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섬의 다른 곳으로 3
“대통령이 왜 그렇게 서두르시는 거 같나?”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거 같습니다.”
학생 운동을 한 전력이 있는 보수당의 대표의 말에 총리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깊은 게 있었다.
“그건 이유가 안 돼.”
“그럼 다른 것이 짐작이 가십니까?”
“짐작이 가지 않으니 묻는 것 아닌가?”
“죄송합니다.”
총리가 화를 내자 야당 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각하께서 도대체 왜 저러시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야. 도대체 뭘 노리시고 계시는 걸까?”
“그런데 그 여객기는 못 찾는 겁니까?”
야당 원내대표의 말에 총리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찾으려면 찾겠지. 허나 그 돈을 누가 다 감당할 것인가? 그리고 생존 신호가 와도 숨겨야지.”
“왜 그렇습니까?”
“나라에 돈이 남아나나?”
총리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는 법이야.”
총리의 표정은 그 어느 순간부터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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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근처에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새들이 이것을 주워올 수가 있는 거죠.”
“그렇긴 하겠죠.”
보석들을 만지며 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우리들 중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당연한 거죠.”
“그럼 적어도 저 섬에 가면 뭐라도 있다는 건데.”
“근데 우리 안 내려가요.”
“맞다.”
세연의 말에 지아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마요.”
“네?”
“내가 사무장님에게만 말을 할게요.”
세 사람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지아의 말이 이해가 가기는 했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무리가 깨질 수도 있는 거였다.
“그 말은.”
“좋습니다.”
윤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윤한이 생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일단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데 미리 성급하게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으니까요. 당연하죠.”
“그렇죠.”
윤한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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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요?”
“네.”
지아는 가지고 온 보석을 지웅에게 보여주었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쭉 내밀었다. 어려운 일이었다.
“적어도 근처에 다른 섬이 있는 게 분명해요. 이 보석들을 새들이 모아올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요.”
“하지만 그게 어디인지도 모르게 어떤 확신도 갖지 않은 채로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무리에요. 위험합니다.”
“하지만.”
“아니요.”
지웅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일단은 이 사람들이 기다리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하는 거였다.
“저희가 조난을 당한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이제 슬슬 우리를 구조하기 위한 일들이 시작이 될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 있지 않으면 그것이 어떤 혼란 같은 것을 겪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만.”
머리가 복잡했다. 도대체 뭘 믿어야 하고 뭘 믿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을 알 수 없었다.
“일단 더 기다리자고요?”
“네.”
지웅은 단호했다.
“더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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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요?”
“기다리재.”
“말도 안 돼.”
지아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대로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요. 나 이윤태야. 이윤태라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떠올라야 한다고?”
“네가?”
서준은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윤태를 말렸다. 그런 반응에 윤태는 빈정이 상해서 미간을 찌푸렸다.
“형 그 반응 뭐야?”
“뭐가?”
“내가 안 된다는 거야?”
“아직 시간 얼마 지나지 않았어. 네가 자숙한다고 한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이윤태.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건으로 덮히기 전에는 계속 너에게 관심을 가질 걸? 일단 더 기다리는 게 좋아.”
“싫어.”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 거지 같은 섬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우리들이 무슨 잘못을 해서 이 섬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건데? 우리 무슨 죄를 지은 거야? 유배야?”
“이윤태 씨.”
“말이 안 되잖아요.”
지아가 말리려고 하자 윤태는 지아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겁니다.”
“뭐라고요?”
“안 됩니다.”
“안 돼.”
“하지 마요.”
동시에 네 사람이 모두 다 자신을 말리자 윤태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그럼 여기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한다는 겁니까? 그냥 이대로 여기에서 있다가 죽어야 한다는 거라고요?”
“구지웅 씨의 말대로라면 이제 슬슬 구조가 시작이 되었을 거예요. 여기는 아주 먼 곳이라고요.”
“하지만.”
“그리고 다른 곳에 가더라도 사람이 살 거라는 보장이 없어요. 내가 보았지만, 꽤 가까운 거리였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는 것은 거기에도 기지국이 없다는 말이에요.”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아의 말은 모두 옳았다. 괜히 성급했다가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었다.
“나서면 안 돼요.”
“그렇다고 그냥 기다리기만 합니까?”
“그래야죠.”
“아니요.”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기다리다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너무 답답했다.
“적어도 이 섬에 있으면 내가 멍청이로 보이곘지만, 이 섬을 나가면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사람은 있겠죠.”
“아니요.”
윤태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 섬에서 멍청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한국에 돌아가서 다르게 볼 거라고요? 천만해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강 기자.”
“그럴 일 없다고요.”
지아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텐트로 향했다. 세연과 윤한이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너랑 강 기자 뭐야?”
“뭐가?”
“뭐냐고?”
서준의 물음에 윤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내가 뭘?”
“강 기자 지금 하는 말이 되게 이상하잖아. 그 날 너랑 강 기자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무슨 일이 있을 게 뭐가 있어? 나는 다리가 부러져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병신이었는데. 형이야 말로 이상한 생각 하지 마. 한국에 돌아가면 무조건 재기할 거야. 다시 이윤태가 될 거라고.”
“그래라.”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하고 원수는 되지 말고.”
서준은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윤태도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혼자 성을 내더니 서준과 등을 돌려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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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무슨 사이에요?”
“뭐가?”
“이윤태 씨랑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지아는 크게 엑스를 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 사람 하는 거 봤잖아. 그 사람은 내가 지금 자신하고 동급이라서 화를 내는 거라고.”
“설마요?”
“그런 거라니까?”
“누나도 그만해요.”
윤한은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지아를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미소도 기분이 나빴다.
“너 뭐야?”
“네?”
“너는 재밌니?”
“누나.”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왜 도대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 지금 너무 힘들어.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내가 내지도 않은 기사 때문에 이 모든 걸 다 당하는 기분이라고. 나 무슨 벌을 받는 거니? 그런 거야?”
“그건.”
“나 정말 미치겠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의 텐트로 들어갔다. 세연은 따라들어가려고 했지만 윤한이 그녀를 잡았다.
“가지 마요.”
“네?”
“어차피 누나 화를 낼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세연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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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냐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이윤태 도대체.”
왜 자꾸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꾸만 그가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이윤태 도대체 뭐야.”
지아는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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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가까이 있고 보석이 있기는 하지만 전파가 터지지 않아요. 혹시 모를 가능성이 있죠.”
“혹시 모를 가능성이요?”
“비행기의 나머지 부분.”
윤한의 말에 세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 말은?”
“비행기의 앞부분이 그대로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여기에서 시신을 발견한 적은 없어요.”
“그렇기는 하네요.”
세연은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반쪽의 시신이나 뭔가 흔적 같은 것이 없었다.
“그럼 우리는 가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네?”
“앞쪽보다 더 많은 식량이 있으니까. 그리고 신기하게 승무원이 다 있어서 여기는 침착한 상황이지만. 거기는 아무 것도 없을 거예요. 또 다른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는 거라고요.”
세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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