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장. 혼란 2
“일단 진통제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 다 인정을 해야 하는 거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다들 생리가 오면 견딜 수가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저 심한 편인데요.”
세연은 아랫입술을 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면 몇 달에 한 번 한다는 거? 되게 불규칙하거든요. 그래서 신경은 안 쓰는데.”
“그래서 올 수도 있을 걸?”
“네?”
“여기에서는 맹세연 씨 규칙적으로 생활하잖아. 그러니까 몸도 규칙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그런가?”
지아의 말에 세연은 입을 내밀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게 좋은 거죠.”
“그렇지.”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거 불규칙한 거 하나 좋은 거 아니야. 그러니까 더 제대로 하자고.”
“남자가 듣기 되게 불편하네.”
“이거 다 알야아 하는 거야.”
윤한의 능청에 지아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윤한도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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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야?”
“어?”
“그 여자.”
시안의 말에 시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자기 일도 아닌데 그렇게 들어와서 마치 자신의 일처럼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이상해.”
시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부딪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나 냄새도 나지?”
“괜찮아.”
“진짜 여자인 게 싫다.”
“왜 그래?”
시안은 시인을 달래며 손을 주물렀다. 확실히 쌀을 볶은 차를 마시고 나서는 몸이 조금 덜 차가운 것처럼 느껴졌다.
“되게 나대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사람이 나대서 내가 도움을 받는 거 같은 기분이 드네.”
“그러게.”
시안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되게 나대는 사람인데 말이야.”
“시우가 안 다쳤으면 좋겠어.”
시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서는 모두 지아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여자 때문에 다칠 수도 있어.”
“그렇지 않을 거야.”
“너무 나서잖아.”
“모두 안전하기를 바라니까.”
시안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릎을 안아 몸을 동그랗게 말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누구 보고 먼저 내려가라고 하는 사람이랑은 다르잖아. 안 그래? 그 아저씨는 정말.”
“그렇지.”
시안의 말에 시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저씨 진짜 이상해.”
“무례하지.”
“들어가면 안 돼요!”
갑자기 소란이 들렸다. 그리고 길석이 그대로 텐트에 들어왔다. 시인은 놀라서 곧바로 담요로 아래를 가렸다.
“뭐 하시는 거예요?”
“그깟 달거리 하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상비약을 막 가져가고 그래? 당장 그 약 안 내놔.”
“뭐라고요?”
시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 너무하시네. 지금 그 약이 필요하신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언제 필요할지 알고 지금 그러는 거야? 언제 그 약이 필요할지는 너희들도 모르는 거 아니야?”
“뭐라고요?”
“아저씨 나가시죠.”
시우가 길석을 말리려고 했지만 길석은 그대로 시우를 밀어버렸고 시우는 그 힘에 텐트 밖으로 넘어졌다.
“시우야!”
시안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길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계집이라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다 그리 이기적이ᅟᅣᆼ. 자기만 생각하고 어떻게 그래?”
“뭐라고요?”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길석의 팔을 잡았지만 길석은 단호했다. 나이가 든 사내가 왜 이리 힘이 센 것인지.
“얼른 그 약 다시 내 놔.”
“없어요.”
“뭐라고?”
“먹었어요.”
시인의 말에 시안은 당황했다. 하지만 잘 했다 싶기도 했다. 어차피 돌려줄 이유가 없는 거였다. 그녀들의 몫이었다.
“이미 먹었다고요.”
“뭐라고?”
“그러니까 돌아가시죠.”
“이런 미친.”
“무슨 일입니까?”
뒤늦게 텐트로 온 지웅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그대로 길석을 끌어냈다.
“뭐야?”
“나와요.”
“뭐냐고!”
소란에 결국 다른 텐트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나왔다. 시인은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 누웠다.
“수치스러워.”
“시인아.”
“나 너무 부끄러워. 내가 여자라는 게. 내가 여자라는 사실이 이렇게 혐오스러운 적이 없었어.”
