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18장. 섬]

권정선재 2017. 1. 18. 07:00

18.

그러니까 우리는 고립이 되었다는 거네요?”

그렇죠.”

 

기쁨의 질문에 지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섬이라니. 기쁨은 남편 석우에게 기댔다. 아마 자신들도 꽤나 불안한 모양이었다. 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손을 들었다.

 

내일은 나도 갈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뒤로 가는 게 위험한 것도 아니고. 안에 동굴은 오히려 작은 여자가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그럼 저도 갈게요.”

 

세연까지 손을 들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위험한 것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도 여자들은 무리였다.

 

그 동굴의 너머에 뭐가 있을 줄 알고 거기를 가려고 하는 겁니까? 그러다가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위험한 일이 있어 봤자지.”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러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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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진짜로 가려고요?”

당연하지.”

 

세연의 물음에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섬이 어느 곳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조금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녀는 기자였으니까.

 

나도 가고 싶은데.”

? 윤한 씨도?”

 

. 소설에 도움이 될 테니까?”

 

윤한은 자신의 노트를 들어보였다.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지웅만 설득하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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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사무장 님.”

아무리 그래도 여성들이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쪽과 이쪽은 완벽하게 나누어져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렇다는 이야기는 섬의 저쪽에는 맹수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니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섬에 정말로 맹수가 있었더라면 이쪽 해변에 살고 있을 거였다.

 

먹이도 없는 그곳에 있을 리가 없어요. 그리고 고작 탐색이에요. 우리에게는 칼과 불도 있잖아요.”

하지만.”

남자만 계속 감당할 수는 없어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런 불만 같은 것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다.

 

정말로 위험한 일을 남자들이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덜 위험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게 해줘요. 우리가 해야지.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나서고 그럴 거라고요.”

일단 상황을 보죠.”

상황을 뭘 봐요.”

 

지아는 씩 웃으면서 지웅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우리 셋이 갈게요. . 한 사람 더 가야겠다. 사람이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그래야 탐색도 더 쉽겠죠.”

일단 알겠습니다.”

 

지웅은 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이고 지웅의 텐트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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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다시는 가지 마.”

?”

 

시안의 말에 시우는 입을 쭉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안도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동굴이라고? 거기를 탐색하다가 뭔가 위험한 상황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 거기에서 네가 추락이라도 하면? 나랑 언니는 네가 다치면 절대로 못 참아. 우리 정말 죽을지도 몰라.”

라시안 너 유별나.”

언니!”

 

시인의 말에 시안은 소리를 질렀다. 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시안이 왜 그렇게 흥분하는지는 그녀도 이해하고 있었다.

 

나도 시우가 안전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야. 그럼 우리가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 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이 다 하는데 우리라고 안 하는 건 그렇지.”

그럼 내가 갈 거야.”

아니.”

 

시안의 말에 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곳에 갔다가는 시안이야 말로 다칠 수 있었다.

 

나 누나들이 생각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남자답고 그렇거든. 그러니까 누나. 너무 걱정하지 마.”

하지만.”

정말로.”

 

시우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려보았다. 시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러게.”

 

시인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섬이라니. 일말의 희망까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정말로 그들은 섬에 있는 거였다. . 누군가가 구해주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는 섬이었다.

 

우리는 이제 죽는 거야.”

.”

사실 아니야?”

 

시안의 만류에도 시인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시우는 그런 시인을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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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길석의 짜증을 모두 들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도대체 구조대는 오는 거냐고.”

 

길석의 시선이 그대로 지웅에게 향했다.

 

도대체 당신이 일하는 항공사에서는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어떻게 여태 사람을 구하러 오지를 않을 수가 있는 거냐고.”

그걸 저희가 어떻게 압니까?”

뭐라고?”

 

지웅의 대답에 길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사람들을 접대하는 주제에.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하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접대라뇨?”

그런 거 아니야?”

 

길석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어렸다.

 

고작 사람들에게 물이나 나눠주는 역할을 하면서. 이 상황에서 뭔가 방안을 내놔야 할 거 아니야.”

