭔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데 아까 그 말이 진짜야?”
“뭐가요?”
“밥.”
“당연하죠.”
준재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그도 이미 다 파악을 했던 부분의 일이었다.
“딱 밥을 먹어보면 더 맛있다는 것을 알 수박에 없잖아요. 뭔가 더 쌀도 맛있어지고. 그런데 뭘 하신 거예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평소에는 점심에 사람들이 많아서 바쁘니까. 그냥 밥을 미리 담아놓았고. 이번에는 그걸 하지 않았어. 그리고 밥도 엄마가 했던 것처럼 밥솥 세 개에 따로따로 했어. 약간 시간을 둔 채로. 그때는 엄마가 왜 그랬는지 몰랐는데. 그냥 손님이 많아서 그런가 했는데 엄마는 알고 있었네.”
“좋은 분이셨어요.”
준재는 혀를 내밀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뭘 하더라도 다 이해를 해주시는 분이기도 했고. 정말로 고맙고. 또 좋은 분이셨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그걸 왜 나에게 말은 한 걸가?”
“뭐요?”
“봉사.”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엄마와 다른 이가 알고 있는 엄마가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왜 그런 걸까?”
“그냥 당신이 하고 싶으시니까 그러셨겠죠.”
“그러니까 왜 혼자?”
지우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유정이 생각하기에 그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걸까?
“내가 그렇게 부족해서?”
“아니요.”
지우의 말에 준재는 입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오셔서 사장님이 좋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고 사진을 보여주시고 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그냥 당신이 살아오면서 사람들이 식당에 와주는 거니까. 그게 고마워서 그러신 거 같아요.”
“고마워서?”
“네.”
준재의 말은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었다. 준재의 말을 들으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에게서 뭔가를 덜어가는 기분이었다.
“너 뭐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우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만히 식당을 바라봤다. 유정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 지우개가 지우의 발치에 몸을 둥글게 말았다. 지우는 가만히 지우개의 등을 두드렸다. 이곳에서 자신도 뭔가를 알아야 했다. 여기를 계속 운영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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