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섬의 다른 곳으로 1
“아직도 그 여객기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까?”
“죄송합니다.”
대통령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좌표가 있을 거 아닙니까? 좌표가.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가 그 비행기를 찾고자 노력을 해야죠.”
“거기는 바다입니다.”
총리의 대답에 대통령은 곧바로 그리로 시선을 돌렸다. 총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어차피 그곳에서는 아무 것도 찾지 못할 겁니다. 바다에서 도대체 무엇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혹시 모르는 것 아닙니까? 보아하니 거기에 무인도도 있다고 하던데. 거기에 생존할 수도 있고요.”
“갈 수 없습니다.”
“뭐라고요?”
“배로도 너무 멀고. 비행기를 보내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비용이요?”
대통령의 목소리가 기괴하게 비틀어졌다. 지금 총리의 말에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보냅시다.”
“책임을 지실 겁니까?”
“뭐라고요?”
“각하께서는 지금 심각한 레임덕을 겪고 계십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뭘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국민을 구하는 일입니다.”
“돈이 들죠.”
총리의 목소리는 뱀처럼 미끄러웠다. 총리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대통령은 침을 삼켰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도 아무 성과가 없다고 하면 그때는 누가 그 모든 책임을 질 거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그 어떤 생존 반응도 없는데 거기를 갔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할까요?”
“그건.”
대통령은 침을 삼켰다. 각종 경제 지표에 빨간 불이 들어온지 오래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더 기다리십시오.”
“얼마나 더 기다리란 말입니까?”
“지금까지 견딘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더 견딜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시그널이라도 보내겠죠. 저희는 그때 움직이면 되는 겁니다. 아주 간단하죠.”
대통령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총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각하께서는 현명하신 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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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먹고 싶다. 고기.”
진아는 바닥에 그대로 누우면서 입을 쭉 내밀었다.
“아니 같은 고기인데. 물고기는 도대체 왜 이렇게 맛이 없는 거니? 기름도 적고. 이걸 어떻게 먹어?”
“그래도 있는 게 다행이죠.”
“그렇긴 하지만.”
나라의 말에 진아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에서 멧돼지라도 안 타나나나. 그거 먹으면 뭔가 몸에 막 힘도 생기고 열심히 노를 저어서 다른 곳에 갈 거 같은데요.”
“아서요.”
씻고 들어온 지웅은 미간을 모으며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멧돼지 그 놈 아주 무섭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우리들 다 죽을 수도 있어요. 맹수라고요. 맹수.”
“사무장 님은 멧돼지 보신 적 있으세요?”
“당연하죠.”
“언제요?”
“내가 군대를 말이야.”
“됐다.”
지웅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진아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남자들 저거 군대 이야기 다 거짓말이거든. 사무장님 말도 거짓말이다. 무슨. 군대 자기만 다녀왔어요? 내 애인도 다녀왔어. 그런데 그거 다 뻥인 거 알아요. 하여간 남자들이란 다 저래.”
“걸렸나?”
지웅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길석이 열을 내며 텐트에 들어왔다.
“이윤태 그 놈 뭐야?”
“갑자기 그게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주 싸가지가 없어.”
길석의 말에 지웅은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나가시죠. 여기 여자 텐트니까.”
“내가 여자들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한다는 거야?”
“아뇨. 다른 사람들 텐트니까. 저에게 말할 거 있어서 오신 거 아닙니까? 그럼 제 텐트로 가셔야죠.”
길석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텐트를 나갔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헝클고 고개를 저었다.
“미치겠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나라의 물음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무슨 이야기인지 듣고 와야겠네요.”
지웅은 씩 웃으면서 텐트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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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이제 갈게요.”
지웅의 텐트로 온 지아는 멈칫했다. 길석과 지웅이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모양이었다.
“사무장님.”
“여기 거기랑 붙어먹는 여자 왔네.”
지아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굳이 여기에서 싸울 이유는 없었다. 그건 너무 이상한 거였으니까.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시죠.”
지아는 애써 미소를 지은 채 넘기려고 했다.
“자꾸 그러시면 안 돼요.”
“어린 년이.”