시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시안은 그런 시인의 곁에 앉아 손을 꼭 잡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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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쑥이네요.”
“그렇죠?”
지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쑥을 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옆에서 다른 사람들도 쑥을 캐기 시작했다.
“우와.”
“여기에 쑥이 있을 줄이야.”
“다른 나물도 많아요.”
“그건 다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쑥이 필요해요. 다들 이제 곧 생리를 시작할 거 아니에요? 일단 이 쑥을 말려야죠. 어서하죠.”
“네.”
지아가 마치 리더가 된 것처럼 하는 모습을 보며 윤한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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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뭐하는 인간이야?”
“뭐가 말입니까?”
“아무리 약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막 약을 나눠주고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아니야?”
길석은 지웅의 가슴을 쿡쿡 찌르면서 사납게 말했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그 상황에서 약을 안 줄 수가 있습니까? 상비약은 누구라도 필요하다면 줘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계집들에게 줘?”
“뭐라고요?”
“아니 계집들 달거리 하는 거야. 다 하는 거고. 뭐가 그리 잘난 거라고. 남자 씨 못 받아서 그 지랄 하는 거지. 지들이 그 지랄을 떠는 것을 도대체 왜. 남자들이 다 감당을 해야 하는 거냐고.”
“이봐요.”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뒤늦게 달려온 재율이 합세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이 배려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곳은 섬이에요. 섬. 같이 있어야 하는 공간이라고요.”
“다 죽이고 싶어.”
길석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길석의 눈에는 분노 같은 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사나웠다.
“아무 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들. 힘이 없다는 핑계로 그 지랄을 하는 것들을 다 죽이고 싶다고.”
“그게 무슨?”
“당신은 안 그래?”
“아닙니다.”
지웅의 대답에 길석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계집년들하고 친하게 지낸다고 편을 드는 거 봐. 이 미친 놈이 그 년들하고 아주 황제처럼 사나보네.”
“말 조심하십시오.”
“뭐라고?”
“동료들입니다.”
“동료?”
길석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들까지도 주위로 몰리기 시작했다. 길석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여기 이 계집들에게 더 이상 약을 주지 마. 아니지. 그 약도 공평하게 나눠. 그게 옳은 거지.”
“약은 그럴 수 없습니다.”
“뭐라고?”
지웅의 대답에 길석의 얼굴에 핏줄이 돋아났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약은 말 그대로 상비를 위해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줄 수 없습니다.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그때를 위해서 제가 가지고 나눠드릴 겁니다.”
“웃기지도 않는 군.”
길석은 주먹을 세게 말아쥐었다.
“앞으로도 계집들이 달거리하면 약을 주겠다?”
“네.”
“미친 새끼.”
길석은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퍽 소리가 날 것 같던 순간 지웅은 뒤로 여유있게 피해서 그 팔을 잡고 밀쳤다. 그리고 자신의 힘에 그대로 길석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어린 놈의 새끼가.”
“나이가 들어 그러면 추해요.”
재율의 말에 길석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아들 뻘도 안 되는 새끼가!”
“아들 뻘도 안 되는 새끼에게 이런 말을 들을 나이가 될 정도로 그 천박한 사고 방식은 안 바뀌시나?”
“뭐라고!”
길석은 순간 바닥에서 돌을 집었다. 그리고 그대로 재율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윤태가 길석에게 몸을 부딪쳤다. 길석은 억 하며 옆으로 넘어지고 돌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서준이 곧바로 길석 위에 앉았다.
“다들 잡아요.”
모두 길석을 바닥에 놓고 손과 발을 잡았다.
“이거 놔!”
“못 놓겠습니다.”
“이 미친 새끼들!”
“누가 더 미쳤는데요.”
“뭐라고?”
재율을 지웅이 한 번 노려봤다. 재율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서길석 씨. 제발 정신 좀 차리시죠. 이곳은 같이 생활을 해야하는 곳입니다. 나는 앞으로도 약이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약을 줄 수 없으니까요.”
이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경고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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