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는 것 2
“추운데 여기에서 뭐해요?”
“아. 이윤태 씨.”
지아는 윤태가 오자 지웅과 말을 할 게 있는 줄 알고 피하려고 했으나 윤태는 그녀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할 말 있지 않아요?”
“네?”
지아는 멍하니 있다가 윤태가 멀어지자 지웅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그를 따라갔다.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엄청 좋아하나 보네.”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먼 바다를 바라봤다. 확실히 이전보다 파도가 조금 거칠어진 느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려나.”
지웅은 입을 쭉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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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뭐가 말이에요?”
밑도 끝도 없는 윤태의 말에 지아는 반문했다.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이윤태 씨.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발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해주지 않을래요?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거든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대로 말해요. 혼자만 아는 식으로 행동하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요.”
지아가 이 말을 하고 다시 돌아서려고 하자 윤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아는 미간을 모으며 몸을 돌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기자님이 좋아요.”
“뭐?”
윤태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지아는 멍해졌다. 그러니까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윤태 씨.”
“섬이라서 그냥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그러니까. 여자가 없어서. 아무튼 그런 거 아니라고요.”
“알겠으니까. 이거 놔요.”
지아의 지적에 윤태는 화들짝 놀라면서 손을 놓았다. 지아는 손목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남자들이 도대체 왜 이걸 남자다운 멋있는 고백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여자 입장에서 너무 싫거든요.”
“미안합니다.”
“아무튼 왜 이러는 건데요? 이윤태 씨가 나에게 고백을 할 일 같은 거. 내 생각에는 없는데?”
“그러니까.”
지아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자 윤태는 침을 삼켰다. 지아의 말처럼 두 사람 사이에서 이런 말을 나눌 일 같은 것은 없었다.
“설마 그때 나에게 키스를 한 걸 가지고 사과를 하거나 그러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그거라면 됐어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겨우 그 정도를 가지고 이윤태 씨에게 뭐라고 할 정도로 구시대적인 여성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크게 부담을 갖지 마요. 원래 남자들이 그렇게 짐승 같아서 그렇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강지아 기자님.”
“왜요? 이윤태 배우님.”
지아는 윤태를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혀로 이를 훑다가 고개를 흔들고 가볍게 웃었다.
“왜 그러는 건지 알 거 같기도 하고 모를 거 같기도 한데요. 이윤태 씨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후회할 행동은 하지 말아요. 이윤태 씨. 평생 이 섬에서 살 거 아니잖아요. 이 섬에서 나갈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나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거. 후회하거나 그러지 않을 거 같아요?”
“네.”
윤태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지아였다. 이렇게 당당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좋아한다고요.”
윤태는 하늘ㅇ르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처음해보는 거예요.”
“네?”
“다 나를 먼저 좋아했거든요.”
윤태가 자신을 가리키면서 씩 웃자 지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이 상황에서도 자기 자랑을 하는 거였다.
“지금 그거 본인 어필이에요?”
“네?”
“아무튼 됐어요.”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이 사람은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좋아한다고 하면 다 그냥 넘어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설마 내가 무조건 오케이라고 할 줄 안 건 아니죠?”
“그러니까.”
“아니에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섬에서 굳이 그런 복잡한 문제륾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이 섬에서 무조건 생존만 생각을 하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복잡한 문제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요. 이윤태 씨도 이 섬에서 나갈 생각을 하는 게 어때요? 이 섬에서는 지루하잖아요.”
“기자님.”
“그럼 갈게요.”
지아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돌아섰다. 윤태는 그런 지아를 보며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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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네.”
지아는 미친 듯 뛰는 심장에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깡지아. 정신 차리자.”
기자였다. 기자는 절대로 취재원과 사적인 감정을 만들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특히나 저 꼬맹이라면 더더욱.
“그래. 내가 나락으로 떨어뜨린 거였는데. 도대체 내가 왜 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거야. 안 되는 거지.”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지아는 갑자기 누가 눈앞에 나타나자 화들짝 놀랐다.
