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지우개 식당[완]

[로맨스 소설] 지우개 식당 [10장. 친구]

권정선재 2016. 12. 30. 00:17

10. 친구

미친 거야.”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심장이 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준재는 자신보다 어렸다.

 

그래. 장지우. 지금 연애 같은 거 할 때야. 지금 엄마 식당을 살려야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을 해도 심장이 묘하게 두근거리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지우개는 지우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곁에 와서 그녀의 손을 가만히 핥았다.

 

지우개 고마워.”

 

지우개는 지우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

밥을 지을 때는 무조건 그 사람을 신경을 써서 지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더 맛있는 밥이 되죠.”

거 참 말이 많네.”

 

태식은 물끄러미 원종을 응시했다.

 

아니 지우가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거지. 그거 너무 지우에게 까칠하게 반응하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장지우 씨 친구분. 그만 하시죠?”

뭐라고요?”

 

저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한 것은 장지우 씨 본인입니다. 그쪽이 끼어들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요?”

뭐라고요?”

 

원종이 발끈하면서 일어나자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최원종 너 도대체 왜 그래? 내가 너한테 도와달라고 했어? 괜히 나서지 말고 밥이나 먹고 가.”

장지우.”

 

원종의 서운한 표정을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태식을 밀어낼 수도 없는 거였다.

 

솔직히 이 분이 오고 나서 우리 식당이 더 좋아진 것도 사실이잖아. 그런데 너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그렇지.”

 

원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여기에서 그 시간을 다 보내면서 힘들었던 거 옆에서 지켜본 건 나인데. 너는 지금 내가 안 보이는 거지?”

?”

됐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우가 지금 원종의 말을 제대로 이해도 하기 전에 원종은 그대로 식당을 나가버렸다.

 

. 최원종!”

 

지우는 재빨리 그를 쫓아갔지만 이미 원종은 멀어진 후였다.

 

도대체 뭐라는 거야?”

============================

사장님은 정말 모르세요?”

?”

 

콩나물을 다듬다가 준재가 하는 말에 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

그 단골 형이요. 사장님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정말로 몰라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냐고요.”

뭘 몰라?”

 

지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원종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친구야. 친구.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정말 친구에요?”

정말 친구 맞아.”

 

지우는 힘을 주어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를 하겠다.”

하지만.”

진짜 친구야.”

아닐 걸요?”

?”

 

준재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우는 입을 내밀고 미간을 모은 채로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이봐 알바생. 그런 말은 좀 그런데. 너는 지금 나랑 내 친구 사이를 막 모욕하려고 하는 거라고.”

사장님이 그렇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 제가 볼 때는 정말 그 분. 사장님을 보는 눈이 이상하거든요.”

설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순간도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일 원종이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면 너무 불편할 거였다. 그건 싫었다.

 

모르는 척 할 거야.”

그거 너무 잔인하지 않아요?”

?”

차라리 아니라고 해주세요.”

그럼 먼저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있는데?”

 

지우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준재는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곧바로 지우개의 밥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콩나물을 바라봤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걸까?

 

단호해야 하는 걸까?”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

장돼지 밥 줘라.”

너 여기 왜 오는 거야?”

?”

 

식당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지우가 하는 말에 원종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대충 웃음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지우는 진지했다.

 

이해가 안 가서 그래.”

뭐가?”

너 친구 맞지?”

? 그럼 친구지.”

 

뭔가 불편한 표정.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에서 더 단호하게. 그렇게 말을 하고 넘어가야 하는 거였다.

 

아니 알바생이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 네가 뭐 나를 좋아한다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걔가 그래?”

.”

 

원종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어색하게 웃었다.

 

맞아.”

?”

맞다고.”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원종의 말에 지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너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장지우. 너야 말로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여기에 매일 올 거 같아?”

그건.”

그래. 처음에는 네가 친구로 너무 걱정이 되었어. 네가 혼자가 되었으니까. 네가 신경이 쓰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네가 좋아. 네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나 지금 여기에 오는 거야.”

거짓말.”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종은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친구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곁에 없을 때도 원종은 묵묵히 자신의 곁에 있어준 사람이었다.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

내 친구잖아.”

 

지우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원종은 고개를 저었다.

 

장지우.”

저리 가.”

 

원종이 자신을 잡으려고 하자 지우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너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그냥 네가 친구라서 잘 해준 건데. 너는 아니었다고?”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너에게 뭔가를 바란 적 있어? 그런 것도 없는데 왜 그런 거야?”

그건.”

그냥 나 혼자 너를 좋아하는 거야.”

 

원종의 고백에 뭔가 분명해졌다. 그는 자신을 보기 위해서 오는 거였다. 지우는 머리를 뒤로 넘긴 채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

장지우.”

돌아가라고.”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장돼지?”

 

원종은 물끄러미 지우를 보더니 입을 살짝 내밀고 아랫입술을 물고는 한숨을 토해내고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래 내가 너를 좋아해. 그런데 그게 너에게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야 하는 문제인 건지 모르겠어.”

네가 나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내가 이전이랑 똑같이 너를 대할 수가 있어? 그거 불가능한 거잖아.”

?”

? 불가능한 건데?”

그러니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종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이 괜히 불편하다는 거였다. 물론 불편할 것은 하나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닌데 괜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내가 너에게 뭔가를 해야 하는 거잖아.”

아니.”

 

원종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한숨을 토해내고 자리에 앉았다.

 

나 부대찌개.”

?”

나는 여기에 밥 먹으러 온 거야. 그리고 네가 나를 그저 친구로만 보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예민하게 행동할 이유 없어. 저 망할 알바생이 뭐라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종이 자신을 바라보자 준재는 당황하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원종은 아랫입술을 혀로 살짝 훑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그렇게 예민하게 굴 이유 없어. 나는 너에게 뭔가를 바라지 않으니까.”

 

준재랑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방으로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달아났다.

========================

정준재. 너 뭐야?”

그러니까.”

정말. 너 때문에.”

 

준재는 불똥이 자신에게 튀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잘못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했다.

 

아니 그 아저씨가 사장님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걸 그렇게 막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였죠. 아니에요?”

아저씨라니. 걔랑 나랑 동갑인데 뭐라는 거야? 아무튼 그걸 다 말을 하고. 내가 어떻게 걔를 아무렇지도 않게 봐?”

아무렇게 봐야 하는 이유는 뭔데요?”

?”

 

준재의 도발적인 물음에 우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장님 뭔가 지금 이상하게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사람들이 사장님을 좋아한다고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게 꼭 사귀어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까요.”

 

준재의 간단한 반응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저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 .”

 

준재는 그렇게 도망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준재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지우개가 들어왔다.

 

지우개. 나 정말 너무 멀리 간 거니?”

 

지우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지우는 소시지를 까서 한 입 먹고 나머지 절반은 지우개에 내밀었다. 지우개는 꼬리를 흔들며 소시지를 받아 먹었다.

 

정말 미치겠네.”

 

아니 자기들이 좋아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그걸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미친 것들 아니야?”

 

지우개가 고개를 들고 지우를 바라봤다.

 

아니 너에게 한 말은 아니야.”

그럼 저에게 한 말입니까?”

 

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식이었다. 살짝 얼굴이 상기가 된 것 같은 태식을 보며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사람 도대체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왜 온 거야? 지우는 지우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