‘어린 년? 지아는 순간 발끈했다. 어린 년이라니. 이제 자신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었다.
“저 별로 안 어려요?”
“강지아 씨. 산에 가려고요.”
“네.”
지웅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뭐가 있는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산에 가면 적어도 뭐가 있는지. 그건 파악이 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리 험하지 않다면서요?”
“뭐. 그렇죠.”
길석은 끙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딱 봐도 뭔 짓 하러 가는 건데.”
“무슨 짓이요?”
윤태가 순간 텐트에 들어왔다. 지아는 아차 싶었다. 윤태까지 오면 괜히 말이 길어질 수도 있었다.
“이윤태 씨 나가요. 사무장님께 우리 어디 가는지 말을 드렸으니까. 우리 이제 해야 할 일 하면 되는 거죠.”
“아니 도대체 무슨.”
“나가자고요.”
지아는 윤태를 밀면서 지웅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지웅도 미소를 지은 채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것들 뭐야?”
“그만 하시죠.”
길석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자꾸 그러면 저도 서길석 씨 말 별로 들어주고 싶지 않으니까.”
길석의 눈빛이 순간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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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말리는 겁니까?”
“거기에서 싸워서 뭘 어떻게 하겠다고요? 이윤태 씨 어린 아이에요? 바보처럼 거기에서 싸우면 뭘 얻는다고?”
“그렇다고 강 기자님께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냥 참고만 있습니까? 강 기자님을 이상하게 취급하잖아요.”
“내 일이에요.”
“기자님.”
윤태는 머리를 헝클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어떻게.”
“이윤태 씨가 뭔데요?”
지아의 도발적인 물음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저는 이윤태씨랑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내 말이 틀린 건가요?”
“그건.”
“무슨 사이인지 알아요?”
“그러니까.”
“이거 봐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가죠.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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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넷이네.”
“그래서 싫어요?”
“아닙니다.”
세연의 물음에 윤한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세연은 입을 쭉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오히려 우리끼리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괜히 이상한 사람이랑 가서 싸우는 거 보다 낫죠.”
“뭐 그건 그렇지만.”
세연은 돌아오는 지아와 윤태를 보고 밝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기 또 싸웠네.”
“네?”
“딱 보면 보이지 않아요?”
세연의 말에 윤태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지아와 윤태를 보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게요.”
“저 둘 귀엽죠?”
“그래요?”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에?”
세연의 말에 윤한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 윤한 씨는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남자들이 이렇게 둔해요.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아직도 모르다니.”
“그 이야기는?”
“쉿.”
윤한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세연은 입에 검지를 가져가고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에요. 저 두 사람 서로 좋아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서로가 좋아하고 있다는 거 잘 모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티를 내거나 그러지는 말자고요. 그랬다가는 될 것도 안 될 수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윤한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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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랬어요?”
“그러니까.”
지아에게서 길석에 대한 말을 들은 세연은 입을 내밀었다.
“도대체 왜 그러지?”
“이해가 안 가죠?”
“그렇죠.”
“그 아저씨 아무도 자기랑 놀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러나? 그래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나?”
“설마?”
세연의 대답에 지아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렇다고 해서 그럴 사람은 없을 거였다.
“그래도 너무 답답하기는 하죠. 조금이라도 더 다들 뭉쳐야 할 거 같은데. 그러지 않은 거니까.”
“그렇죠.”
“도대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고. 정말 그냥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요?”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세연의 대답에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을 가지고 고민하는 거였다.
“아무도 모르는 건데. 정말로 아무도 모르는 건데.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 아무도 모르는 거 결국 누군가는 알게 될까요?”
“모르지.”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적어도 나는 여기에서 그냥 주저앉아있고 싶지는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조금 더 분명하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싶은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언니가 힘을 내요.”
“그래야지.”
지아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에 가는 윤태와 윤한을 바라봤다.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달라진 건 없어요?”
“뭐가?”
“두 사람.”
“에이.”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가지고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게더 우스웠다.
“답을 알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서 너무 답답해.”
“우리도 다 그렇죠.”
세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도 더 답이 보인다면 그걸로 다행일 거 같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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