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19장. 섬의 무게]

권정선재 2017. 1. 23. 07:00

19. 섬의 무게

안 됩니다.”

하지만.”

안 됩니다.”

 

지웅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제가 이 섬에 있어서 어떤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에게 오셨다는 이야기는 제가 어떤 리더라고 인정을 해주신 거죠? 그렇다면 저는 반대합니다. 동시에 두 곳을 탐험할 수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지웅의 말도 옳았다. 이미 섬의 반대편 동굴로 들어가기로 한 상황에서 굳이 계곡까지는 무리였다.

 

내일 강지아 씨를 그곳에 가게 해준 것만 해도 이미 많은 배려를 해준 거잖아요. 그런데 왜 그럽니까?”

다들 씻고 싶어 하니까요. 일단 그리로 가면 민물이 있을 거예요. 내가 분명히 그것을 느꼈으니까. 물이 불어났는데 우리 몸에 묻은 물이 짠물이 아니었어요. 그거만 해도 확인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위험합니다.”

하지만.”

 

지아는 침을 삼켰다. 위험할 수 있었다. 갑자기 물이 불어날 수도 있는 거였고 또 다른 위험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공연히 무슨 일을 벌이는 거 그거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렇게 안 되면 되죠.”

권윤한 씨.”

언니 좀 믿어줘요.”

 

세연까지 나섰지만 지웅은 단호했다.

 

서길석 씨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는 승무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가 조금이라도 생겨서는 안 되는 거라고요. 우리가 서로를 믿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믿어도 안 됩니다.”

좋아요.”

 

지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두 개의 모험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였다.

 

그럼 동굴로 간 후에 상류로 가요.”

뭐라고요?”

아마 사람들은 점점 더 탐험에 나서지 않을 거예요. 이제 이곳이 고립된 곳이라는 것도 알았으니까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역시 이미 사람들이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질 거라는. 뭐 그런 말이 되는 거죠. 맞죠?”

그래서요?”

그리고 승무원 분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지아의 차분한 목소리에 지웅은 가만히 그녀를 응시했다. 그 역시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그들에게 말도 안 되는 책임을 지우기를 바랄 거였다. 그건 너무나도 지치는 일이었다.

 

그러니 빨리 뭔가 답을 내려야 해요.”

사람들은 섬을 벗어나기 바랍니다.”

저 뒤가 더 높으니까요.”

 

지아의 말이 옳았다. 산에 가면 뭐가 보일 거였다.

 

그러니까 더 모험을 해야 하는 거죠.”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지아의 말이 옳을 터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지아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라도 답을 들은 게 다행이었다. 이제 지웅도 나름의 고민을 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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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화장실에 다녀오던 윤태는 길석이 한 말에 자리에 섰다.

 

뭐라고요?”

 

길석은 하지만 그를 무시하고 그대로 멀어섰다. 윤태는 길석에게 걸어가서 그의 어깨를 잡고 돌렸다.

 

뭐라고 했습니까?”

뭐 하는 짓이야!”

방금 뭐라고 했냐고요.”

미친 새끼라고 했다.”

 

길석의 말에 윤태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멀리서 이 상황을 보던 서준이 곧바로 달려와서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왜 이래?”

이 아저씨 미친 거 아니야?”

뭐라고 했나?”

아니 도대체 누구한테 미친 새끼라는 거야? 아저씨 나 알아?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젊은 새끼가 아주.”

 

길석이 손을 들자 윤태가 곧바로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길석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윤태는 손에 준 힘을 풀지 않았다.

 

이봐요. 할아버지. 여기는 섬이에요. .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하는 곳이라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혼자서 튀려고 하는 겁니까? 그렇게 해서 당신이 얻을 것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요?”

이윤태 이 손 놔.”

다들 여기에서 살려고 하는 겁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거라고요. 그런데 도대체 왜 그걸 다 부수려는 겁니까?”

건방진 새끼.”

아저씨보단 낫죠.”

뭐라고?”

아저씨는 무례하고 건방져.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주제에 자기가 뭔가 된 것처럼 행동하지.”

 

윤태의 냉정한 말에 길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윤태는 여기에서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왜 자꾸 사고만 치냐고요?”

사고는 네가 쳤지.”

뭐라고요?”

거기는 왜 내려가서.”