이봐요.”

 

세라는 발끈하며 일어났지만 지웅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쪽 말대로 나는 겨우 물이나 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에게 도대체 무슨 해답을 내놓으라는 겁니까?”

뭐라고?”

섬입니다. . 이곳에서는 우리끼리 힘을 합쳐야 하죠. 하지만 그쪽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는 거 같습니다.”

무슨.”

 

길석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심한 인간들이로군.”

 

길석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된 건데? 우리는 모두 이 멍청한 승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란 말이야. 우리가 구조가 되지 못하는 것은 이 녀석들의 회사가 일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고. 아니야? 도대체 우리가 왜 섬에 갇혀서 이런 일들을 당해햐 하는 건데? 말이 안 되잖아.”

그럼 답이 나와요?”

 

지아의 물음에 길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

어차피 우리가 섬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잖아요. 그러면 적어도 우리가 더 여기에서 잘 버텨야 하는 거잖아요. 사고가 난 것은 알 거고. 결국 사람들이 우리를 찾으러 나설 거예요. 안 그래요?”

잘 났어. 아주 잘 났어.”

 

길석은 지아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윤태가 그 앞을 막아섰다. 길석은 이를 드러내며 고개를 저었다.

 

벌써 붙어먹은 거야?”

뭐라고요?”

이봐요.”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이란.”

 

길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나는 여기에서 살아나갈 거야. 보트는 어차피 세 척이잖아. 그 중 하나는 나에게 권리가 있어.”

말도 안 돼요.”

안 됩니다.”

 

다들 나서서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길석은 단호했다.

 

나는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나서. 이 섬에서는 그대로 죽는 수만 있을 테니까.”

 

길석은 이 말만 남기고 휘적휘적 멀어졌다. 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어떤 적막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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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죽을까요?”

모르지.”

 

세연의 질문에 지아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그 어떤 확신도 할 수 없었다. 살 수 있을지. 살 수 없을지. 너무나도 어려운 답이었다. 뭐가 정답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여기에 있어서 우리가 위험한 상황이 없다는 건 사실이니까. 그 아저씨가 오버하는 거야.”

하여간 무례해요.”

그렇지.”

승무원들이 여기까지 와서 우리 편을 들어주고 그렇게 식량을 나눠준 건데. 숨겨도 할 말이 없잖아요.”

그렇겠지?”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묶었다.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지만 도리는 없었다. 일단 이렇게 있는 수밖에.

 

사람들이 이상해진 거 같지 않아요?”

당연하죠.”

 

윤한은 텐트 앞에 앉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들 중에서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는 사람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섬에서 더 이상 달아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니까. 정말로 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니까 더 날카롭게 된 거겠죠.”

그렇겠지.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도 나올 거야. 그리고 뭔가 싸움 같은 것도 나오겠지.”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점점 더 이기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거였다.

 

우리라도 계속 친해야 할 텐데.”

당연하죠.”

 

윤한의 능청스러움에 지아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네가 그렇게 말을 해주니 다행이네.”

그런데 누나랑 이윤태랑 뭐예요?”

뭐가?”

아까 이상하던데?”

?”

 

윤한의 말에 지아는 멍해졌다. 아까 윤태가 자신의 앞에 서 막아준 것이 뭔가 이상해보이기는 했다.

 

아니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하는 거. 그거 별로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서요.”

무슨 일이 있기는 뭐가 있어요?”

 

세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런 윤한을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언니랑 이윤태 씨랑 원수라는 거. 권윤한 씨도 알고 있잖아요. 이제 겨우 그게 풀렸는데 뭐가 있어요?”

그런가?”

 

윤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씻고 싶지 않아요?”

그러게.”

여기 민물도 없고.”

. 민물.”

 

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계곡.”

?”

거기에서 상류로 가면 무슨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가 마시는 물 말고도 뭐가 나올 거야.”

 

지아의 말에 세연과 윤한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바로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당장 그 사무장에게 가자.”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갑자기 물이 불어났다. 하지만 그 물은 짠물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는 그들에게 어떤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였다. 또 다른 탐험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