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29장.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는 것 1]

권정선재 2017. 2. 15. 00:16

29.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는 것 1

아직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게.”

 

비서실장의 대답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제대로 파악을 못한다는 게 가능합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라는 게 아니라 뭐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오라는 겁니다. 비서실장님. 이 정도로 무능한 사람입니까?”

죄송합니다.”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 아이는 내가 꼭 찾아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들이 먼저 찾아서는 안 됩니다.”

. 명심하겠습니다.”

나가보세요.”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총리를 보고 자리에 멈춰섰다. 총리는 씩 웃으며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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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뭡니까?”

뭐가 말입니까?”

각하께서 숨기시는 거 말입니다.”

없습니다.”

 

비서실장이 곧바로 대답하자 총리는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직접 비서실장에게 차를 따랐다.

 

이러시면 안 되지요.”

뭐가 안 된다는 겁니까?”

각하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다른 누구 보다도 비서실장이 잘 알고 계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닙니다.”

 

비서실장은 그런 총리를 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여기를 왜 따라왔는지 후회가 되었다.

 

각하께 안 좋은 말을 하지 않으려는 건 압니다. 나는 그저 각하를 도우려는 겁니다. 왜 그리 열심히 그러시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이해가 가면 제가 각하를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이 국민을 찾는데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물론 없죠.”

 

총리는 차가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다시 비서실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 각하께서는 그렇게 국민을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일어나겠습니다.”

소문이 있습니다.”

 

총리는 비서실장을 보며 서늘하게 웃었다.

 

각하에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말이.”

총리님.”

. .”

 

총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더 비서실장을 자극할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제가 들은 것을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각하께서도 아시고 계셔야 할 거 같아서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비서실장은 총리공관을 나섰다. 총리는 입을 내밀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 섬에 사람이라도 보내야 하는 건가.”

 

총리는 혀로 이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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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달라지고 있는 거 같죠?”

그러게요.”

 

지아는 다소 무뚝뚝한 지웅의 대답에 뭔가 맥이 탁 풀리면서도 그 역시 어쩔 수 없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어떻게 할까요?”

모르죠.”

이봐요.”

나도 힘들어요.”

 

지웅이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자 지아는 침을 삼켰다. 그의 말이 뭔지 아주 약간은 감이 잡혔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걸까요?”

일단 여기에서 기다려야죠.”

다들 지치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모두 무기력하게 있을 따름이었다.

 

다른 곳에 잘 갔을까요?”

 

글쎄요.”

너무 어려워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내밀었다. 여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지 너무나도 두려웠다.

 

사람들이 이제 포기하는 거 같아요.”

쉬우니까요.”

쉬운가요?”

여기에서의 생존이 우리가 생각하는 무인도랑은 다르잖아요. 운이 좋게 불도 있고, 약도 있죠. 그리고 사람들도 있고. 게다가 섬에서의 식량도 그리 부족한 편이 아닌 거 같으니 다행이죠.”

그러네요.”

 

지웅의 말이 옳았다. 이 섬은 너무나도 안전한 섬이었다. 그래서 반대로 위험한 섬이기도 했다.

 

나가야 해요.”

어떻게요?”

그건.”

 

지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떻게 나가야 할지.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저는 이 일을 하고 나면 은퇴를 하고 싶었는데 이거 꽤나 길어지고 있어요. 은퇴가.”

은퇴요?”

비행이 힘들거든요.”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너무 오래 비행을 했어요. 처음에는 비행을 하면 마냥 두근거리고 설레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러지 않더라고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그러니까요.”

 

지웅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누구나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구나.”

그래서 힘들어요.”

 

지웅의 고백에 지아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지웅은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뭐가요?”

이런 얘기를 해서요.”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도 우리 조금은 친해진 모양이에요. 그쪽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그러는 거 보면요.”

아무래도 낯선 장소라는 것이 사람을 조금 더 친하게 만들어주기는 하죠. 그쪽하고 나도 그렇고요.”

그러게요.”

 

지웅은 잠시 고민하다 손을 내밀었다.

 

아 그리고 나는 구지웅입니다.”

알고 있는데요?”

너무 그쪽이라고 해서.”

. 그럼.”

 

지아는 손을 바지에 닦고 손을 내밀었다.

 

다시 한 번 소개하죠. 저는 강지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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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야?”

 

해변으로 오던 윤태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도대체 왜 손을 잡는 거냐고?”

너 왜 그래?”

?”

 

서준의 물음에 윤태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윤태의 반응에 서준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너 말도 안 되는 생각은 하지 마라.”

뭐가?”

아무리 여기에서 스캔들이 걱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강 기자는 아니다. 나중에 네 이야기를 가지고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너도 이미 강 기자에게 당해놓고 그럴 수가 있는 거야?”

에이. .”

 

윤태는 서준에게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은 다 그렇게 말을 하더라도 형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내가 왜?”

아니. 강 기자가 일부러 그런 기사를 쓴 것도 아니고. 본인도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한 거라는 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식으로 강 기자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기자는 아니야. 나 네 매니저로 말하는 거야. 그리고 네가 친한 형으로도 하는 말이야.”

뭐래.”

 

윤태가 이렇게 대답하며 돌아서자 서준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윤태가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윤태. 너 지금 생각 제대로 해야 하는 거야. 너 지금 나락이었다고. 이제 겨우 올라가려고 하는데. 여기에서 지금 말도 안 되는 사건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니지. 너 그러면 안 되는 거다.”

.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잘 해. 내가 언제 문제 일으키고 그런 적 있어? 형은 너무 걱정하지 마.”

너 늘 그랬어.”

 

서준의 지접에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윤태가 해변으로 가려고 하자 서준이 그를 붙잡았다.

 

이윤태.”

괜찮아.”

 

윤태는 서준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인 후 그의 손을 풀었다. 그리고 지아에게로 다가갔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태가 왜 저렇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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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맞을.”

 

길석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그런 석태를 보며 석우도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노를 제대로 젓지 않을 겁니까?”

뭐라고?”

당신이 오자고 한 거 아닙니까?”

내가 따라오라고 했나?”

그건.”

 

길석의 말에 석우는 입을 꾹 다물었따.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그 스스로 한 것이었으니까.

 

지금이라도 돌아가도 좋아. 나는 그쪽하고 굳이 같이 항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말이야.”

여기에서 어떻게 돌아갑니까?”

그럼 닥쳐.”

이봐요.”

죽일 수도 있어.”

 

길석이 노를 들고 이를 드러내자 석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노를 저었다. 하지만 거친 파도에서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분명히 잔잔했는데 이게 무슨.”

계절이 달라지는 거지.”

이런 걸 잘 압니까?”

나름 안다고 해야지.”

 

길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노를 내려놓았다. 석우는 그런 그를 노려보았지만 별다른 수가 나올 것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겨우 그들은 잔잔한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석우는 그제야 노를 내려놓았다.

 

같이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라는 거야?”

이봐요.”

 

석우가 화를 내며 돌아서려는 순간 그대로 머리에 충격이 전해졌다. 길석은 노를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끄러운 새끼.”

 

길석은 그대로 발로 석우를 밀었다. 석우는 곧 물속으로 사라졌다. 길석은 싸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계집이라도 있었으면 재미라도 있었을 텐데.”

 

길석은 하늘을 바라봤다. 새들이 날고 있었다. 섬에서 본 적이 없는 다른 종류의 새들이었다.

 

뭐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군.”

 

도대체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죽을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더 가면 다른 무언가가 나온다는 거겠지. 길석은 먼저 석우의 식량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살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