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이상한 사람
“미안합니다.”
다짜고짜 사과의 말을 건네는 태식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사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장지우 씨가 더러워서 손을 안 대는 거 아닙니다. 뚱뚱해서 손을 대기 싫고. 뭐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우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뒤로 감췄다. 지우개는 그 소시지를 받아서 먹은 후 가볍게 꼬리를 흔들고 몸을 말았다.
“내가 내성적이어서요.”
“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이 그리 좋지 않거든요. 그런데 돌아가신 사장님이 여기 도와달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엄마가요?”
“혼자서 밥을 먹으니까. 그렇게 혼자서 먹으면 맛있느냐고. 제가 대답을 안 해도 혼자서 그렇게 한참을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자기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제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태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유정은 자신이 아는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산 사람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의 모습은 아주 적은 부분이었다.
“그래서 단골이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같이 왔죠. 그런데 어느 날 그러시더라고요. 자기 딸을 도와달라고.”
“왜요?”
“이미 아셨던 거 같습니다.”
지우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이미 다 알고 계셔서 그러신 거 같았습니다. 아마도 혼자서 잘 못할 거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다행히 어머니께서 생각을 하신 것과 다르게 혼자서도 너무 잘 하시더군요.”
“잘 하긴 뭘 잘 해요.”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건데요?”
“그냥 해야 할 거 같았습니다.”
“왜요?”
“모르겠습니다.”
태식의 덤덤한 고백에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슴이 콱 막힌 느낌. 지우는 곧바로 냉장고에 가서 소주를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평소에는 써서 먹지도 못하던 것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를 동정하는 거예요?”
“아니요.”
“그럼 뭔데요?”
“가능성을 봤습니다.”
태식의 눈빛에 지우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자신을 놀리는 거였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기 이러지 마요. 제발 이러지 말라고요. 왜 그러는 건데요?”
“장지우 씨는 지금 이게 좋습니까?”
“네?”
이 망할 자식이 지금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우는 남은 소주를 모두 마신 후 한숨을 토해내고 천장을 바라봤다.
“여기 엄마 가게에요. 엄마가 도대체 여기저기에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몰라요. 그런데 그 망할 준재 녀석도 알바를 한다고 하고. 지금 그쪽도 도와준다고 하고.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거든요.”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지우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생각을 해보니 이 사람으로 인해서 달라진 것은 달라진 게 아니었다.
“그건 내가 한 게 아니니까.”
“장지우 씨가 한 겁니다.”
“아니라고요.”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내일부터 오지 말아요.”
“장지우 씨.”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진심입니까?”
“진심이에요.”
지우의 눈을 물끄러미 보던 태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비를 걸거나 화를 내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냥. 그냥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장지우 씨도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할 거라고. 그냥 그걸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게 아니에요. 너무 화가 나. 왜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은 거야? 왜 사실을 말을 하지 않고. 도대체 왜? 왜 그런 건지 나 정말 모르겠어. 이해가 안 가.”
“말을 할 수 없었겠죠. 가족이 아파하는 거. 그거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아프잖아요.”
지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숨이 자꾸만 가빠지고 머리가 복잡했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가요.”
“장지우 씨.”
“가라고요.”
태식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우는 그가 나가고 바로 문을 닫았다.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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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오지 마.”
“네?”
준재는 출근을 하기가 무섭게 지우가 하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지우의 표정은 농담 같지 않았다.
“왜?”
“내가 불쌍하니?”
“사장님.”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거잖아. 돈도 안 벌리는 그런 식당이라고 나 동정하는 거잖아.”
“아니에요.”
준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지우가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를 달래야 했다.
“지금 사장님을 동정하거나 그래서 그런 거 아니에요. 사장님이 좋아요. 좋아서 이러는 거라고요.”
“내가 왜 좋아?”
“왜 좋냐는 물음이 어디에 있어요? 사장님이니까 좋죠.”
“아니.”
지우는 단호히 고개를 흔들고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그리고 허탈한 표정을 지은 후 고개를 푹 숙였다.
“나 너보다 무거울 걸? 나 뚱뚱해. 그리고 학벌도 고작 고졸이야. 그리고 키도 작고 못생겼어. 그리고 성격도 나빠. 미래는 더 어두워. 그런데 너는 도대체 내가 왜 좋다는 거야?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좋아요.”
