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갈등 3
“아무 것도 확인이 된 것이 없는가?”
“죄송합니다.”
대통령의 초조한 마음과는 다르게 아무 것도 쉽게 결정이 나는 것이 없었다. 알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다른 소식이 없는가?”
“일단 항공사에서도 초조한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대통령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고개를 숙였다.
“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다른 나라에서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런가?”
“어떻게 할까요?”
“본격적으로 보도를 하지.”
“네?”
대통령의 말에 비서 실장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이미 올 레임덕이야. 더 이르게 오고. 늦게 오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국민을 지키지 못한 걸세.”
“그럼 저쪽에서도 대통령 님께 공격을 할 겁니다.”
“그것까지 말하겠네.”
“하지만.”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던 비서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결단은 단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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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나가실 겁니까?”
“네.”
생존자들이 모두 해변에 모였다. 길석은 낄낄거리며 벌개진 눈으로 모든 사람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있다가 죽으라고.”
지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세연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량을 더 내놔.”
“그게 무슨 말이죠?”
“우리는 떠날 사람들이잖아.”
길석의 말에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나를 버리는데 그 정도도 못하나?”
“죽일 수도 있어.”
윤태가 으르렁거리며 말하자 길석의 눈이 반짝였다. 윤태가 한 발 앞으로 나서자 지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지 마.”
“하지만.”
“그러지 말라고.”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석은 그런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거 봐. 계집한테.”
“그만 하시죠.”
지웅은 앞으로 나서면서 길석을 말렸다. 길석은 사나운 눈으로 그런 지웅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뭐라고 이렇게 나대는 거야?”
“그러게요.”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배룰 내주는 것에 찬성하는 겁니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싫다고 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석과 남는 것도 너무 싫었다.
“그럼 다들 동의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지웅이 배로 세 사람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가장 상처가 많은 배를 가리켰다. 길석은 미간을 모았다.
“이건 아니지.”
“뭐가 아닙니까?”
“이 배로 가라고?”
“당연한 거죠.”
“젠장.”
길석은 바닥에 침을 뱉고 지웅을 노려봤다.
“내가 이 섬에서 사라져 주는 건데 고작 이 정도를 해준다는 거야? 이건 아니지. 이거보다 더 나은 배를 줘야지.”
“그쪽이 사라지는 것에 도대체 왜 우리들이 희생을 해야 하는 겁니까? 이 배를 받고 그냥 가시죠.”
“웃기지도 않는군.”
“그럼 남으시던지요.”
길석은 뭐라 말을 더 하려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것을 알고 심호흡을 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길석은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
“밀어. 그쪽도.”
석우도 길석의 말을 듣고 배를 바다로 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쁨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당신 빨리 와.”
“나는 싫어요.”
“당신.”
“싫어.”
기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길석이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으려고 하자 지아가 그것을 막아섰다.
“가기 싫다고 하잖아요.”
“이건 부부의 일입니다.”
“그러니까요.”
석우가 자신을 무시하려고 하자 지아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부부의 일이죠. 부부가 같이 말을 해야 하는 건데. 지금 그쪽은 혼자서 그 모든 것을 하려고 하네요.”
“뭐라고?”
“부부가 같이 의논을 하고 그래야 하는 거죠. 그런데 왜 혼자서 그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건데요?”
석우는 지아를 노려봤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 어색하게 웃었다.
“일단 내가 알겠으니까.”
“알겠으면 그만 하시죠.”
“이봐.”
“가기 싫어.”
기쁨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 저 사람하고 같이 배를 타기 싫어.”
“여보.”
길석은 기쁨을 보며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기쁨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정말 싫어.”
“이 섬에서 죽을 거야?”
“저런 사람하고 같이 가느니 차라리 이 섬에서 죽을래. 나는 이 섬에서 죽는 게 더 나은 거 같아.”
“당신 정말.”
석우는 한숨을 토해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
“나 혼자라도 갈 거야.”
“여보.”
석우는 더 이상 기쁨을 설득하려는 생각이 없이 배를 밀었다. 길석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배를 밀었다. 배가 물에 뜨고 두 사람은 차례로 배에 올랐다. 석우는 뒤를 한 번 보고 기쁨을 바라봤다.
“이리 와.”
“싫어.”
기쁨은 고개를 저었다.
“여보 여기에서 우리 같이 구조를 기다리자.”
“아니.”
석우의 눈빛은 단호했다.
“이곳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우리는 그냥 여기에서 죽기를 바라고 있는 거야. 죽음을 기다리는 거라고.”
“그럼 나는 기다릴래.”
“그래.”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미 깨달아버린 후였다.
“우리가 적어도 뭍에 가면 여기 사람이 있다고 말은 해줄게.”
길석은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배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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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꽨찮아요?”
“네.”
기쁨은 저녁이 되기가 무섭게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기 시작했다. 지웅은 상비약을 내주었지만 기쁨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먹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차로 괜찮아요.”
이를 부딪칠 정도로 말을 하면서도 거절하는 기쁨을 보며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기쁨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은 먹어도 괜찮아요.”
“네?”
“여기 감기약 정도는 많아요.”
“맞아요.”
지웅도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먹어도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기쁨은 떨리는 속으로 약을 받아 입에 넣었다. 지아는 곧바로 따뜻하게 끓은 쑥물을 건넸다. 기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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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게 겁이 없어요?”
“뭐가?”
“아까.”
“아.”
석우와의 일에 나선 것을 보고 말을 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잖아.”
“기자님 그러다 정말 큰일이 납니다.”
“그럼 네가 좀 나서요.”
“네?”
“이윤태 씨가 좀 나서라고.”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멀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태는 그런 지아의 뒤를 종종 거리며 쫓아갔다. 그런 두 사람 뒤로 누군가의 눈빛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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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가 잡혀요.”
손을 쭉 뻗던 나라의 말에 지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정말입니까?”
“잠시만요.”
나라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조금 더 높은 곳으로 흔들었다. 그리고 진동이 왔다. 문자가 들어왔다.
“이거 문자.”
“뭔데?”
“외교부.”
“여기가 어디인지 알았어?”
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나라가 휴대전화를 확인하려는 순간 그대로 액정이 나가버렸다.
“이게 뭐야?”
“배터리.”
“배터리가 나간 거지?”
진아는 나라의 손에서 그대로 휴대전화를 가지고 와서 배터리를 분리했다. 그리고 다시 켜보려고 했지만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가 전파는 터지고 국가라는 거네요. 외교부 문자가 왔으니까. 적어도 대한민국은 아니고.”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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