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섬의 다른 곳으로 2
“다른 나라에서도 뭐라 말을 해주지 않습니까?”
“따로 들어온 정보는 없습니다.”
“젠장.”
대통령의 입에서 낮게 욕설이 흘러나오자 민정수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경호원들이 집무실을 비웠다.
“괜찮으십니까?”
“내 아들이 거기에 있소.”
“알고 있습니다.”
“젠장맞을.”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대통령의 아들이 그 비행기에 있었다. 그 사실을 다른 이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거였기에 대통령은 쉽게 나설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서야 하는 거였다.
“도대체 왜 여론이 끓지 않는 건지 알겠소?”
“각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아무런 생존신호가 오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무모한 탐색은 전쟁과 다름이 없으니까요.”
“전쟁이라.”
“게다가 비용도 막대합니다.”
“그렇지.”
대통령은 끙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한단 말이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도대체 내가 내 아들을 찾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 건지?”
“일단 기다리시죠.”
“기다려요?”
“그럼 뭐라도 답이 나올 겁니다.”
“젠장맞을.”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애초에 아들이 그러 곳에 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자유를 조금은 막았어야 했다.
“항공사는 뭐라고 합니까?”
“자기들도 모르겠답니다.”
“몰라요?”
“네. 사고 원인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겠답니다.”
“일단 그것부터 파악해요.”
“알겠습니다.”
대통령의 초조함에 민정수석은 자신이 더 초조하게 느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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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갈등이 심해지기는 하네요.”
“그러게.”
진아의 말에 세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여기에서 다들 힘을 모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될 줄 알고 다들 이러는 건데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러지.”
나라는 기지개를 켜며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뭐 하나 정확히 나오는 답이 없으니까. 다들 불안하게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너무하기는 하지.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하고 그래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까.”
“배려. 그렇지.”
나라는 목을 풀고 우두둑 소리가 날 때까지 꺽었다. 그리고 반대로 목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식량이나 구하자고.”
“물고기요?”
“응. 그거라도 해야 하는 거지.”
세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따. 그게 우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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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나랑은 무슨 사이에요?”
“무슨 사이라뇨?”
윤한의 물음에 윤태는 미간을 모았다.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아무 사이도 아니긴.”
윤태의 대답에 윤한은 입을 쭉 내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지개를 켜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누나가 그쪽 구하는 거 그거 예삿일이 아니거든요.”
“아무튼 모릅니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윤태를 보며 윤한은 씩 웃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뭘 하는 거예요?”
세연은 옆에 와서 윤태의 등을 세게 때렸다. 윤한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어색하게 웃고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뭘요?”
“아무 내색도 하지 말랬죠.”
“알겠습니다.”
“무슨 내색?”
“아니에요.”
지아의 물음에 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입을 쭉 내밀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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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전파도 전혀 안 잡히죠?”
“그러게.”
재율은 가장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뭐라도 잡아보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섬에는 전파가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대충 태평양 한 가운데이긴 한데요.”
해를 보던 석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석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모험을 좋아해서요.”
“당연한 거지.”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다. 길석이었다.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추락했으니 태평양이지. 그 정도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말씀 참 이상하게 하시네.”
석우의 아내인 기쁨이 끼어들었다.
“아저씨. 왜 그렇게 나쁘게만 말씀을 하세요? 다들 잘 해보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뭐라고?”
“자기야 그만해.”
석우는 기쁨을 말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기쁨의 손을 잡고 자신들의 텐트로 향했다. 길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만 나쁜 사람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길석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젠장맞을.”
길석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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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이 있구나.”
동굴을 살피며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로의 본능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곳을 탐험하고 싶었다.
“물이 그렇게 높이 들어오지 않는데요?”
“그래도 일정 수위까지는 들어오는 모양이에요.”
윤한은 벽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먼저 와본 사람답게 익숙하게 출구로 세 사람을 이끌었다.
“이런 곳이 있구나.”
먼저 밖으로 나온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섬의 저쪽하고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었다.
“신기해.”
“그러네요.”
뒤따라 나온 세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쪽의 자연이 조금 더 푸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나무들이 더 긴데요? 그리고 넝쿨 같은 것도 많고. 확실히 저쪽하고는 다른 지역 같아요.”
“그렇죠?”
지아는 바닥의 흙을 만졌다. 조금 더 촉촉한 느낌의 땅이었다. 이쪽이 영양분이 더 많다고 해야 할까?
“일단 그럼 가볼까요?”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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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는 것은 결국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쪽 섬에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저리로 넘어가기는 어렵네.”
“그러게요.”
계곡을 따라 걸었지만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일부러 파놓은 운하 같은 느낌일 정도로 깊은 협곡이었다.
“저곳과 다리라도 연결을 하면 뭔가 더 편할 거 같기는 한데. 이쪽에 먹을 수 있는 나물도 많고.”
“언니 나물도 알아요?”
“뭐? 약간?”
세연이 눈을 반짝이자 지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 식으로 대단한 대접을 받을 것은 아니었으니까.
“두 남자는 뭔가 다른 거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그런데 과일이나 그런 건 지금 우리가 있는 쪽하고 다르지는 않으니까.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데요?”
“그렇죠?”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렇다면 굳이 이쪽으로 탐험을 더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끝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돌아가지 못할 거였다.
“더 가보죠.”
“아니요.”
윤태의 제안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일 다시 오면 돼요.”
“하지만.”
“우리 이러다가 노숙할 걸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침을 삼켰다. 윤한을 보자 윤한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은 거죠.”
“그럼 뭐.”
윤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혼자만 고집을 부릴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건 너무나도 이기적인 거였다.
“그럼 가죠.”
“어? 저기 뭔가 이상한 게 있는데?”
“뭔데요?”
세연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세 사람은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순간 넷 모두 걸음을 멈췄다.
“저거 지금.”
“그러니까.”
“보석이죠?”
“보석.”
반짝이는 것들이 바닥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뭔가로 꾸며진 상황. 지아는 주위를 둘러봤다. 깃털이 보였다.
“새들이 주워온 거네요.”
“어디에서 주워온 걸까요?”
“다른 곳이 멀지 않은 거예요.”
지아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나무를 보고 오르기 시작했다. 비스듬히 오른 그 나무는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 저 멀리를 본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어렴풋이 뭐가 보이는 거 같았다.
“뭐가 있는 거 같아.”
“뭐가 있는 거 같아요?”
“다른 섬? 혹은 대륙. 아무튼 땅이 가까이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뭐가 되는 거지. 적어도 저쪽엔 사람들이 있겠지.”
지아의 말에 세 사람의 눈빛이 흔들렸다. 적어도 저쪽에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였다.
“뭔가 있는 건 분명해.”
지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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