“강 기자.”
“서 매니저.”
“미안.”
지아가 놀라자 서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우리 얘기 좀 하지.”
“이윤태 씨에 대한 거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거절했으니까. 나도 굳이 배우랑 이런 일에 얽히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서 매니저. 그렇게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그 약속 지킬 겁니까?”
서준의 말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뭐라고요?”
“나는 윤태 제대로 다시 살릴 거거든요.”
지아는 물끄러미 서준을 응시했다.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기에 그녀도 더욱 답답했다.
“알아요.”
“진심이죠?”
“진심이 아니면요?”
“네?”
서준은 잠시 망설이다 이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쩔 수 없죠.”
“뭐라고요?”
“그건 강 기자님 마음이니까.”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서준은 늘 이런 식으로 자신을 낮추면서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져가는 사람이었다.
“미워.”
“알고 있죠.”
서준은 씩 웃었다.
“우리 윤태 좀 잘 부탁합니다.”
“서 매니저가 이러는 거 이윤태 씨도 아나?”
“알면 안 되죠.”
“알면 안 되죠?”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윤태에게 방해만 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앞으로 서 매니저가 나에게 이러면 한국에 가서도 우리 사이 되게 서운할 거 같아요.”
“그러면 안 되죠.”
서준은 씩 웃으면서 허리를 숙였다.
“우리 윤태 부탁합니다.”
“걱정은 하지 말아요.”
지아는 그대로 그를 지나쳐서 멀어졌다. 서준은 그런 지아를 보며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까칠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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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네?”
뭔가를 적던 윤한은 고개를 들었다. 세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말을 하려다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사귀자고요?”
“네?”
윤한의 갑작스러운 말에 세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어려운 말이에요?”
“네?”
이 남자가 도대체 뭐라는 거야? 세연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윤한은 입을 내밀다가 자신의 수첩을 내밀었다.
“이걸 왜?”
“일단 받아요.”
“네?”
“읽어 보라고요.”
세연은 침을 꿀꺽 삼키고 윤한의 수첩을 받았다. 그리고 수첩에 적힌 말들을 보고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조금 멍청해서요.”
윤한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고백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로 고백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요.”
“그러니까.”
“고백 하려고 준비를 한 거라고요.”
윤한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세연의 손에 들려 있던 수첩을 가져왔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 거 같습니다. 첫눈에 본 순간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존재하는 그 어떤 말도 당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할 수 없을 거 같거든요.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되게 한심하고 미련해보인다는 거 알고 있고. 내가 당신에게 부족하다는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말을 해도 되겠습니까? 당신을 좋아한다고.”
윤한은 세연의 눈을 보며 씩 웃었다.
“그래서 대답이 듣고 싶어요. 사귈래요?”
“그러니까.”
“사귈 거냐고요?”
윤한은 세연을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세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인 겁니다.”
“네. 좋아요. 정말 좋아.”
윤한은 그대로 세연을 품에 꼭 안았다. 그 어느 순간보다도 더러운 두 사람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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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야?”
바다를 보던 기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요?”
“저거.”
시안은 비명을 질렀다. 뭔가 바다에서 둥둥 떠서 이리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기쁨은 바다로 미친 듯 달려갔다.
“누나 뭐야?”
“저기. 저기.”
시우는 그제야 바다를 확인했다. 그리고 뭔가 바다에 떠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고 그대로 바다로 달려갔다.
“여보. 여보.”
“누나. 정신 차려요.”
“저기. 내 남편이.”
기쁨은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을까? 시우는 그녀를 끌고 오려고 했지만 기쁨의 힘은 너무 강했다.
“내가 데리고 올게요. 누나. 그러니까 일단 가요. 여기 너무 위험해요. 내가. 내가 가서 모셔 올게요.”
“여보. 여보.”
뒤늦게 바다로 들어온 나라가 기쁨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시우를 보고 석우를 잡았다. 그리 물에 빠진지 오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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