“뭐?”
“솔직하잖아.”
준재의 대답에 지우는 코를 만졌다. 준재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오지 말라고.”
“싫은데요?”
“뭐?”
“어차피 처음에 내가 여기에 일하려고 한 것도 사장님이 사람을 뽑아서 한 거 아니지 않아요?”
“그건.”
준재의 말이 옳았다. 애초에 자신은 사람을 쓸 일이 없었으니까. 그럴 생각도 없는데 이 녀석이 일을 한 거였다.
“그러니까 그만 두는 것도 제가 할 거예요. 그리고 저는 이전에 큰 사장님이 할 때처럼 손님이 많기 전까지는 그만 두고 싶지 않아요. 그건 아니니까. 안 그래요? 저는 이전처럼 이곳이 돌아가기 바라요. 그게 사장님이 바라는 거 같으니까. 사장님도 같은 생각 하시는 거 아니에요?”
준재의 말이 옳았다.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였다. 엄마가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거였다.
“혼자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지금도 반찬 같은 거 바로바로 하느라 힘이 들잖아요. 그거 내가 도울게요.”
“네가 왜?”
“모르겠어요.”
준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앞치마를 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정보다는 애정이에요.”
지우가 멍한 사이 준재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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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내가 잘 하는 건 뭘까?”
반찬들을 하나하나 다 먹어본 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걸 다 알면서도 바보처럼 거기에 매달린 거였다.
“바보 같아.”
자신이 잘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다 도와달라고 말을 하고 그런 거였다.
“도대체 엄마는 왜 그렇게 빨리 간 거야.”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조금만 천천히 그녀를 두고 떠나갔더라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도대체 내가 뭘 아는 거라고.”
속상했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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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이렇게 자고 있는 겁니까?”
“주태식 씨?”
“하여간.”
태식은 지우를 보며 혀를 찼다. 지우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는 번쩍 지우를 품에 안아올렸다.
“이거 뭐 하는 거예요? 성추행이에요.”
“장사 하려는 겁니다.”
“뭐라고요?”
“아니 술을 마시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곳에서나 마시던가. 도대체 여기에서 마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러니까.”
그제야 지우의 눈에 따사로운 햇살이 보였다. 손님들이 지나가면서 분명히 그녀를 봤을 거였다.
“저 지금 안 추하죠?”
“많이 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태식은 방으로 지우를 밀어넣었다. 그리고 지우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저 사람 도대체 뭐야?”
지우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도대체 뭔데 자기가 이렇게 나에게 신경을 쓰는 거냐고.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마음에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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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뭐하는 겁니까?”
“일하고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오던 원종은 멈칫했다.
“그러니까 왜 그쪽이 일을 하고 있는 거냐고요.”
“보면 모릅니까? 장지우 씨가 일을 못하는 상황이니까 제가 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뭐 먹을 겁니까?”
“잠시만.”
원종이 지우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태식이 그를 막아섰다. 이런 태식의 반응에 원종은 미간을 모았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그쪽이야 말로 뭐하는 겁니까?”
“뭐라고요?”
“손님 아닙니까? 손님. 아니 무슨 손님이 거기를 그렇게 막 들어가려고 하는 겁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게 무슨?”
원종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앞에 이 남자가 뭘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봐요. 지금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쪽보다 나랑 지우가 훨씬 더 친하거든요. 우리는 우리라고 할 수도 있는 사이라고요.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옆으로 비키시죠?”
“싫습니다.”
“왜 싫습니까?”
“그쪽이 괜히 싫습니다.”
태식은 미간을 모은 채로 원종을 응시했다. 원종은 허.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런 태식을 노려봤다.
“이 사람 되게 이상하네. 왜 나를 막는 겁니까?”
“당신은 장지우 씨의 옆에 있으면 안 될 사람 같거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나도 뭔지는 모르겠는데 괜히 그쪽에게 거부감이 들어서요.”
“라이벌이네.”
식당에 들어오던 준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목도리를 풀었다.
“세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는. 뭐 그런 상황?”
“뭐?”
“뭐라고요?”
준재는 입을 쭉 내밀고 두 사람에게 다가오더니 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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