아저씨가 가라고 한 거잖아요.”

?”

 

윤태의 말에 길석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멍청하게 거기를 내려가 놓고 도대체 누구 탓을 하는 거야? 내가 그럼 죽으라면 죽을 거야?”

뭐라고요?”

아 아저씨가 진짜.”

 

가만히 듣고 있던 서준도 나섰다. 길석은 두 사람을 노려보며 혀를 끌끌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 둘이서 나를 폭행이라도 하겠어. 그렇게 나오다가 아무 죄도 없는 사람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겠어.”

뭐라는 겁니까?”

무능한 것들.”

 

길석은 그대로 두 사람을 밀치고 걸음을 옮겼다. 윤태가 따라가려고 하자 서준이 그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둬.”

하지만.”

그냥 두라고.”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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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제대로 부딪쳐야 했다고.”

그래도 아저씨야.”

그러니까.”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더 잘 해야 하는 거잖아.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지. 그런데 오히려 더 사람들을 흔들리게 하고 있어.”

성격이지.”

문제야.”

 

윤태의 대답에 서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이런 일로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너도 잘한 거 없어.”

내가 뭐?”

그래도 어른이야.”

어른은 무슨.”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길석과 계속해서 부딪치는 것은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나에게 사과 한 마디도 없는 거. 그거 되게 우스운 거 아니야?”

그게 어떻게 저 아저씨 때문이냐? 네가 바보처럼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내려간 게 잘못이지. 안 그래? 누가 너 민 것도 아니고. 너 네 발로 내려간 거야. 괜히 낚여서 내려간 거라고.”

그러니까.”

 

윤태는 손가락을 튕기며 괜히 흥분했다.

 

저 아저씨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흥분할 일도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저 아저씨 잘못이야.”

됐다. 됐어.”

 

서준은 입을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윤태는 괜히 불쾌했다. 저 아저씨는 계속 부딪칠 거였다.

 

도대체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어.”

그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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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나대는 거 아닌가?”

 

지아는 갑자기 들린 말에 고개를 돌렸다. 시안이었다. 지아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자신 뿐이었다.

 

저에게 한 말이에요?”

여기 또 누가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지아가 날을 세우자 시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가만히 구조가 되기를 기다리면 될 걸 가지고. 혼자서 그렇게 무슨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을 하니까.”

영웅이요?”

아닌가?”

아니에요.”

 

지아는 미간을 모은 채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이 섬을 알아야죠. 이 섬에서 언젠가 우리가 나갈 수도 있는 건데요.”

이 섬에서 나가요?”

 

시안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들 중에서 그 누구도 이 섬에서 나갈 수 없을 거예요.”

뭐라고요?”

우리들 이 섬에서 스스로 나갈 거라고요? 아니. 우리는 구조가 되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에요. 섬이라며. 섬인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고 그렇게 나대는 거예요? 어차피 여기 고기도 많고 과일도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혼자 유별나게 굴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고요. 알아요?”

미치겠네.”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봐요. 우리 다들 잘 살자고 이러는 거 아닌가? 여기에서 다들 살자고. 그러는데 도대체 왜 이래요?”

당신처럼 한다고 해서 살아날 거라는 보장 있어요?”

뭐라고요?”

당신 때문에 우리 시우가 위험할 수도 있어요.”

나 참.”

 

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보아하니 그쪽 막내 동생 때문에 이러시는 거 같은데. 그러면 그쪽 막내 동생에게 이야기를 하세요. 나는 내가 직접 행동하는 거니까. 스스로 행동하는 멀쩡한 사람 바보 취급 하지 말고요.”

뭐라고요?”

 

지아는 그대로 시안을 둔 채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시안이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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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왜 그래요?”

아니야.”

 

세연의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게 바로 섬의 무게일 거였다. 섬이라는 것에 대한 무게.

 

다들 조금 예민해.”

그럴 수밖에요.”

 

세연은 입을 내밀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섬이라는 곳이 어떤 의미인지 다들 알게 된 거니까. 누가 먼저 구하기 전에는 구해질 수 없잖아요.”

물도 생각보다 거세.”

그러니까요.”

다들 어떻게 하려나.”

 

어쩌면 모두 시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지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고 행동을 하는 것이 전부일 거였다. 다른 방법은 없을 테니까.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스스로를 믿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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