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2장. 망가진 일상 1]

권정선재 2017. 2. 22. 01:00

32. 망가진 일상 1

누구도 그럴 수 없습니다.”

부탁이에요.”

 

기쁨은 지웅에게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웅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텐트만 따로 달라니.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 미친 새끼가 이 섬에 다시 올지 안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제발 여기에 있으면 힘들어요.”

하지만.”

그럼 잠시만 가는 건 어때요?”

 

나라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 저희 간이 텐트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오랜 시간 거기에 가서 계시는 것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잠시만 거기에 계시는 것까지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으니까요.”

안 됩니다.”

부탁이에요.”

 

기쁨은 더욱 간절한 눈으로 지웅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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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다들 저에게 그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곡물을 태우 듯 볶아서 커피랑 맛이 비슷한 것을 지웅에게 내밀었다.

 

이거 마셔도 되는 겁니까?”

. 디톡스로 마셔도 되고.”

장에 안 좋은 거군요.”

조금요?”

 

지아가 엄지와 검지를 벌리며 대답하자 지웅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음료를 마셨다.

 

맛있네요.”

. 쌀을 볶은 거라. 당분간 우리가 다른 쪽 섬을 파악하고 그러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겠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지웅에게 뭔가를 물으려고 왔는데 역시나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위험할 수밖에 없겠죠.”

 

지아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길석이 어디에 있는 건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서길석 씨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면 여기에 오지는 못하지 않을까요?”

그럴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겠죠.”

 

지아는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했다.

 

좋다.”

그런데 커피가 필요하면 말씀을 하시죠.”

?”

커피는 있는데요?”

 

지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커피가 있어요?”

. 뭐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아주 연하게 먹으면 꽤 오랜 기간 마실 수 있을 수 있는 커피가 있습니다.”

그걸 왜 말을 안 해줬어요?”

안 물었잖아요.”

 

지아가 밉지 않게 눈을 흘기자 지웅은 웃음을 터뜨리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아는 먼 하늘을 바라봤다.

 

돌아갈 수 있겠죠?”

그래야죠.”

 

지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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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니에게는 말을 안 한다고요?”

지금 뭐 여기저기 자랑할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세연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힘들어하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저 언니는 왜 혼자서 있으려고 하지.”

남편 무덤 곁에 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기쁨은 계속 먼 해변을 보는 중이었다. 파도는 점점 심해지고 길석은 섬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할 정도로 파도는 거꾸로 칠 따름이었다.

 

그래도 위험할 텐데.”

여기에 있는 게 더 힘들 테니까요.”

그럴까요?”

 

아무도 잃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보는 거. 그게 그다지 마음이 편하고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세연은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기쁨의 아픔에 대해서 쉬이 말을 할 수 없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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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기쁨은 간이 텐트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혼자 갈게요. 좋은 곳도 아닌데.”

아니요.”

 

지아의 말에 기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사흘 후에 돌아오시는 거예요.”

.”

 

 

기쁨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먹을 것을 가지고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걱정이네.”

어쩔 수 없죠.”

 

지웅은 가볍게 기쁨에게 고개를 숙인 후 멀어졌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군가는 같이 가야 한다니까.”

어디를 가요?”

 

지아는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돌아봤다. 윤태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입을 삐쭉 내밀고 팔짱을 낀 상태였다.

 

도대체 왜 피해요?”

내가 뭘 피해?”

지금 피하고 있잖아요.”

아니.”

 

지아는 가볍게 대꾸하며 윤태를 비켜가려고 했지만 윤태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붙잡았다.

 

이거 놓으시죠.”

애기 좀 해요.”

놓으라고.”

얘기 좀 하자고요.”

 

지아는 곧바로 윤태의 팔을 꺾었다. 그리고 윤태가 비명을 지르자 그를 밀쳐내고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이거 성희롱이라고 했죠?”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윤태는 손목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대화 좀 하자고 했잖아요.”

내가 그쪽이랑 할 말이 없다고. 할 말이 없는데 내가 그쪽하고 도대체 왜 대화를 해야 하는 건데요?”

기자님.”

그래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 기자야. 지금 자기는 내가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다 기사화를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나중에 지금 이 행동들 다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아? 자기 감당 못해.”

그냥 써요.”

뭐라고?”

다 쓰라고요.”

 

윤태의 단호한 행동에 지아는 이마를 짚었다. 도대체 윤태가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윤태 씨.”

기자님. 저는 지금 농담으로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가벼운 감정이었다면 말하지 않았을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모르겠어요.”

뭐라고요?”

저도 모르겠다고요.”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윤태 씨.”

알아요. 제가 기자님이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거. 저에 대해서 온갖 말씀을 다 들으셨겠죠.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조금은 들어야죠.”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기자님.”

나는 이해가 안 가.”

 

지아는 최대한 일부러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윤태 씨. 지금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오해는 하지 마.”

무슨 오해요?”

우리 두 사람 아무 사이도 아니야.”

 

지아의 단호한 말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지아의 눈을 쳐다봤다.

 

강 기자님.”

자기 지금 고작 키스 한 번을 가지고 나랑 무슨 사이라도 되었다고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말이야. 그거 되게 웃겨. 우리 두 사람 아무 사이도 아니고. 나는 그거 아무 감정도 없었어. 알아?”

거짓말.”

뭐라고?”

거짓말이시잖아요.”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들어서 지아를 쳐다봤다.

 

내가 떨렸는데. 내 가슴이 떨렸는데 강 기자님은 아무렇지도 않았다고요. 정말 그랬다고요?”

그래.”

거짓말.”

거짓말 아냐.”

서준이 형 때문이죠.”

 

순간 지아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려고 했지만 윤태는 그녀의 눈을 이미 본 후였다.

 

형이 뭐라고 한 거죠?”

아니.”

강 기자님.”

제발 그만해.”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서 무슨 말이라도 더 했다가는 자신의 감정을 모두 드러내고 말 것만 같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유치하고 미숙한 일이었다.

 

자기도 알고 있잖아. 우리 어린애가 아니잖아.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이윤태 씨. 자기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우리 조금 더 프로처럼. 그렇게 생각을 하면 되는 거라고. 알아?”

그래서 프로처럼 행동을 하려고요. 더 이상 어린애처럼 행동하지 않으려고요. 제 감정에 솔직하려고요.”

이윤태 씨.”

좋아해요.”

 

윤태의 고백은 담백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무거웠고 제대로 지아의 마음에 들어와서 꽂혔다.

 

농담으로 하는 말 아니에요.”

그만 둬.”

 

지아는 애써 웃음으로 이 말을 넘기려고 했다.

 

지금 그런 말 소용 없어.”

왜요?”

그걸 몰라서 묻니?”

여기라야 가능한 거예요.”

뭐라고?”

 

이런 곳이 아니었더라면. 제가 강 기자님하고 이런 대화를 나눌 일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래.”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두 사람 만날 일이 없었겠다. 그래.”

그런 말이 아니에요.”

그럼 뭐니?”

 

정말로 좋아한다. 그 말을 하는 거라고요. 강 기자님이 뭐라고 하시건. 제가 강 기자님을 좋아한다고요.”

 

지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심장이 미친 듯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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